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Seoul Serenade] ‘어글리 코리안’의 환골탈태

[Seoul Serenade] ‘어글리 코리안’의 환골탈태

얼마 전 캄보디아와 베트남을 여행했다. 서울로 돌아온 날은 마침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는 날이다. 가족과 함께 19일 일정의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뉴스위크 한국판에 그 두 나라에 비친 한국인의 모습에 대해 기고할 참이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한국과 외국 언론들은 해외 관광지에서의 ‘어글리 코리안’의 모습을 꼬집기 일쑤 아니었던가?

막상 현지에 가서는 가족 보살피랴, 한국인 관광객들 지켜보랴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러나 과연 들었던 대로 어딜 가든 한국인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캄보디아의 거리에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글로 표기된 안내판들이 즐비했다(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LA의 코리아타운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이틀 동안 머물렀던 하노이에서도 한국인을 겨냥한 식당, 나이트클럽, 부동산중개소, 신규 콘도 건설현장을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앙코르와트에 갔을 때는 이곳 사원 중 한 곳이 한국의 기부금으로 복구된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그래서일까? 사원 앞에 붙은 안내 표지판은 한글 설명이 절반을 차지했다.

캄보디아어, 영어, 일본어 등 다른 나라 언어로 된 안내문들은 마치 나머지 공간을 차지하려고 다투는 듯했다. 앙코르와트의 사원들을 돌아보는 과정에서 더 놀라운 광경도 목격했다. 이곳의 사원 대부분은 주차장에서 사원까지 약 500m를 걸어가야 하는데, 그 길가에서는 현지인 악사들이 캄보디아 고유 악기로 전통음악을 연주하면서 관광객에게 구걸했다.

처음에는 신기해 보였지만 악사들에게 다가가는 순간 마음이 울적해졌다. 악사들이 한결같이 다리를 잃은 불구였기 때문이다(지뢰를 밟아 다리가 잘렸다고 한다). 내가 한국인 아내와 동행했기 때문인지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음악을 캄보디아 노래에서 아리랑으로 바꿔서 연주했다. 처음엔 큰 감명을 받았지만 그런 일이 네 번이나 되풀이되자 조금 짜증이 났다.

어쨌건 한국인이 관대한 기부자이거나 손쉬운 ‘목표물’임은 분명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기념품 상인들은 우리 가족에게 한국말로 호객하는 데 능숙했다. 자세히 둘러보았더니 다른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은 모두 외국어를 구사하는 가이드가 붙어 있지만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한국인 가이드가 인솔했다.

그런 가이드 중 다수는 판에 박힌 설명을 했다. 단 대학교수처럼 보이는 한 한국인 인솔자는 학생들에게 다양하고 깊이 있는 설명을 들려주었다. 성탄절 아침에는 한 열정적인 한국 청년이 앙코르와트 사원에서 ‘KOICA(한국국제협력단)’라고 적힌 야구모자를 쓰고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안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우리 가족은 저렴한 비용에 아담하지만 꽤 훌륭한 호텔에 머물렀다. 그곳에서 많은 여행자를 만났지만 한국인은 한 명도 못 만났다. 선뜻 이해가 안 돼 베트남 하노이에 머물 때 만났던 중년 나이의 한 여행자에게서 그 이유를 넌지시 물어 보았다. 보수적인 단체 관광객들이 대부분 자신들의 ‘욕구’와 ‘기대’에 부합하는 큰 호텔을 선호하기 때문이란다.

얼마 전 직장을 잃었다는 그는 베트남을 혼자서 여행 중이었다. “한국에서 실업자로 무기력하게 있느니 동남아에서 새로운 모험을 하고 싶었다”고 그가 말했다. 베트남에서 우리 가족은 1박에 28달러짜리 호텔에 머물기로 흔쾌히 결정했지만 그는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갖춘 12~15달러짜리 숙박시설을 찾아내 묵고 있었다.

19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한국과 한국인들의 위상을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첫째, 오늘날 한국 경제는 전 세계에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현지인들에게 한국인의 인상을 물었더니 모두 긍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한국을 자신들의 성장모델로 간주한다는 대답도 많았다.

둘째, 한국인들은 한때의 언론 보도에서처럼 타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은 틀렸다. 오히려 그들은 현명하고 싸게 여행하는 법을 배우고 있었으며 일부는 자신이 방문하는 나라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인은 단순한 이민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국제화된 집단으로 떠오른다는 인상도 받았다.

한국인들은 은퇴 후 이용할 해외콘도에 투자할 뿐 아니라 진정한 코스모폴리탄이 되는 방법도 신속히 배운다. 이런 변화가 가능한 이유는 많은 한국인이 어릴 적부터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지켜본 바에 따르면 많은 한국인은 한때 ‘어글리 코리안’이라는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모범으로 칭찬 받는다. 한국에서 사는 나에게도 그런 평가는 더할 나위 없이 큰 기쁨이다.

[필자는 미국인으로 컨설팅회사인 소프트랜딩코리아의 대표 겸 법무법인 주원의 수석 경영고문이다. 필자가 영어로 보내온 글을 우리말로 옮겼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119회 로또 1등 번호 1·9·12·13·20·45…보너스 번호 3

2“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3‘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4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5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

6주유소 기름값 내림세…휘발유 가격 7주 만에 내려

7정부, 법원에 '의대증원' 자료 49건 제출…내주 집행정지 결정

8홍천서 올해 첫 진드기 SFTS 사망자 발생

9비트코인, 전일 대비 3.2%↓…6만 달러 위태

실시간 뉴스

11119회 로또 1등 번호 1·9·12·13·20·45…보너스 번호 3

2“손흥민 아니었어?”…토트넘 팬이 뽑은 올해의 선수는

3‘법원 전산망 해킹’ 개인정보 유출…北 소행 결론

4홍준표 “좌우 공존하는 선진대국시대…마지막 꿈일지도”

5유승민 “野 25만원 특별법은 위헌…민주당의 악성 포퓰리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