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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글로벌 톱5 된다”

“2020년 글로벌 톱5 된다”

▎현대모비스 내 전파무향실에서 외부 전파에 의한 부품 오작동 여부를 체크 중인 연구원.

▎현대모비스 내 전파무향실에서 외부 전파에 의한 부품 오작동 여부를 체크 중인 연구원.

세계 최초의 자동차용 전자식 에어백은 1968년 미국의 발명가 앨런 K 브리드에 의해 개발됐다. 안전벨트 착용률이 미미하던 당시 이를 대체할 제품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안전벨트와 에어백은 대체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 관계다. 에어백이 터지는 부위에 적힌 ‘SRS Airbag’이란 문구가 이를 말해준다.

SRC란 ‘안전벨트를 보조하는 역할(Supplemental Restraint System)’이란 뜻이다. 실제로 안전띠와 에어백을 모두 장착하면 안전띠만 맬 때보다 사망률이 절반 이상 낮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달 초 에어백 생산 2000만 개를 돌파한 현대모비스가 그런 ‘시너지효과’ 극대화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 첫 결실은 얼마 전에 이뤄진 자동차 전기·전자부품 전문회사인 현대오토넷 인수다. 미래 자동차산업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지능형’ 자동차 개발에 대비하려는 조치다. 모비스는 지금까지 각종 에어백과 램프 외에도 미끄럼방지장치(ABS), 전자식 주행안전시스템(ESC), 전자제어식 파워스티어링(MDPS) 등 자동차 핵심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계기로 최첨단 센서와 ‘제어 로직(control logic)’을 결합한 새로운 ‘통합형 모듈’ 개발에 뛰어든다. 전호석 모비스 기술연구소장(부사장)은 “가령 차선을 이탈한 자동차를 원래 차선으로 되돌리려면 차선 인식 센서기술에 조향기술이 접목돼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치밀한 접근과 고려가 요구될지 모른다. 역설적으로 운전의 안정성이 높아질수록 운전자가 속도를 높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시속 140~160km까지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라면 그럴 위험이 더 커진다. 특히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 문제’가 뒤따른다.

“앞으로 이 같은 ‘무인 자동차’가 현실화할 경우 만취 운전자가 대리운전을 포기하고 ‘집으로!’라고 신호를 보내고 가다가 충돌사고가 났다고 가정해 보자. 이때 사고는 운전자의 실수인가, 아니면 자동차 메이커의 문제인가, 아니면 내비게이션의 문제인가? 이는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이 같은 ‘미래형 자동차’의 출현을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다. 모비스가 2020년까지 자동차부품업계 글로벌 ‘톱5’ 진입을 목표로 2015년까지 연구개발비로 1조2000억원을 투자하려는 이유다.

김동진 현대모비스 부회장은 “올해 약 12조원(약 88억 달러)의 매출을 2015년엔 두 배 가까운 22조원까지 늘리고 핵심 부품의 매출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런 모비스에 지난 6월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자동차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가 매년 발표하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톱 100’ 순위에서 모비스가 OEM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19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지난해 27위에서 8단계 상승했다). 지금까지 모비스가 여러 기능을 통합한 모듈 외에도 최첨단 브레이크·에어백·조향장치 등 핵심 기술개발에 힘쓴 결과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교수는 “완성차의 생산순위와 부품업체 매출순위를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전 세계 수천 개의 부품업체 중에서 국내 업체가 20위권에 든 일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비스는 아직 배가 고프다. 현대·기아차가 생산대수 기준으로 세계 6위를 달리지만 모비스는 이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6위와 19위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이호근 교수는 “부품업체들의 영세성과 기술력 부재, R&D 투자 부족”에서 근본적인 이유를 찾았다. 자동차 생산 역사가 짧다 보니 군소 협력업체들은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얘기다. 실제 가장 큰 격차는 해외 판로의 부족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자동차 부품업계 세계 1위인 독일의 보슈(지난해 매출 340억 달러)는 BMW뿐 아니라 전 세계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한다(“전세계 자동차에 보슈의 부품이 안 들어간 차가 없다”고 이호근 교수는 말했다). 2위인 일본의 덴소(지난해 매출 약 280억 달러)도 도요타를 비롯해 전 세계의 수많은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수출한다(업계에선 “도요타의 기술력을 보려면 덴소를 먼저 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모비스가 현대·기아차 매출에 지나치게 기대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런 인식에 따라 모비스도 2000년 중반부터 외국의 완성차 업체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왔다. 그 결과 2004년 크라이슬러에 완성형 섀시모듈 공급을 시작으로 올해 6월엔 폴크스바겐에 2000만 달러의 전방 램프, 10월엔 BMW와 GM에 각각 9000만 달러의 후방 램프와 주차 브레이크 수출을 성사시켰다.

특히 지난 9월 2일에는 크라이슬러그룹으로부터 약 20억 달러 규모의 전방 섀시모듈 및 후방 섀시모듈을 수주했다. 최근 일고 있는 친환경차 붐을 타고 모비스는 지난 11월 초 LG화학과 친환경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팩의 연구개발과 생산·판매를 위한 합작계약도 체결했다(LG화학은 얼마 전 GM의 전기자동차 ‘시보레 볼트’에 6년간 배터리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내년 초 합작회사가 출범하고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에 들어간다. 리튬이온 전지는 하이브리드차·전기차·연료전지에 모두 적용되는 ‘공용기술’로 주행거리와 연비 등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다(기존의 니켈수소전지에 비해 에너지 효율성이 50% 이상 뛰어나다).

이호근 교수는 “2015년께면 전체 자동차의 50%를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가, 나머지 50%를 내연기관차가 차지하고, 2025~2030년께면 내연기관 자동차는 박물관에서나 보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비스와 LG의 상호보완적 관계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두 회사의 만남은 미래 친환경자동차에 쓰일 핵심 부품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이 74만 대에서 2019년엔 1293만 대로 크게 확대되리라 예상한다. 두 회사가 낼 시너지효과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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