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제를 미리 읽어야 돈 번다
2007년 이래 은행가, 정책입안자, 최고경영자, 증시분석가, 전문가 같은 경제 주도층은 터무니없이 헛다리를 짚어 왔다. 경제 폭풍우를 몰고 올 먹구름이 드리우는 걸 미리 알아차리지 못했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할 때도 홍수를 내다보지 못했다. 경영자와 투자자, 소비자들은 2008년 내내 허물어지는 경제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기 바빴다.
사태가 예기치 않게 악화된 뒤에야 허리띠를 졸라맸고, 지붕이 무너진 다음에야 또다시 비용을 줄였다. 2008년의 대불황은 맹목적 낙관론을 깨뜨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8년의 경우 지나친 낙관론이 아주 위험했다면 경제 상황이 나아지는 요즘은 무분별한 비관론이 그 반작용으로 고개를 든다.
그 때문에 경제 주도층은 또 다른 변곡점을 읽지 못했다. 미국을 덮친 금융·산업 위기에 애를 태우는 사이 재무구조의 개선, 현실 직시, 경기 회복의 새싹 등과 같은 긍정적인 신호를 읽지 못했다. 과거 내리막길 경기에 끌려다니던 경제 주도층이 지금은 되살아나는 경기를 뒤쫓기에 급급한 듯하다.
경제가 회복세로 들어섰지만 미국이란 기업은 2009년 대부분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데 쏟아 부었다. 2009년 들어 상품재고는 11월까지 총 10개월 동안 줄었다. 2008년 10월~2009년 10월 소매유통업체들은 5000억 달러 수준에 달했던 재고를 4320억 달러 수준까지 낮췄다. 왜 그랬느냐고?
상품을 내다 팔 자신이 없어 주문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 수요가 늘어날 때 준비하지 않은 유통업체는 물건이 없어서 못 팔 수도 있다. 예컨대 옷을 구입하려고 의류 매장을 찾았지만 몸에 맞는 옷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나친 비관론은 다른 분야에서 훨씬 큰 피해를 낳았다.
2007년 10월~2009년 3월 다우존스 지수가 반 토막 나도록 눈 뜨고 지켜보던 증시 전문가 거의 모두가 이번엔 증시의 반등 시점을 예측하지 못했다. 헤지 펀드 운영자 대부분이 지난해 3월 이래 60% 반등한 증시를 뒤쫓아 갈 뿐 증시를 이끌어가지 못했다. 경제 예측기관들도 지난해 봄 경제 전반의 극적인 변화를 간파하는 데 실패했다.
경제학자들은 경제가 2009년 1분기까지 계속된 연율 6%의 경기위축을 예측하지 못하더니 2009년 6월부터 시작된 회복도 내다보지 못했다. 여전히 그들은 경제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 필라델피아의 연방준비은행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경제는 단지 2.4% 성장에 그친다.
감히 내가 2010년을 전망하건대 이는 너무나 비관적이다. 아마도 이보다 1.2%는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가장 무모한 낙관론자들조차 뱅크 오브 아메리카, 시티, 웰스파고가 4개월 안에 거의 1000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을 갚으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해냈다. 지난해 12월 23일 시티그룹과 웰스파고는 부실자산구제계획펀드(TARP fund)에서 빌린 450억 달러를 상환했고, 6개의 소형 은행 또한 이 같은 구제 프로그램으로부터 졸업했다. 앞으로 1년 후에는 부실자산구제계획펀드 같은 단어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게 분명하다.
물론 한두 분기 실적이 나아진다 한들 모든 비관론자가 생각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세상에는 이념적, 정치적 이유로 경제 회생을 직시하지 못하는 부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6년간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경제와 시장은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출신의 대통령이나 정책과 친화적이라는 믿음을 가진 얼간이들이 있다.
또 몇몇 전문가는 케인스 경제학이 더 이상 주효하지 않으며, 미국은 완전한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에 학자로서의 명성을 걸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이념과 무관하게 경제 회생 주장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자신의 급여나 주식 혹은 자산 가치에서 경제가 나아진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이 밀집한 미시간주의 해고 노동자나 브루클린의 해고된 잡지 편집자들에게 상황이 좋아진다고 한들 통하겠는가? 하지만 그들에게도 머지않아 뜻밖의 행운이 굴러 들어올 수 있다. 제아무리 정보 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들 거대한 경제 변화는 언제나 불시에 찾아온다.
2007년 모든 경제지표가 장밋빛으로 물들다가 느닷없이 발 밑이 무너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선 모든 게 끔찍하게 보일 뿐이다. 회사에 예기치 않은 주문이 들어오거나, 몇몇 대형 거래가 터져 회사를 살려주지 않는 한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모든 상황은 확연히 호전된 듯 느껴진다.
지금은 직접 눈으로 봐야 경기회복을 믿지 말로 떠들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경제 환경은 개선되지만 정작 사람들이 재정적, 심리적으로 회복을 온몸으로 느끼자면 몇 분기 더 성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본디 신용은 믿는다는 말이다. 2년 전에 터진 신용위기 이래 경제에 대한 믿음은 늘 모자랐다. 지금은 낙관적인 믿음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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