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결혼을 허하라”
“동성결혼을 허하라”
나는 캘리포니아주의 주민발의안 8을 무효화하도록 연방법원을 설득하려 애쓰는 중이다. 주민발의안 8은 캘리포니아주 헌법에 보장된 보편적인 결혼의 권리에도 불구하고 주민 투표로 동성 간의 결혼만은 인정하지 않도록 수정한 법이다. 친구이자 가끔씩 법정에서 적으로 마주하는 데이비드 보이지와도 힘을 모았다.
이번 일에 내가 개입하자 보수 진영에서 난리가 난 모양이다. 평생 공화당원이었으며 로널드 레이건 정부와 조지 W 부시 정부의 터줏대감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결혼의 ‘전통적인’ 정의에 반론을 제기하고 헌법을 ‘능동적’으로 해석해서 또 다른 ‘새로운’ 헌법상의 권리를 만들어내도록 인정하라고 촉구하는가?
그 대답은 내가 다른 배경·역사·관점·속성을 지닌 사람들을 평생 접해 왔으며, 또 헌법과 그리고 헌법의 평등과 기본권 보호에 관해 겉으론 그럴싸하지만 궁극적으로 잘못된 인식을 거부한다는 사실에 있다. 동료 보수파 중 다수는 동성 결혼에 거의 조건반사적인 거부감을 나타낸다.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동성 결합은 보수파가 중시하는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결혼은 우리 지역사회와 국가를 이루는 초석 중의 하나다. 이상적으로는 화목한 가정과 사회경제적 동반관계를 형성하려 힘쓰는 두 개인 간의 안정적인 결합이다. 우리가 커플의 결혼을 장려하는 이유는 그들의 결합이 그들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공동체에도 혜택을 주기 때문이다.
동성애자들이 이런 사회적 제도에 동참하려 한다는 사실은 보수 이념이 널리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증거다. 동성 결합의 합법화는 미국의 기본원칙을 확인하는 일일 뿐 아니라 미국이 추구하는 인권평등의 절정을 이룬다. 평등은 진보나 보수 이념 모두의 핵심이다. 미국을 이룬 이상은 독립선언에 나타난 혁명적 사고로 시작됐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으며, 조물주는 모든 사람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했고, 그중에는 생명·자유 그리고 행복추구의 권리가 있다. 우리는 이를 자명한 진리로 여긴다.” 안타깝게도 미국은 그런 약속을 이행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1857년 미국 대법원은 흑인은 미국 국민이 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남북전쟁 막바지에 제14 헌법 수정조항은 “어떤 정부도 정당한 법적 절차 없이 개인의 생명, 자유 또는 재산을 박탈해서는 안 되며 누구나 평등하게 법의 보호를 받을 개인의 권리를 거부해서도 안 된다”고 못박아 말뿐이었던 평등의 약속을 실현시켰다. 뒤이은 법률과 판결은 법에 따른 평등은 인종이나 종교, 출생지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국가적 열망을 완성하고자 한다면 오로지 성적 취향 면에서 남들과 다른 남녀에게 그런 보호장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양한 연방법과 주법에서 남녀 동성 커플에게 특정한 권리와 특전을 부여했지만 이런 보호장치는 주에 따라 크게 다르며 거의 모두가 결혼을 바라는 남녀 동성애자들의 진정한 평등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개념 자체가 사회의 동등한 주체로서 인정하는 데 필요한 기본 요건인데 그조차 제대로 허용하지 않는다면 비합리적이고 부당하며 위헌 행위다. 미국 대법원은 결혼이 미국인에게 부여된 기본권 중의 하나라고 거듭 판결했다. 그리고 결혼은 자유, 사생활, 결합, 영적 정체성의 헌법상 보호 대상에 속한다고 밝혔다.
결혼의 평등권이 없다면 법 아래 진정한 평등이 있을 수 없다. 결혼이 전통적으로 오로지 남녀 간의 결합으로 여겨져 왔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대법원이 예전에는 결혼을 항상 그런 맥락에서 파악했지만 그 바탕을 이루는 권리와 자유는 결코 이성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결혼은 (모든 경우는 결코 아니지만) 일부에선 성스런 종교의식일 뿐 아니라 시민 결합이다. 결혼이란 사람들의 존중과 특권을 누리는 신분이 된다고 정부가 인정해주는 관계이며 국가의 지원과 혜택을 받을 자격이 주어진다.
정부는 그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결혼하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미국 법원은 그런 지위를 거부하려면 뚜렷한 근거가 있어야 하며 자의적으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주가 주민발의안 8에서 일부 시민의 결혼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들은 명분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었다.
가장 자주 언급되는 명분은 전통이다. 하지만 단지 뭔가를 항상 특정한 방식으로 해왔으니까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리고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다른 많은 주는 결혼한 남녀 부부가 지닌 권리 대부분과 함께 동거관계(domestic partnerships) 또는 시민 결합을 동성애자들에게 허용했다.
이런 관계를 가치, 정당성 또는 합법성이 부족하다고 낙인 찍는 근거로 ‘전통’을 들먹인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듣는 이유는 전통적인 결혼이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남녀 동성애자의 결혼을 막는다고 해서 남녀간 결혼과 출산이 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남녀 동성애자의 결혼을 허용한다고 해서 이성간 결혼이 줄지는 않는다. 우리는 남녀 커플의 결혼을 허용하기 전에 아기를 가질 생각인지 또는 임신이 가능한지 묻지는 않는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또 다른 명분은 동성 결혼이 어떤 식인지는 몰라도 남녀 간 결혼을 해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무슨 말인지 제대로 설명해주는 사람을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동성 파트너의 결혼을 허용하면 어떻게 남녀 간 결혼이 줄어든단 말인가? 동성결혼이 어떻게 남녀 간 결혼을 저해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우리 소송사건의 판사가 상대방에게 물었을 때 설명할 수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 건 당연한 일이다.
동성 파트너들의 결혼을 거부할 만한 정당한 이유는 하나도 없다. 반면 이런 관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하는 이유는 수두룩하다.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든 게이와 레즈비언은 우리 가족, 클럽, 직장의 같은 구성원이다. 그들은 우리의 의사, 교사, 군인(인정하든 않든) 그리고 우리의 친구다.
보수파나 진보파 모두 하나가 되도록 하는 동일한 원칙 아래 우리 모두 뜻을 모아야 한다. 분명 우리는 화목한 가정, 지속적인 가족관계, 서로 비공식적으로나 공식적으로 인정된 관계를 가진 사람들로 이뤄진 공동체의 가치에 합의할 수 있다. 우리 이웃과 친구 중 일부의 법적 권리를 박탈하거나 2등 국민 취급을 하면 그들은 소속감이 약해져서 다른 구성원들을 멀리 하게 된다.
동성애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난하는 특정 종교의 가르침이나 사회에서 또는 법으로 동성 관계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는 과학 더 나아가 역사를 통해 게이와 레즈비언이 자의로 동성애자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런 성향은 상당 부분 불변의 속성을 지닌다.
그리고 헌법이 개인의 종교적 자유를 보장하지만 마찬가지로 자신의 믿음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우리는 한때 미국 전역에서 다른 인종간의 결혼을 금지한 법을 용인했다.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가장 먼저 그런 차별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그 20년 뒤인 1967년 연방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그 의견을 따랐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이 결정을 자랑스러워 한다. 우리가 게이와 레즈비언을 더는 차별하지 않기로 할 때도 미국인들이 똑같이 자부심을 느끼리라고 믿는다. 우리의 소송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그런 믿음이 더욱 굳어졌다. 분노, 원망, 적개의 말도 들었다. 그러나 감사와 호의의 표현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왕따’ 취급을 받는 일이 얼마나 외롭고 개인적으로 고통스러운지 자신들도 잘 알며 미국의 법과 제도의 존중을 받으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이냐는 격려의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일부는 우리가 이번 소송을 너무 일찍 제기했으며 국가나 법정이 이 문제에 본격적으로 달려들어 낙인을 제거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우리 생각은 다르다. 우리는 실재하는 의뢰인들을 대변한다. 오래 관계를 지속한 캘리포니아주의 훌륭한 두 커플이다. 우리의 레즈비언 의뢰인들이 키우는 훌륭한 자녀 네 명에게 그들보다 더 좋은 부모는 없다. 우리 의뢰인들은 결혼을 원한다. 그들은 헌법으로 자신들의 권리가 보장된다고 믿는다.
그들은 법정에서 미국 헌법 제 14 수정조항의 동등한 보호와 정당한 절차 조항에 따라 주민발의안 8의 유효성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그 권리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한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주민발의안 8의 위헌성을 인정했으며 샌프란시스코시도 우리 소송에 동참했다.
평등권을 거부당한 시민들은 필연적으로 “차례를 기다려라”거나 “인내심을 가지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과거 민권 투사들은 결국 평등권을 하루라도 빨리 인정받으려면 끈질기게 그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법원이 이런 소송을 다룰 ‘준비’가 안됐다는 문제는 어떤가? ‘로머 대(對) 에반스’ 소송에선 게이와 레즈비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은 콜로라도주 헌법 수정안이 도마에 올랐다.
미국 대법원은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된 그 수정안을 무효화하고 반차별법의 손을 들어줬다. 그리고 7년 전 ‘로런스 대 텍사스주’ 재판에서는 대법원이 동성 간의 비공개적이고 사적인 성행위를 금지하는 텍사스 법을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이런 결정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이는 국가 최고법원의 결정으로 우리 의뢰인들에게는 이를 믿고 의지할 권리가 있다.
모든 시민의 결혼할 권리가 헌법으로 인정된다면, 게이와 레즈비언 계급의 법적 보호를 철회한 주법이 위헌이라면, 동성 간의 비공개적이고 사적인 성행위가 헌법으로 보호받는다면, 동성 결혼을 반대할 논리적 여지는 거의 없어진다. 캘리포니아주의 주민발의안 8은 특히 헌법을 엄격히 적용할 때 취약점이 드러난다.
그 주가 이번에는 상반되는 조항들이 뒤엉켜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결혼규제법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사형수, 아동 학대자, 부인 폭행자를 포함한 남녀 간의 결혼을 인정한다. 반면 서로 사랑하고 아끼고 안정적인 동성 파트너의 결혼을 금지하면서도 결혼의 거의 모든 권리를 동등하게 지닌 ‘동거관계’라는 대안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그것을 보상하려 한다.
끝으로, 캘리포니아주는 동성결혼의 권리를 인정한 주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뒤 주민발의안 8의 제정으로 그런 권리를 철회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결정이 나오기까지 몇 달 사이에 이뤄진 1만8000건의 동성 결혼을 인정한다.
따라서 캘리포니아주에는 현재 세 부류의 주민이 존재한다. 자신의 의사에 따라 결혼하고 이혼하고 재혼하는 이성 커플, 결혼하지는 못하지만 동거관계로 함께 사는 동성 커플, 현재는 결혼 상태지만 이혼할 경우 재혼하지 못하는 동성 커플들이다. 이는 비합리적이고 차별적이며 지속되지 못할 체제다.
독립선언서, 링컨의 게티스버그 연설문, 흑인의 시민권을 인정한 제14 헌법 수정조항, 법 앞에서 동등한 보호와 동등한 존엄성을 보장한 헌법의 내용을 믿는 미국인은 이런 불합리가 계속되는 동안 가만히 지켜보아선 안된다. 이는 보수나 진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이며 이젠 이 문제를 미국인들이 수용할 때가 됐다.
[필자는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법무차관을 지냈으며 법조계 보수진영의 주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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