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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 기업? 앞으로 3년 가치를 내다봐라”

“될 기업? 앞으로 3년 가치를 내다봐라”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 미리 준비해 온 인터뷰 자료 2부. 과연 20년 동안 꼼꼼히 쓴 투자 일기를 모아 책으로 펴낸 저자다웠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여의도를 주름잡은 펀드매니저 최남철(49)씨가 『꿈의 기울기에 투자하라』는 책을 냈다. 잠시 바이오 벤처회사 대표로 외도를 하긴 했지만 그의 투자 감각은 녹슬지 않았는지 시장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전략연구소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같은 쟁쟁한 투자 전문가들이 추천했을 뿐만 아니라 한 증권사 사장은 이 책을 대량 구매해 전 직원에게 나눠줬다.

특히 과거 펀드업계의 굵직한 사건과 비화를 생생하게 담아냈다는 평이다. 인기 저자로 펀드업계에 컴백한 그를 1월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는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폈고, 투자자 교육을 강조했다.



국내·해외 비중 7대 3 적정


>> 책을 내고 나서 달라진 것이 있나?“(웃음) 약속이 좀 많아지긴 했다. 후배들과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썼다. 펀드산업은 마라톤과 같아서 젊은 펀드매니저의 재바른 행동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노련함과 경험이 중요하다. 워런 버핏(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나 마크 모비우스(템플턴자산운용 회장)도 고령이지만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펀드매니저라면 책임감을 갖고 투자자를 평생 파트너로 삼아야 한다.”



>> 평생 파트너가 되면 좋지만 수익률이 ‘반 토막’ 난 이후 투자자들이 제도권 전문가를 믿지 않게 됐다. 직접 투자에 나서는 투자자도 많다.“직접 투자를 하려면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한다. 남들이 주식 투자한다고 같이 휩쓸리면 낭패를 볼 수 있다. 꼭 주식에 투자하고 싶다면 절반은 펀드에, 나머지 절반은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일단 돈을 맡겼으면 운용사를 믿는 게 좋다. 하지만 돈을 맡기기 전에 세 가지를 꼭 따져봐야 한다. 이른바 펀드 투자 ‘삼하 원칙’이다.”

그가 말하는 ‘삼하 원칙’은 이러하다. 첫째, 언제 가입하고 환매할 것인가. 자금 계획과 목표 수익에 맞춰 결정하도록 한다. 둘째, 누가 운용하는가.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의사 결정의 독립성이 보장된 운용사와 내 성향에 맞는 펀드매니저를 찾는다. 회사를 자주 옮기는 철새형 펀드매니저나 도덕적이지 못한 최고경영자(CEO)는 경계해야 한다.

셋째, 운용 철학과 원칙 그리고 성과를 본다. 편입 종목이 자주 바뀌고 주식 편입 비율의 기복이 큰 펀드는 좋지 않다. 운용사가 매월 발표하는 운용보고서, 제로인 같은 펀드평가회사의 홈페이지, 증권사의 분석 자료 등 요즘은 조금만 발품을 팔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적어도 약관, 운용자, 판매자, 수수료, 세금 체계는 알고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그럼에도 환매를 고민하는 투자자에게 조언한다면?“최적기는 아니지만 지금은 펀드에 가입할 때다. 지난해 유동성 장세에서 연말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탐색기간을 거쳤고, 올해 들어 실적 장세로 바뀌었다. 금리인하, 경기부양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시장이 아직 저평가 받고 있다는 것 역시 시장을 좋게 보는 이유다.”



>> 그렇다면 올해 어떤 펀드가 유망할까?“일반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적립식으로 조정 때마다 가입하기를 권한다. 성장주 펀드보다 가치주 펀드가 금리 인상에 둔감해 상대적으로 유망하고, 달러 약세로 원자재 관련 펀드 수익률은 당분간 좋을 것 같다. 국내와 해외는 7대 3 정도로 분산하고, 브라질·인도·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외 투자에는 환리스크가 따르므로 늘 신중해야 한다. 또 올해부터 공모펀드에 거래세(주식 매도 금액의 0.3%)가 부과돼 매매 회전율이 낮은 가치주·중소형주 펀드와 인덱스 펀드가 유리하다.”



>> 1월 25일부터 펀드 판매사 이동제도가 시행됐다. 어떤 판매사가 좋은 판매사인가?“수수료에 집착하지 말고 판매사의 자산관리 능력과 서비스, 사후관리를 봐야 한다. 굳이 꼽으면 자산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제 이동하는 투자자가 많을 것 같진 않고, 운용사들의 자체 정화가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는 올해 코스피 시장이 20~2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상업용 부동산 문제, 선진국 소비 부진, 출구전략 같은 변수를 항상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평소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는 편인가?“꼭 그렇진 않다. 다만 올해는 세계적으로 경기가 회복되는 분위기고 상반기에 재정 확대 정책이 지속될 것이기 때문에 저울의 추가 낙관론 쪽으로 기울었다.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역시 양호하다. 무엇보다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상승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최남철의 10대 투자 금기사항

▎최남철의 10대 투자 금기사항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달라


>> ‘꿈의 기울기’가 뭔가?“가치와 방향성을 뜻한다. 말하자면 실적이 증가하는 모멘텀이다. 기업의 주가는 미래 가치를 앞당겨 반영한다. 꿈의 기울기가 가파를수록 그 ‘가불연수’가 단축되는 셈이다.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다. 고용과 이익을 창출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라면 좋은 주식은 투자 기간 내에 기대수익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는 주식이다.

기업의 실적이 꿈의 기울기를 이룰 때 좋은 기업이 좋은 주식이 된다. 가령 현대중공업이 10만원일 때 투자해서 50만원일 때 빠져나온 투자자가 있고, 50만원일 때 들어가서 17만원일 때 파는 투자자가 있다. 이익이 가파르게 좋아지는 순간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이 모멘텀을 찾으려면 적어도 올해, 내년, 내후년 3년 동안 영업 환경과 미래 이익 창출 능력을 내다봐야 한다.”



>> 책에서 ‘주도주에 집중하라’고 했다. 올해 시장을 이끌 종목은?“정보기술(IT)·자동차주 전망은 여전히 밝지만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듯하다. 환율방어주인 내수주, 원자력 관련주 등이 새 주도주로 유망하고, 이머징마켓의 설비 투자 증가로 기계·건설주 역시 좋게 본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종목이 한국전력이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에 따라 자산 재평가라는 호재까지 있어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주식 투자를 ‘풍선 불기 놀이’에 비유했다. 납작한 상태의 풍선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배인 주식이고 여기에 바람을 불어 넣으면 미래 가치가 부풀어 오른다는 것. 하지만 거품이 끼면 풍선은 터지고 만다고. 그의 진지한 눈빛이 앞으로 투자자 교육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겠다는 굳은 결심을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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