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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쟁 해외 M&A로 뚫자”

“글로벌 경쟁 해외 M&A로 뚫자”

▎윤영각 삼정KPMG 회장.

▎윤영각 삼정KPMG 회장.

“아시아의 시대가 온다고 한다. 그러나 중국이 떠오른다고 해서 한국이 덩달아 부상하는 건 아니다.”

윤영각 삼정KPMG 회장은 “한국이 현재 경제위기를 기회로 잘 활용해야 한다”며 “특히 가격이 낮아진 해외 알짜기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윤 회장은 “지난해 중국은 해외 기업 인수 건수와 규모를 대폭 늘렸고 일본은 규모는 줄었지만 인수한 기업 수는 약 50% 더 증가했다”고 비교했다.

회계·컨설팅 회사 삼정KPMG가 지난 21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연 신년경제포럼에서 윤 회장은 “경기가 회복되다가 다시 주저앉는 더블 딥은 가능성이 낮고 오더라도 그 규모가 작을 것이므로 더블 딥을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윤 회장이 ‘기대를 넘어 대도약으로’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내용.

지금보다 더 큰 도약을 위해서는 기대를 뛰어넘는 성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국경을 넘어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야 한다. 지난해 국경 간 M&A 건수는 약 1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8% 늘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1110억 달러로 17% 증가했다.

중국의 해외 기업 M&A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중국은 해외 기업을 575개 사들였다. 2008년 511개보다 12% 더 많이 M&A했다. 거래액으로는 557억 달러로 전년의 296달러보다 88%나 늘렸다. 일본은 거래 규모는 367억 달러로 전년의 459억 달러보다 20% 줄었지만 거래 건수는 285건으로 전년의 191건보다 49% 많아졌다.



일본 기업들 기술력 보완 위해 M&A같은 기간 한국은 M&A 건수가 48건으로 전년의 51건보다 소폭 감소했고 규모는 71억 달러로 전년의 96억 달러보다 25% 줄었다.

중국 국부펀드는 금융위기 이후 해외 투자를 확대해 값이 떨어진 매력적인 자산을 사들였다. 중국 은행들은 금융위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이전까지 홍콩 금융계로 주로 진출하던 중국 은행들은 2006년 이후부터 글로벌 투자은행(IB) 업계로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금융당국은 미국 내 투자규정을 완화해 중국 금융회사들이 미국의 부실 중소 은행을 더 많이 매입할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미국 내에선 140개 은행이 파산했다.

중국 자본은 미국 내 아시아계 은행을 우선 인수 대상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인지도를 높이면서 미국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은 해외의 유수 자동차회사들을 인수함으로써 선진 기술을 획득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고자 한다.

지리차가 포드의 볼보 브랜드 인수를 타진 중이고 베이징자동차는 GM사브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또 자원과 에너지 확보에 가장 적극적인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2009년 들어 약 32건의 에너지 부문 인수를 완료 또는 진행 중이며 주로 석유·가스, 신재생에너지, 채탄업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투자를 통해 선진 금융기법과 해외 영업망 확보에 나서고 있다. 세계 44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다이와증권은 영국계 종합 금융자문회사인 클로스 브러더스를 인수함으로써 유럽 지역 영업력을 강화했다. 클로스 브러더스는 1853년에 설립된 오랜 전통의 금융회사로 유럽 전역에 폭넓은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국내 기업 중 LS전선 등 주목

일본의 전자·통신회사들은 자사가 취약한 분야의 기술을 해외기업 인수를 통해 획득하고 있다. 예를 들어 캐논은 대형 복사기 기술이 뛰어난 네덜란드의 OCE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제약회사 다이닛폰스미토모는 불면증 치료제와 중추신경계 관련 의약품에 경쟁력을 지닌 미국의 세프라코를 사들였다. 다이닛폰스미토모의 기존 주력 제품은 고혈압·협심증 치료제였다.

자원과 에너지 분야에서도 일본은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약 23건의 에너지 부문 인수를 완료 또는 추진했다. 우리나라 역시 해외 자원·에너지 기업 인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에 비해 거래 건수 및 금액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 한국도 2700억 달러의 외환보유액이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올라가 외국 자산이 상대적으로 싸졌다. 게다가 아직 해외 자산이 저렴한 상태다. 위기 속에 더 큰 기회가 있다. 이번 경제위기를 맞아 면밀하게 준비하고 투자한 펀드들은 높은 성과를 냈다. 이는 과거 경험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저축대부조합 위기 이후 투자한 펀드는 60% 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걸프전 이후 투자한 펀드의 수익률은 70%를 넘었다. 인터넷 버블 붕괴 이후 들어간 펀드는 30%를 차익으로 챙겼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 등을 볼 때 현재 시점에서 투자해도 늦은 게 아니다. 더블 딥이 오더라도 움츠리기보다는 오히려 투자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국경 간 M&A에 능한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이긴다.

대표적인 기업이 시스코다. 네트워크 장비 업체인 시스코는 2000년대 들어 89개 회사를 사들였다. 시스코는 이번 경제위기 속에서도 12개 업체를 인수했다. 인도의 철강업체 아르셀로 미탈과 풍력발전 업체 수즐론 역시 국경 간 M&A로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국내 기업 중에선 LS전선과 STX중공업이 돋보인다.

LS전선은 미국 기업을 인수한 뒤 이를 발판으로 중국 기업을 추가로 사들임으로써 중국 시장 공략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했다. LS전선은 2008년 주식 공개매수로 미국 슈페리어에섹스 지분의 94%를 9억 달러에 매입했다. 이를 통해 세계 전선업계 순위를 7위에서 3위로 단숨에 끌어올렸다.

LS전선은 이어 지난해엔 중국 홍치전기 지분을 75% 인수했다. 홍치전기를 인수하는 데에는 슈페리어에섹스의 영업망을 활용해 얻은 정보가 도움이 됐다. 홍치전기 인수는 진입장벽이 높은 중국 전력 케이블 시장을 뚫는 기반을 마련한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홍치전기는 중국 정부가 1968년 국가 기간산업 육성 차원에서 설립한 중견 전선업체. 중국 내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다. LS전선이 자체 기술력과 중국 판매법인인 LSIC의 판매망, 그리고 홍치전기의 고객 네트워크를 잘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내면 중국 1위 전선업체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TX중공업은 지난해 네덜란드 풍력발전 업체 하라코잔을 인수했다. 네덜란드는 풍력발전 용량이 우리나라의 10배에 이르는 이 분야에서 앞선 국가다. STX그룹은 하라코잔 인수를 통해 STX엔진·STX엔파코·STX에너지 등 관련 계열사들에 신규 사업을 파생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경제는 무역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바로 두려움”이라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되새겼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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