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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백수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청년백수 더 이상 남의 일 아니다

혹한 속 입춘이 지나고 곧 설이다. 일가친지들이 모여 즐겁게 보내는 명절이지만 고향에 못 가는 이들이 있다. 연휴가 짧아서, 길이 막혀 고생길을 피하는 게 아니다.

등록금 1000만원 시대에 ‘알부자’로 대학을 다니거나 대학을 나오고도 취직이 안 돼 ‘점오배족’으로라도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다. 알부자가 웬 신세타령이냐고? 여기서 알부자란 알바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해야 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반어적 표현이다.

이들은 방학 때 명절 귀성과 휴가를 포기한 채 평소 시급의 1.5배를 주는 알바 자리를 찾아 나서는 점오배족을 자청한다. 설에 고향에도 못 가는 점오배족을 포함한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7.6%. 다른 나라(유로존 평균 21.0%, 미국 18.9%, 독일 10.1%)에 비해 낮아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의 마술이 숨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5~24세 인구 중 취업할 의사와 능력이 있고 조사 직전 4주간 구직 활동을 했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경우를 청년실업자로 규정하며, 많은 나라가 이에 따른다. 그런데 우리나라 통계청은 15~29세를 기준으로 본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취업률이 높은 25~29세 연령층이 청년실업률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이는 15~19세 실업률이 13.6%, 20~29세 실업률이 7.3%로 크게 차이 나는 점으로 입증된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취업준비생이 구직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아예 실업통계에서 빠진다. 대부분 20대인 취업준비생은 지난해 12월 기준 55만6000명으로 공식 청년실업자(32만4000명)의 1.7배에 이른다.

한국이 더 이상 청년실업 안전지대가 아님은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의 비중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청년실업률이 전체 평균 실업률의 2.81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높다. 유로존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스페인(지난해 4분기 전체 실업률 18.8%, 청년실업률 44.5%)보다도 청년실업률 비중이 높다.

고용통계를 내는 기준과 조사방법에 따라 공식 실업률은 달리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체 실업률 대비 청년실업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그만큼 실제 청년실업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아시아 경제를 이끌던 일본이 왜 흔들리는가?

JAL과 소니, 도요타 등 대표기업들이 고전하고 정치적 리더십에도 구멍이 뚫렸지만, 일본 경제 호황기의 최대 강점이었던 노동력이 무력해졌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니트족(일할 의지가 없는 젊은 층)으로, 프리터족(알바로 연명하는 젊은 층)으로 나돌았고 비정규직이 급증했다.

실업률이 높아지고 연간 자살자가 12년 연속 3만 명을 넘어서는 등 사회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결과 일본이 자랑하던 모노즈쿠리(장인정신)에도 금이 갔고, ‘잃어버린 10년’으로도 모자라 ‘잃어버린 20년’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청년실업 문제는 더 이상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벌써 10년도 넘게 이 땅의 젊은이들을 옥죄고 있다. 어느새 우리 주변에도 니트족과 프리터족이 나타났다. 젊은이들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지기 전에 정부와 기업, 학교 등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 특히 정치권은 설 민심이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헤아려야 한다.

설 연휴 선물 배달이나 백화점이나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건네자. 그들이 힘을 내 경제현장에서 뛰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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