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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극심 … 묻지마 낙찰 조심해야

양극화 극심 … 묻지마 낙찰 조심해야

#1. 지난 1월 7일 서울 서부지방법원 5계 입찰법정. 서울시 마포구 당인동에 있는 24㎡(대지 20㎡) 규모 다세대주택이 나왔다. 1억3000만원에서 한 차례 유찰되더니 1억400만원에 경매가 나왔다. 이는 올 들어 최고 경쟁률이었다. 이날 서부지법에서 팔린 18건 중 1건으로 최고경쟁률 82:1의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2억4385만원에 팔렸다.

매각가율은 187.6%. 반지하 다세대주택에 이처럼 투자자가 몰린 것은 2008년 경매 사건으로 감정가가 저평가됐을 뿐만 아니라 한강변 개발에 따른 수혜가 중첩됐기 때문이다.

#2. 지난 1월 6일 서울 남부지방법원 4계 입찰법정에서는 서울시 구로구 구로동에 있는 두산 아파트 45㎡가 1억4720만원에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최초 감정가 2억3000만원에서 연거푸 유찰을 거듭하자 60명이 참여했다. 그러자 전 유찰가(1억8400만원)를 훌쩍 넘긴 2억120만원에 팔리면서 87.5%의 매각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1월 4일 서울 동부지방법원 6계에서는 2010년 첫 경매가 열렸다. 한 해를 시작하는 때인 만큼 열기도 뜨거웠지만 눈치보기도 극심했다. 새해 첫 경매인 만큼 그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했기 때문이다. 새해 첫 경매에서는 83건 중 12건이 변경·취하돼 총 61건이 매각에 부쳐졌다.

그중 28건이 팔리면서 45.9%라는 높은 매각률을 기록했다. 우리가 흔히 매각률이 40%를 넘기면 ‘묻지마 경매’라고 한다. 매각률이 50%를 넘기면 그때는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한다. 첫 번째 경매에는 모두 129명이 입찰에 참가해 물건당 4.6명이 경합을 벌였다.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몰렸던 건 지난 7일. 이날은 강남권 첫 경매가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중앙지법은 경매시장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시장이다. 매각물건 128건 중 22건이 변경·취하돼 실제 진행된 물건은 106건이었다. 그 가운데 42건이 새 주인을 찾아 39.6%의 매각률을 기록했다. 이 역시 40%에 육박하는 높은 매각률이었다. 경매정보제공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는 지난해 중앙지법 평균 매각률(33.8%)보다 5.8%포인트 이상 오른 수치다.

반면 매각가율은 76.3%로 지난해 평균(79.7%)보다 3%포인트 이상 내렸다. 매각률은 오르고 매각가율은 내리는 상반된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는 2010년 경매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현주소가 그대로 투영된 결과라 하겠다. 2010년 경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매우 높다.

하지만 연초 부동산 시황이 상승 요인과 하락 요인이 공존하는 국면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지 못한다. 이는 투자자들의 조심스러운 행보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2010년 1분기 경매 시황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양극화로 특징 지어진다.


어느 해보다 경매 열기 뜨거워과거와 달리 지역에 대한 선호보다 가격 경쟁력이 투자 1순위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2회 이상 유찰된 물건은 지역은 물론이고 종목도 불문하면서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예상된다. 개발 호재로 점 찍힌 물건 역시 여러 투자자가 가세해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과열 현상이 빚어지고 있을까?

연초 경매 시황은 그해의 경매 시장을 가늠할 수 있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조기에 경매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조급해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2010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이다.

실물경기 회복이 본격화되고, 6월 지방선거 등 국지적 호재가 발생하고, 마땅히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시중의 풍부한 유동자금 중 일부가 부동산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점도 부동산 가격 상승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에 따라 경매를 통해 투자 선점이라는 위치를 노리려는 투자자들이 연초부터 경매법정으로 발길을 재촉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아파트 투자는 지역별, 평형별 세분화 및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로 나눠보면, 버블 세븐 지역은 실수요자가 주도하고 비 버블 세븐 지역은 투자자가 시장을 주도한다. 또 대형 물건보다는 중소형의 인기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세권의 중소형 아파트는 치열한 경합을 예상해야 한다.

재건축 규제 완화가 기대되는 강남권 물건은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혼전으로 매각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연립·다세대는 뉴타운이나 재정비촉진지구 등 개발 호재지역의 열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각가는 지난해와 달리 오히려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와 같은 가격 불문, 지역 불문하고 일단 낙찰 받고 보자는 묻지마 식의 경매는 올해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근린상가는 실물경기가 그대로 투영되는 민감도가 높은 물건이다. 테마상가 등은 공급과잉과 경기 침체 여파에 따른 후유증으로 고전이 예상된다.

반면 잦은 유찰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물건이나 리뉴얼 과정을 통해 상권 회복이 가능한 물건은 지역을 불문하고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떠오를 것이다. 토지의 경우, 올해 30조원에 이르는 토지보상금이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2005년 이후 사실상 동면 상태에 빠진 토지시장에 적잖은 온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제한구역과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 가능 지역, 택지개발지구 등 토지보상 인근 지역은 개발 후광 효과를 등에 업고 열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있다. 2010년 입찰에 참여할 때 지켜야 할 몇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법원 감정가와 시세는 달라첫째, 입찰참여자는 확고한 투자원칙을 정해야 한다. 항상 하는 얘기지만 실천은 어렵다. 투자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장 분위기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입찰 참여 전에 철저하게 수익성을 분석해서 응찰 예정가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정한 후 응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가 낙찰, 묻지마 낙찰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다.

둘째, 현장조사를 통해 시세파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최근처럼 거래사례가 단절된 경우에는 시세를 파악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경매의 제1 전제가 시세보다 싸게 산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기준이 되는 시세파악이 잘못됐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적잖은 투자자가 법원 감정가를 시세로 오인하고 한발 앞서 투자했다가 보증금을 날리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다.

법원 감정가는 어디까지나 감정가일 뿐이다. 시세는 따로 있다는 점을 반드시 짚고 있어야 한다. 셋째, 명도비 등 부대비용을 챙겨야 한다. 토지 경매 외에는 ‘명도 없는 경매 없고 명도비 없는 명도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보증금을 전액 배당 받는 임차인이 아니라면 금액의 많고 적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명도비를 반드시 챙겨놔야 한다.

그 밖에도 취·등록세 등 세금과 밀린 관리비 유무도 확인해야 하겠다. 넷째, 현재가치보다는 미래가치를 따져야 한다. 매각기일은 입찰 참가자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을 정하는 날에 불과하다. 매각기일로부터 잔금을 납부하고 명도를 마쳐 온전히 재산권을 행사하기까지 약 3개월 내외가 걸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2월 1일 아파트를 낙찰 받았을 경우 입주 시점은 5월 내외가 된다. 매각 시점의 가격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산권 행사 시점인 5월 가격을 기준으로 수익을 따져야 한다. 수익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기준이 되는 자신의 목표치도 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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