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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광산 클린 시장을 뚫는다

아시아 광산 클린 시장을 뚫는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 설치된 광해관리공단의 전기정화시설.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에 설치된 광해관리공단의 전기정화시설.

국내 언론이 큰 관심을 갖진 않았지만 지난 11월 초 정부의 한 산하기관이 국제 무대에서 작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 아태경제협력체(APEC)의 기금(8만6532달러)을 받아 이 지역 내 국가들의 광산 피해(광해)를 조사하는 프로젝트를 한국광해관리공단(이사장 이이재)이 수주했다.

이 기업은 향후 이 지역의 광업부문 환경 기준 관련 자료와 광산피해 복구 및 방지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광해 방지 기술사례를 연구해 궁극적으로 광해 분야 협력 강화방안을 제시하게 된다. 지원 기금은 한화로 1억원 남짓 하지만 이 사업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호주 등 선진국이 이끌어온 광해 방지 기술시장에 후발국인 한국이 새로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이이재 이사장은 APEC 기금 지원 결정을 “한국의 해외 광해시장 개척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국이 광해 분야의 국제 기준을 세우는 데도 선도적 역할을 하는 발판”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성과는 나름대로 치밀한 준비과정을 통해 성사됐다. 이야기는 지난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APEC 광업분야 회의 산하 제3차 MTF(Mining Task Force) 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지식경제부와 광해관리공단 관계자들은 APEC 기금으로 수행하는 ‘지속 가능한 광업개발을 위한 광업과 환경의 조화’라는 새 과제를 제안했다.

세계은행과 15개 회원국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대표단이 한국의 새 제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이들과 함께 필리핀이 공식 지원국(co-sponsoring economies)으로 선정됐다. APEC 관례상 여러 회원국의 지지를 얻으면 최종 과제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지난 10월 열린 APEC 예산운영위원회(BMC: Budget and Management Committee) 회의에서 기금 지원 결론이 났다. 7월 회의에 참석했던 지식경제부 한교형(자원개발총괄과) 사무관은 “한국이 APEC로부터 에너지 분야를 통틀어 프로젝트 관련 기금을 지원받기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제안에 많은 참가국이 선뜻 호응해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은 한국의 광해방지 및 복구기술 역량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광해관리공단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지난해부터 중국, 몽골, 아세안 국가의 광업 관련 공무원들의 초청 연수사업을 진행해 왔다.

광해방지기술을 전수해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자원 외교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다.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몽골 등 10개국에서 43명의 환경 관련 공무원이 한국의 광해 관리 시설을 둘러보고 기술을 배워갔다.

광해관리공단의 장민 선임연구원은 “연수 프로그램에 참석한 공무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의 기술력과 대외 협력 의지를 잘 설명했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수주한 광해관리공단이지만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한 기업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6년 6월 기존의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흡수해 광해방지사업단으로 출범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현재의 이름으로 개명했기 때문이다(전신인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은 1986년 확정된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그 이듬해 설립됐다). 광해(鑛害)라는 용어조차도 귀에 익지 않다.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광 폐광 지하 100m 갱도에서 갱내수를 지상으로 퍼올리는 펌프시설(왼쪽). 폐광에서 퍼올린 갱내수는 대형 관을 타고 인근 지장천으로 흘러든다.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광 폐광 지하 100m 갱도에서 갱내수를 지상으로 퍼올리는 펌프시설(왼쪽). 폐광에서 퍼올린 갱내수는 대형 관을 타고 인근 지장천으로 흘러든다.

광해란 광산 개발에 따르는 환경 피해를 말한다. 오염수 유출, 지반 침하, 토양 오염, 폐석 유출, 먼지 날림, 소음, 진동 등이 있다. 광해는 폐광이 된 뒤로도 계속 발생한다.

폐광에서 나오는 이른바 ‘갱내수(坑內水)’엔 몸에 해로운 중금속이 많이 녹아 있어 지하수를 오염시킬 뿐만 아니라 정화처리를 거치지 않고 방출될 경우 하천과 토양, 농작물과 어류에 축적되기도 한다. 결국 이를 섭취하는 사람에게도 고통을 주게 된다.

인체에 유해하지 않더라도 갱내수나 침출수(광산 폐기물 적치장에서 유출되는 물)는 산성폐수로 황화현상(철 산화물이 원인)과 백화현상(알루미늄 산화물이 원인)을 일으켜 시각적인 거부감을 준다.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산골짜기에 자리한 정암사 가는 길이 그렇다.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는 이 사찰엔 매년 10만 명에 가까운 신도와 관광객이 몰려든다.

사찰 계곡을 끼고 흐르는 지장천은 1급수에서나 자라는 열목어가 서식할 정도로 깨끗하지만 이곳에서 아래쪽으로 자동차로 5분 거리인 삼척탄광 폐광에선 지금도 계속 차오르는 갱내수가 24시간 내내 쏟아져 나온다. 이 폐광의 지하 100m 아래 갱도에 설치된 대형 펌프 8개가 직경 25㎝의 관을 통해 지상으로 물을 퍼올린다.

갱내수를 그냥 방치하면 현재 조업 중인 인근 탄광에도 물이 침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상으로 뿜어져 나온 물이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지장천으로 유입되는 바람에 강물뿐만 아니라 하천 바위와 교각 등이 철 산화물 침전으로 온통 붉은 빛이다. 바로 황화현상이다.

광해관리공단은 2~3년내 이곳에 물리화학적 정화처리시설을 설치해 환경개선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공단 측은 크고 작은 광산피해가 발생하는 곳이 전국에 1376곳이나 된다고 밝혔다. 광산개발을 앞서 시도한 선진국들이 광해 방지와 복구 기술에서도 앞섰다. 일부 국가는 50~60년 전부터 이 분야에 관심을 쏟아왔다.

미국은 1940년대에 광산 폐수 때문에 희생자가 나오자 광해 복구 기술연구에 뛰어들었고, 일본은 1952년 석탄광산 광해 복구 관련 법안을 제정했다.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주가 향후 10년간 폐광 복구 및 갱내수 수질 개선에 쏟아붓는 예산이 1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한국은 광해 방지 및 복구 기술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한국의 광해 방지와 복구에 대한 관심은 길어야 30년, 체계적인 조직과 인력을 갖춘 기관이 출범한 지는 불과 3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60~70년대 산업화 시절에는 광해라는 개념이 안중에도 없었다.

1980년 5공화국 헌법에 환경권이 처음 신설돼 환경 문제가 국가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정부는 폐석(채굴과정에서 발생하는 암석 부스러기) 유실 방지용으로 165만원의 사업비를 지자체에 나눠주며 ‘광산지역 공해 방지사업’을 펴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전후로 가정용 석탄 수요가 급감하면서 석탄광을 중심으로 문을 닫는 광산이 급증했다.

그후 방치된 폐광에서 광산피해가 속출하자 정부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을 신설해 ‘폐광’을 대상으로 하는 광해 방지사업을 시행토록 했다. 이어 2005년 들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광해복구를 위한 ‘광산피해 방지 및 복구에 관한 법’이 제정되었고, 이듬해 한국광해관리공단(당시는 광해방지사업단)이 출범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개발된 광산은 총 2334개로 파악된다. 이 중 조업 중인 광산이 581곳, 조업을 중단한 광산이 61곳, 폐광이 1692곳에 이른다. 2006년 정부는 뒤늦게 ‘광해방지 기본계획’을 세워 2026년까지 전국 폐광산에 광해방지사업을 완료키로 했다.

▎갱내수가 아무런 여과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방류되는 바람에 지장천의 물뿐만 아니라 바위, 자갈도 온통 붉은 색을 띤다(왼쪽).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자연정화시설을 통과한 황지탄광의 갱내수는 청정지역 방류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깨끗하다.

▎갱내수가 아무런 여과과정도 거치지 않은 채 방류되는 바람에 지장천의 물뿐만 아니라 바위, 자갈도 온통 붉은 색을 띤다(왼쪽).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자연정화시설을 통과한 황지탄광의 갱내수는 청정지역 방류 요건에 부합할 정도로 깨끗하다.

광산 광해조사는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토양 정밀조사는 환경부와 농림수산식품부가, 광해 원인 제거・복구와 보상은 지식경제부가 떠맡는 등 범정부적 대응체계가 마련됐다. 매년 1100억원가량의 예산을 들여 2000여 개 광산의 광해 방지 및 복구사업을 매듭짓는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여전히 큰 편이다. 확실한 비교 자료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그 격차를 대략 30%로 본다(선진국을 100으로 보아 한국의 기술 수준을 평가해 볼 때 김선준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70% 혹은 이상”이라고 했고, 정명채 세종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60%”라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광해관리공단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국제무대에서 선도적 역할을 맡게 된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공단 측은 기자에게도 가동 중인 국내 자연정화시설을 둘러보길 권유했다. 강원도 태백시 황지3동의 황지탄광 유창갱도에서는 매일 320㎥의 갱내수가 흘러나온다.

물은 계곡에 설치된 관을 타고 삼척시 도읍계의 자연정화시설로 흘러든다. 시설 안에서 물은 산화조(갱내수를 공기와 접촉시켜 철의 산화와 침전을 유도)→알칼리 공급조(석회석 및 유기물층을 통과시켜 산성수를 중화하고 철의 침전을 유도)→작은 못(일명: 소택지, 부들이나 갈대를 심어 잔존 중금속을 흡수·흡착) 등의 과정을 거쳐 깨끗한 물로 거듭난다.

‘수질 및 수생태 보전에 관한 법’에 따라 청정지역에 배출되는 철과 망간의 농도는 각각 2 ㎎/L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황지탄광 유창갱에서 자연정화시설로 흘러 드는 갱내수에 함유된 철과 망간은 각각 28.5㎎/L, 3.86㎎/L 로 기준치를 훨씬 초과한다. 하지만 자연정화시설을 거쳐 방류되는 수질은 철 0.11㎎/L , 망간 1.63㎎/L 로 청정지역 방류 요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자연정화 시설에 대한 광해관리공단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외국의 광해 관리 담당 공무원이나 전문가들이 공단을 견학할 때 반드시 이곳을 거쳐간다. 지난해 2월엔 일본 정부 산하 독립행정법인인 석유천연가스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한국의 광해관리공단과 유사한 기구)의 기술개발과장과 직원이 강원도 황지 및 함태 자연정화시설을 견학하기도 했다.

광해관리공단은 현재 이런 유의 자연정화시설을 전국적으로 36곳 운용한다. 국내외 학자들도 국내 시설의 자연정화처리 능력을 높게 쳐준다. 광해 기술 전문가인 제프 스카우센 미국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한국은 수질 자연정화기술이 아주 뛰어나다”고 뉴스위크한국판에 말했다.

정명채 교수는 “정화기술이 미국과 거의 대등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평가했다. 자연정화기술뿐만 아니라 폐석(광물찌꺼기 포함)의 독성을 없애는 무해화 기술도 경쟁력이 있다. 일반적으로 광산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폐석은 광산 가까운 곳에 야적한다. 그 주변에는 폐석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축대나 옹벽을 쌓기 마련이다.

하지만 방비가 부실한 적치장은 큰 비가 내리면 중금속을 함유한 산성 침출수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환경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광해관리공단은 지난해 염화나트륨(Nacl) 수용액에 전류를 흘려보내 금·은과 같은 유가금속은 물론 사람 몸에 해로운 중금속을 분리해 내는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Nacl을 이용한 무해화 기술은 애당초 호주에서 개발했지만 상업적 관심을 끌지 못하다 광해관리공단이 더 정교하게 발전시켜 국내 특허를 냈다. “광물찌꺼기 적치장의 독성을 제거하는 물리적인 기술도 상당한 수준까지 올랐다”고 정명채 교수가 말했다. 선진국들이 이미 진출해 단물을 빼먹고 철수한 개발도상국엔 폐석과 광물 찌꺼기 처리로 골머리로 앓는다.

최근 페루 등 남미 국가들이 한국의 앞선 독성제거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광해관리공단의 주요 기술은 선진국의 기술을 국내에 적용했다고 봐야 한다. 자연정화기술, 광물찌꺼기 독성 제거 기술은 본래 미국과 호주가 각각 개발했다.

애당초 한국은 이 기술을 흉내냈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미국 시설을 본뜬 자연 정화 기술의 경우 여러 번의 실패 끝에 자연정화에 필수적인 박테리아 증식에 필요한 온도와 pH(수소이온농도)를 한국 환경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 버섯퇴비와 석회석 같은 재료의 두께를 수질 농도와 특성에 따라 달리함으로써 정화 기능을 크게 강화하는 방법도 터득했다.

현재 세계적으로 광해 관리 및 복구에 들어가는 핵심 기술은 대략 35개 정도로 알려진다. 이 가운데 한국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네 가지 기술 확보에 연구 역량을 집중해 왔다. 네 가지 기술은 ▶자연정화기술 ▶광물 찌꺼기 독성 제거기술 ▶광산 지하 정보를 전산 프로그램화 하는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술 ▶ 광섬유를 이용한 지반 거동 예측기술을 말한다.

권현호 광해관리공단 산하 광해기술연구소 소장은 “이들 4개 기술은 선진국의 90% 수준에 와 있어 세계 무대에서도 얼마든지 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충북 음성군 꽃동네 건물 앞마당이 움푹 꺼지는 일이 벌어져 대피 소동이 벌어졌다. 무극광산 채굴 과정에서 생긴 공동(보통 높이가 100m에 이르기도 한다) 위에 건물이 생기면서 지반이 내려앉은 사건이다.

무극광산은 조선 말기부터 1992년까지 금을 생산했지만 그 뒤로 방치됐다. 현재 공단이 개발 중인 GIS기술은 지하 광산 정보를 모두 전산도면에 3차원으로 입력하게 돼 유사한 사건을 막는 데 효과적이리란 기대를 모은다. 광해관리공단은 지난해 중국 헤이룽장성 신싱탄광에 5000만원의 컨설팅 비용을 받고 이 기술의 일부를 수출하기도 했다.

신싱탄광 재난방지용 3차원 전산 시스템 개발사업에 참여하는 리청 헤이룽장성 전산센터 부주임은 지난해 GIS기술을 견학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그 자리에서 그는 “광해관리기술의 정보화와 디지털화가 선진적이며, 기술 합작이 성공하기를 희망한다”고 평가했다.

광해 방지기술이 경쟁력을 갖추자 해외 진출 의욕도 넘친다. 광해관리공단은 이들 기술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발전시켜 향후 10년 내에 동남아 광해시장의 1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이른바 ‘10-10’프로젝트)를 세웠다. 그러자면 현지에서 광해 방지기술 선진국들을 넘어서야 한다.

권현호 소장은 “우리가 가는 길은 선진국들의 방향과 다르다”고 성공을 자신했다. 그는 “선진국들은 광산 개발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만 광산찌꺼기 무해화 사업 등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같은 기술이라도 한국이 상대적으로 작은 비용이 들어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

특히 광해 복구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게 마련이다. 예컨대 말레이시아 마무트 광산의 광해 복구비용은 5000억원에 이른다고 호주의 한 컨설팅 업체가 분석한 바 있다. 개도국 입장에서 이러한 비용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공단 관계자는 “마무트 광산의 경우 복구 비용을 250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천연자원환경부 광물지구과학청의 자이널 아비딘 과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광해관리공단이 말레이시아 광해 복구 작업에 뛰어난 기술과 저렴한 비용으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고 신뢰를 보냈다. 광산개발권을 얻어 그곳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광해 복구비용을 대는 방안도 모색된다.

지난 10월 한국 지식경제부와 광해관리공단, 그리고 베트남 정부는 ‘광산지역 환경조사 및 기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베트남이 기술협력을 요청한 하롱베이 지역은 1994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자연유산으로 인접한 석탄광산 때문에 몸살을 앓는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광해 방지기술과 무연탄 채굴권의 맞교환 가능성이 타진된다.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광해관리공단이 우위를 가진 점들은 또 있다. 광산 피해는 뭐니뭐니 해도 기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도 동남아 국가들과 유사한 집중 호우가 자주 발생했다.

제프 스카우센 웨스트 버지니아대 교수는 “한국은 동남아 시장에서 토양 침식, 산사태, 경사면 안정화 등 집중 호우에 따른 광해 대처기술을 적용할 여지가 넓어진다”고 분석했다. 지리적·자연적 조건 말고도 또 다른 이점도 있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국가가 지분을 가진 사업이 많아 준공기업인 광해관리공단이 선진국의 민간기업보다 더 큰 믿음을 주는 측면이 있다”고 정명채 교수는 평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 안에서는 광해관리공단의 해외시장 진출이 자칫 실속 없는 잔치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공기업 슬림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광해관리공단은 2012년까지 전체 인력(194명)의 11.3%(22명)를 줄여야 하는 숙제를 떠안고 있다.

이런 판국에 해외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할 경우 조직과 인원이 늘기 십상이다. “국익 창출이라는 측면에선 해외 진출에 수긍하지만 해외사무소 개설 등 외형의 확대는 성과를 봐가면서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런 시각과 무관하게 광해 방지시장은 외화 획득의 중요한 통로가 될지도 모른다.

당장은 틈새시장에 머물지만 조만간 엄청난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국민 소득이 4000달러 대에 진입했던 1980년대 후반에 정부가 이 사업에 팔을 걷어붙였다. 지금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소득은 1000~6000달러에 이른다. 앞으로 환경에 대한 수요 증가가 점쳐진다.

일각에선 개도국의 경제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세계 광해관리 시장 규모가 200조원에 이른다고 추산한다. 이와 관련해 김선준 한양대 교수는 “한국이 그랬듯이 개도국들이 투자여력을 가지고 광해 복구사업에 나설 경우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한국은 개발시대에 성장에 치중하고 환경을 등한시하는 바람에 막대한 복구비용을 쏟아붓게 됐다.

한국이 걸어온 길이 개도국에 타산지석이 될 수 있다. 광해관리공단의 박상배 대외협력실장은 “개도국들은 한국의 사례를 모델 삼아 개발과 환경을 동시에 추구하는 혜안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광해기술 수출은 실리를 떠나 한국의 대외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 과정에서 생길 한국과 개도국 사이의 연대감은 논외로 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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