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cope - InternationaList

scope - InternationaList



‘오바마 독트린’은

현실주의와 이상주의의 결합

DEFINING THE OBAMA DOCTRINE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08년 대선 유세 당시 부시 행정부의 강경 일변도 외교정책에서 탈피해 안보와 자유의 적절한 균형을 회복하겠다고 공약했다. 대통령에 취임한지 며칠 뒤에는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고문을 금지해 진보진영을 들뜨게 했다.

실제로 수용소 폐쇄 절차에 들어갔고, 군사재판 종식을 꾀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도 부시의 대테러 정책 중 다수가 고스란히 유지된다. 좌파 진영의 비판자들은 “부시의 추종자”라고 오바마를 공격했고, 우파 진영의 대표격인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오바마가 적을 이롭게 한다고 맹비난했다.

어느 쪽이 옳을까? 또 오바마 행정부는 테러와의 싸움에서 어떤 철학을 견지할까? 사실 양 진영의 비판은 모두 틀렸다. CIA의 강화된 심문절차를 폐지하고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은 미국의 글로벌 이미지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 개혁이다. 군사시설에서의 무기한 감금과 영장 없는 도청 등 아직 유지되는 미국의 대테러 정책은 이제 법률적 토대가 더 견고해졌다.

오바마의 변호사들이 의회의 조언과 법원의 도움을 구하려 노력한 결과다. 이런 변화는 단지 과시용이 아니라 중요한 개념상의 변화를 뜻한다. 부시 행정부 때는 정책을 수립할 때 자국민 보호의 필요성 못지않게 이념의 정당성을 중시했다(그러나 이 같은 오만은 역설적으로 대통령 권한 강화의 명분을 뒷받침하기보다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나 오바마는 다른 전제에서 출발한다. 테러와의 싸움에서 미국이 이용하는 수단도 법의 원칙에 따라야 하며 의회와 사법부의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가치를 향한 오바마의 신념을 극단적인 낙관주의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는 미국이 허무주의에 빠진 적과 싸우는 현실을 잘 이해한다.

따라서 미국의 이상과 꼭 일치하지 않는 방식으로 법을 적용할 가능성도 있다. 가령 9·11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가 뉴욕시에서 공개재판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오바마가 미래의 알카에다 용의자라면 군사시설에 수용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도 다분하다(선뜻 내키지는 않더라도).

더군다나 오바마는 수사관들의 고문행위를 법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금지했다. 다시 말해 언제든 마음을 바꿀 소지가 있다는 말이다. 오바마는 한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울 만큼 신중하고 균형 잡힌 접근법을 취한다. 냉철한 현실주의와 고매한 이상주의의 결합이다. 앞으로 가시화될 ‘오바마 독트린’의 핵심이다.

DANIEL KLAIDMAN



FRB는

출구전략 준비해야

BAILING OUT OF THE BAILOUTS
지난여름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가 돼버렸다는 비판이 최고조에 이르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정부 기관과 기업들이 다시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재무상태가 건전한 대형은행들은 6월이 되자 정부의 부실자산 구제자금을 상환했고, 9월에는 재무부가 3조4000억 달러 규모의 금융권에 대한 보증을 해제했다.

얼마 뒤엔 파산 위기까지 몰린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그룹, 웰스 파고 같은 은행들이 수백억 달러를 끌어모아 정부의 구제금융을 상환했다. 그런 출구전략은 손쉬운 전략일지 모른다. 그러나 거시경제 정책의 두 가지 중요한 분야에서 정부의 출구전략에 의문점이 남는다.

첫째, 주택 부문이다. 여전히 고전하는 주택시장에 대한 연방정부의 개입이 올해 오히려 늘었다. 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협회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9월에 만기가 연장된 모기지의 45%를 인수했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납세자들은 여전히 국책 모기지회사인 ‘패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소유주다.

게다가 계속 낮은 모기지 금리를 유지하려고 연방정부는 주택저당증권(MBS)을 대량 매입했다(현재까지 8540억 달러). 둘째는 금리다. 대공황을 막으려고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단지 재정적 도구와 모기지에 대한 보증으로 연방정부의 지출을 늘리기만 하진 않았다.

연방기금 금리도 거의 0% 수준으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제로금리 정책은 은행들의 회생엔 도움을 주겠지만 일반 예금자에게는 독약이다. 게다가 저금리는 장기적으로 인플레를 유발한다. 전문가들은 고용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은행들이 보다 적극적인 대출에 나설 때까진 이 같은 저금리 정책이 유지되리라 예상한다.

현재 선물시장은 연방기금 금리가 내년 8월 무렵에야 0.5% 상승하리라 내다본다. FRB는 여전히 느긋한 태도다. 그러나 보다 강하고 신속한 조치가 더 나을 뻔했다. 주식시장과 전반적인 미국 경제는 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빨리 회복됐기 때문이다.

DANIEL GROSS



국민 지지 잃은 이란의 핵 야망

IRANIANS SAY NO TO NUKES
2010년이 되면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큰 반발이 이란 내부에서 나올지 모른다. 지난 6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통해 재선되기 전만 해도 이란 국민 대부분은 이란이 평화적 목적의 핵 기술을 보유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한술 더 떠 핵저지력 확보를 바라는 국민도 많았다.

파키스탄과 이스라엘이 모두 핵무기를 보유했는데도 왜 이란은 스스로를 방어할 수단을 가지면 안 되는가 하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많은 이란 국민은 이제 핵프로그램 하면 그 통제권을 가진 집단을 떠올린다.

자신들이 혐오하는 혁명수비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메디 카루비 전 의회의장 등 야당 지도자들은 지난해만 해도 평화적 목적의 핵프로그램을 지지했지만 6월 이후로는 침묵을 지켜왔다. 보복이 두려워 익명을 요구한 무사비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보안군이 워낙 잔혹해 사람들은 정부가 추구하려는 목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만일 서방이 수입 석유까지 포함해 광범한 제재를 가한다면 이란 국민은 다시 정부를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제재 범위를 혁명수비대 상층부의 은행계좌,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 여행비자 등으로 국한한다면 끓어오르는 국민의 반감이 더욱 거세질지 모른다.

MAZIAR BAHARI



‘녹색 무역전쟁’의 먹구름

THE COMING GREEN TRADE WARS
빈국과 부국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새로운 기후조약을 도출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녹색 무역전쟁’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유럽과 미국의 의원들은 자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는 교역 상대국들에 세금을 부과할 법안을 마련 중이다. 이 같은 ‘국경세’ 신설은 ‘이산화탄소 누출’을 막으려는 취지에서 거론된다.

가령 탄소배출 기준이 엄격한 유럽연합(EU) 회원국 소속 기업들이 탄소배출 기준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중국 같은 나라로 슬쩍 공장을 옮기는 경우를 막자는 얘기다. 물론 국경세 신설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지키지 않는 나라들이 온실가스 배출 비용이 높은 나라들에 철강·신발·전자제품 등을 수출할 때 누리는 불공정한 이익을 차단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다.

일부 옹호론자는 그런 세금이야말로 개도국의 글로벌 기후조약 동참을 유도할 ‘녹색 몽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통·법률·외교적 차원의 ‘악몽’이 예고된다. 환경보호의 변방국가들에 추가로 얼마의 세금을 물려야 할까? 가령 이산화탄소를 지나치게 배출하는 공장에서 만든 테니스화를 제조하는 업체에 말이다.

게다가 부품 공급망이 지구의 반에 걸쳐 있으면 누가 무엇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하나? “국제 교역에 악영향을 줄지도 모를 그릇된 방식의 배출감소를 금지한다”는 유엔기후협약의 구절은 별 효력이 없다. 대부분의 분석가는 향후 문제는 탄소세의 부과 여부가 아니라 부과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고정 관세, 세금 신설, 아니면 탄소배출권을 구입하라는 요구 중 무엇이 실효성이 있을까? 미국 민주당의 중량급 의원들은 온실가스 배출기준이 느슨한 나라들에 2020년까지 세금을 부과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이미 제출했다. 가뜩이나 개도국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상태에서 말이다.

MAC MARGOLIS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경북 고령군, K-Festival 2024 서비스 부문 대상 수상

2금융권 불합리한 PF수수료 적발…금감원 “관행 개선 추진”

3 대통령실 “연금개혁 3일 만에 대타협 어려워…22대 국회서 논의”

4 의협, 30일 전국 6개 지역서 촛불집회...“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

5천정부지 치솟는 코코아 값에...초콜릿·빼빼로 가격도 오른다

6김진표 “21대 국회서 연금 모수개혁 처리...구조개혁은 22대서 하자”

7정은보 KRX 이사장 “코리아 프리미엄 인정받도록 하겠다”

8 김진표 “국민연금 개혁, ‘채상병 특검법’ 보다 훨씬 중요해”

9“무제한 배달비 0원”…쿠팡이츠, 전국으로 확대 적용

실시간 뉴스

1경북 고령군, K-Festival 2024 서비스 부문 대상 수상

2금융권 불합리한 PF수수료 적발…금감원 “관행 개선 추진”

3 대통령실 “연금개혁 3일 만에 대타협 어려워…22대 국회서 논의”

4 의협, 30일 전국 6개 지역서 촛불집회...“한국의료 사망선고의 날”

5천정부지 치솟는 코코아 값에...초콜릿·빼빼로 가격도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