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블랙’으로 통한다
명품은‘블랙’으로 통한다
인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색은 무엇이었을까? 생명을 잉태한 색, 만물을 포괄하는 색, 바로 블랙(Black) 아닐까? 빛이 없는 상태도 검정이지만 모든 색이 섞였을 때도 검은색이다.
그래서 블랙은 흔히 죽음과 생명을 동시에 상징하는 색으로 여겨졌다. 다른 어떤 색보다 의미심장한 무게와 깊이를 느끼게 하는 색이기에 블랙은 늘 명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 컬러로 꼽힌다.
명품은 흔히 생각하듯 단지 값이 비싼 제품만은 아니다. 어떤 명품이든 오래 숙성된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세대를 뛰어넘는 자신만의 향기와 가치를 한결같이 갖게 마련이다.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보수와 혁신이라는 상반되는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명품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할 단 하나의 색을 꼽는다면?
어려운 선택이지만 답은 블랙일 가능성이 크다. 많은 명품 브랜드가 아이덴티티 컬러로 블랙을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블랙이 여전히 리더의 품격과 자부심을 대변하는 색으로 꼽히는 이유는 바로 모든 것을 포용하면서도 변화무쌍한 변주가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블랙 컬러의 매력이기도 하다. 명품 브랜드의 자기 혁신 노력과 더불어 끊임없이 진화하는 블랙의 행보를 따라가 보자.
KT&G ESSE 골든리프
살아 있는 소나무, 블랙으로 만나다대한민국 담배 중 가장 비싼 브랜드는? 바로 KT&G가 2007년 10월 내놓은 ‘ESSE 골든리프’다. 최상급 담뱃잎인 골든리프(Golden Leaf)를 원료로 사용해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출시 이후 국내외 오피니언 리더의 사랑을 받아왔다. 바로 그 ESSE 골든리프가 2010년 1월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첫 출시 당시에는 고급스러운 블랙&실버 패키지에 김소월의 ‘님과 벗’ 시구를 붓으로 쓴 글씨를 디자인에 활용하는 멋진 캘리그래피로 새겨 넣어 최고급 브랜드로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와 달리 이번에는 블랙과 실버의 조합이 연출하는 기존의 세련된 분위기는 유지하면서도 동양적 정취를 우아하게 표현해 젠(Zen)한 디테일이 살아있는 소나무 모티브의 디자인을 더했다.
특히 전통 미와 현대적 예술 감각을 절묘하게 담아 대한민국 최고 명품 담배로서 위상을 표현하는 데 블랙 컬러가 한몫 단단히 한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도 새롭게 달라진 ESSE 골든리프 디자인을 눈여겨볼 만하다.
리델의 소믈리에 블랙타이 시리즈
와인이 내게 안겨 입술을 적신다명품 와인잔의 대표 브랜드 리델(Riedel)은 뉴욕 현대미술관에 영구 소장품으로 들어갈 만큼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958년 이후 지금까지 장인들이 직접 입으로 불고, 25가지 공정을 거쳐 100% 수작업으로 만드는 리델의 소믈리에 컬렉션은 와인의 맛과 향을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 되고 있다.
리델이 탄생 50주년을 맞아 기존 소믈리에 컬렉션의 격을 한층 올리고 고급스럽게 바꾼 ‘블랙타이(Black Tie)’ 시리즈를 출시했다. 시리즈 중 보르도 그랑크뤼 잔은 최고가로, 개당 15만5000원이다. 명성이 자자한 고유 디자인을 유지하는 한편, 레드 와인잔의 스템(Stem) 및 화이트 와인잔의 베이스(Base) 부분에 블랙 컬러로 포인트를 줘 예술적인 감각을 한껏 과시했다.
현대카드 The Black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메탈 임플란트 디자인을 선보여 화제가 됐던 현대카드 더 블랙은 지난해 7월 다시 한번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았다. 바로 티타늄 플레이트 디자인이다.
금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릴 만큼 내구성이 강해 다이아몬드와 함께 영원 불멸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는 티타늄을 소재로 만들었다. 티타늄 플레이트 제작 공정에는 국내 최고의 금속공예 장인들이 참여하며, 특수 표면처리 및 마감공정을 포함한 모든 공정을 수공예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작업 특성상 제작비가 일반 플라스틱 카드보다 300배 이상 비싸고, 하루 최대 생산량도 10여 개로 제한된다. 대한민국 최고 VVIP 카드가 선택한 블랙이 티타늄 카드 플레이트로 더욱 빛을 발한다.
재규어 XJL 니먼 마커스 에디션
밤 하늘의 별과 어둠을 담다미국의 대표적인 고급 백화점 니먼 마커스에서 성탄절 맞이 통신판매로 ‘2010년형 재규어 XJL 니먼 마커스 에디션’을 선보였다. 한정 수량 50대가 판매시작 4시간4분 만에 모두 팔려 화제가 됐다. 2010년 초 출시 예정인 재규어의 신형 세단 ‘XJ’를 기반으로 제작된 이 차량의 판매 가격은 10만5000달러(약 1억2000만원)다.
차량 밖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셀레스티얼 블랙(Celestial Black)’ 컬러의 도료를 사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우주의 밤하늘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이라는 의미다. XJ는 재규어의 플래그십 모델로 1968년 처음 소개된 이래 성능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이번 신형 XJ는 형태상 1960년대와 같은 스포츠 세단이지만, 가장 미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시도했다. 5000cc급 8기통 엔진, 수퍼차저 기술, 자동 6단 변속기를 단 470마력짜리 재규어 XJL 니먼 마커스 에디션이 선택한 컬러 역시 블랙. 권위와 품격을 상징해 온 블랙이 꿈과 상상력을 실현하는 컬러로 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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