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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자료, 정부 예산편성 때 중요 정보로”

“물가자료, 정부 예산편성 때 중요 정보로”

“설립 당시만 하더라도 누구도 경제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얼마나 커질지, 얼마나 많은 자료와 정보들이 필요할지 감히 상상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김철운(75) 한국물가협회장의 얘기다. 그가 물가협회를 세운 것은 37년 전인 1973년. 변변한 경제 통계조차 없었던 시절이다. 김 협회장은 개발경제시대를 연 1960년대 기업경영연구소(고려대 부설)와 한국산업경영기술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정확한 물가 조사기관이 고도 경제성장의 필수요소”라고 판단했다.

그는 “1960년대 우리나라가 고도성장 정책을 통해 정부재정 규모가 커지고 있던 상황임에도 농업통계에만 의존하고 있던 실정이었다”며 “관과 민의 견제와 협력 속에 공정한 조사기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받지 않아이후 그는 줄곧 물가와 경제 통계에 묻혀 살았다. 협회 설립 당시 이사장이던 그는 1986년부터 지금까지 협회장 직을 맡고 있다.

한국물가협회는 전문가격조사 및 원가조사용역 분야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전문가 집단이다. 이 협회는 정부 지원 없이 100% 순수 자체사업을 통해 운영된다.

산업자재는 물론 생활용품에 이르기까지 각종 실물경제 동향을 조사·분석·연구하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매달 발행하는 『월간 물가자료』는 산업자재 20만여 품목을 지역별, 유통 단계별, 거래 조건별로 수록한다. 정부지정지 1호인 이 잡지는 정부 예산편성이나 민관의 자재 구매 시 중요한 정보로 활용된다.

협회가 발행하는 『종합 적산자료』 역시 건설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실무지침서다. 이 자료는 건설공사의 단위당 공사비를 매년 개정되는 표준 품셈에 맞춰 수록한 정보다. 표준품셈이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의 경우 공사비는 1430개 항목으로 나뉘어 정부 고시가격에 따라 산출되는데, 이때 적용되는 정부 고시가격을 말한다.

『정부인증 우수제품정보』는 신제품, 신기술, GS인증, 친환경제품 등 인증제품을 총망라한 국내 유일의 인증관련 전문서적이다. 김 협회장은 미래 예측에도 관심이 많다. 그는 “이제 정확한 미래 예측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라며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세계 경제의 동향을 먼저 파악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회가 투자한 코리아PDS는 그런 배경에서 출범한 회사다. 이 회사는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시장 환경에서 기업이나 투자기관이 신속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정보를 제공하고 컨설팅 작업을 수행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통계, 이를 바탕으로 한 분석 자료 등 종합적인 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합리적 구매 의사결정에 활용할 수 있는 고객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김 협회장의 설명이다.

“앞으로는 더욱 예민하게 변화하는 정보와 환경 속에서 가격 형성이 이뤄질 것입니다. 바로 대응 가능한 내일을 미리 아는 것이 세계 기업들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이 남보다 한발 앞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인 것이죠.” 그는 인터뷰 내내 ‘신용’과 ‘공정’을 강조했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물가는 매우 유동적이고 민감하다. 정부가 물가지수를 발표한 시점에는 이미 물가가 변해 있다. 자연히 체감지수와 괴리를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체감지수와의 차이를 줄이기 위해 정확한 물가지수 개발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조사 과정에서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 협회장은 “물가협회를 경영하면서 흔들리지 않았던 원칙이 공평무사의 정신”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협회의 특성상 ‘지수의 정확성과 공정성’은 그가 늘 강조해 왔던 원칙이다.

“40년 가까이 한국 경제 성장과 함께하면서 정보화 사회란 정확한 정보 공유를 기반으로 신용이 있는 사회라는 정의를 내리게 됐죠. 신용사회는 더불어 사는 사회, 즉 도덕성 회복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런 생각에서 그가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것이 도덕성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충·효·예 실천운동본부’다. 어찌 보면 경제와 상관없는 비정부기구(NGO) 단체처럼 보이지만 김 협회장의 생각은 다르다.

“경제와 정신은 서로 관계없는 분야로 보이죠. 하지만 경제와 정신이 융화돼야만 신용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이 단체를 통해 제2의 건국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바로세우기 국민운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선진국가로의 도약은 무엇보다 국민 의식 개혁이 뒤따라야 합니다. 신용은 곧 경쟁의 가늠자이고, 도덕성 회복이 바로 신용의 근간입니다. 충·효·예 실천 운동을 통해 우리의 정신을 되찾아야 합니다. 나라가 바로 서야 경제가 살고 국민이 삽니다. 충·효·예가 범국민적으로 일상화된다면 그 어떤 경제회생 대안보다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경제와 정신의 조화이 단체의 슬로건은 ‘나라사랑, 부모사랑, 이웃사랑, 자연사랑’이다. 대외활동이 대단히 활발하다. 경제와 안보, 통일, 외교 분야 등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이 필요하다는 모든 분야에서 활동을 펼친다. 최근 시작한 ‘세계평화 실천운동본부’ 역시 그런 일환이다.

“세계 평화의 실질적인 실천을 위한 운동과 충·효·예 문화의 보급을 통해 인류의 의식 개혁을 이루고, 진정한 글로벌화를 이루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이 운동본부의 설립 배경이다. “세계평화테마파크 건설, 세계평화대학 설립 등 다양한 민족문화를 교류하고 배울 수 있는 공간조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내 것을 완전히 소화하면서 남의 것을 익혀나갈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세계화의 첫걸음이죠.”

김 협회장은 “세계평화봉사단, 청소년훈련원, 의료봉사, 인성교육 등 다양한 영역의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한국이 중심이 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운동을 통해 우리나라가 세계평화의 중심국가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그것이 곧 경제의 중심이자 문화를 선도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철운 협회장은 “물가협회가 한국 경제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고 자부한다”며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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