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패드의 마법은 언제쯤?
우리는 왜 신기술에 열광하는가? 새로운 기기가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기대한다. 그러다 차세대 컴퓨터로 각광받았던 기기가 무늬만 달랐지 이전 컴퓨터와 별로 다르지 않다고 깨닫는 순간 배신감을 느낀다.
장안의 화제였던 애플의 신제품 출시를 지켜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차세대 컴퓨터로 소개됐던 이번 신제품의 이름은 ‘아이패드’다. 기본적으로 아이팟 터치의 대형판인 아이패드는 영화를 보고 책을 읽거나 웹 서핑을 하기에 아주 좋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일부는 스티브 잡스가 소개하는 아이패드를 지켜보며 실망감을 떨치지 못했다. 물론 아이패드는 완벽할 정도로 훌륭하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조금 써보니까 사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영화라도 보라고 아이들에게도 하나 사주고 싶었다.
그런데 왜 실망감을 느꼈을까? 애플에 근무하는 친구의 말처럼 “암이라도 치료해 주길 바랬을까?” 문제는 애플 태블릿 PC를 두고 수 개월 전부터 기대 섞인 소문이 난무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신제품이 보여줄 너무나 멋진 기능들을 꿈꾸어 왔다.
디지털 구독료 청구가 가능한 새로운 플랫폼을 장착해서 신문이나 잡지의 구세주 역할을 하리라는 소문이 있었는가 하면, TV 시청이 가능해서 아이패드만 있으면 굳이 수신료를 내면서 케이블 TV를 시청할 필요가 없다는 말도 있었다.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우리는 애플 태블릿을 통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움을 보게 되길 바랬다.
그러나 그건 아니었다. 잡스와 개발팀은 ‘혁신적’이라느니 ‘마법’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지만, 사실 아이패드에는 해당되지 않는 말들이었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물론, 애플의 생각으로 아이패드는 마법의 제품일지도 모른다. 아이패드는 애플 온라인 앱스토어에서 판매하는 소프트웨어만 사용 가능한 폐쇄적인 기기다.
잡스는 기존 PC를 대체할 목적으로 아이패드를 개발했다. 판매와 함께 모든 거래가 종료되는 노트북과 달리, 아이패드는 고객이 앱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을 때마다 계속 수익이 창출된다. 어쨌든 애플의 수입 측면에서 볼 때 아이패드는 진정으로 ‘마법’과 같은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그건 나쁘지 않다고 치자. 문제는, 아니 적어도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왜 그렇게 많은 기대를 했느냐는 점이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일부에게는 기술이 하나의 종교가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더 이상 신을 믿지 않는 우리에게도 신비와 기적, 마법이 필요하다. 500년 전 스페인 선교사들이 눈부신 거울을 이용해 잉카 부족의 마음을 사로잡고 기독교로 개종시켰듯이, 우리 또한 눈부신 신제품에 매료되기를 원한다. 우리가 사랑해 마지않는 아이폰은 통화 기능을 제공하고 음악 파일을 재생하는 단순한 기기가 아니다.
아이폰은 마법의 기운을 물씬 풍기는 부두교 토템처럼 신앙의 대상이다. 바보같이 들릴지 몰라도 아이패드는 출시 전 ‘태블릿 예수’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였다. 우리가 첨단 기술과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통제감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변화와 격동의 시대에 내던져진 우리는 엄청난 무력감을 느낀다.
그러나 기술은 우리가 무언가를 통제하며 질서를 부여한다는 환상을 만들어준다. 스마트폰을 집어드는 순간, 내가 내리는 명령이 다 실행되리라는 믿음과 안정감을 느끼게 된다. 분명 동료나 가족으로부터는 느끼기 힘든 감정이다. 애플의 신제품에는 미디어 산업의 쇠락을 막아줄 힘이 있다고 믿으려는 언론의 태도도 이해가 간다.
신문과 잡지는 인터넷에 적응하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다음 단계로 접어들면 출판산업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전혀 짐작이 안 간다. 그저 신기술 도입 때문에 상황이 나빠지지는 않으리라는 맹목적 기대만으로 어둠 속을 헤쳐 나갈 뿐이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빗 카는 최근 애플 태블릿이 “제 2의 아이폰이 되어 위기에 빠진 출판산업을 구해주고 온갖 기적을 행하는 ‘태블릿 예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고 쓰기도 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결국에는 그렇게 될지 모른다. 리서치 업체 IHS의 리처드 워드 혁신 담당 부사장은 1개 이상의 신문을 2년간 구독 신청하면 아주 저렴한 가격, 혹은 무료로 아이패드를 나눠주는 계약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한다. 앞으로 비슷한 파트너십이나 새로운 용도가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아이폰과 새롭게 등장한 아이패드를 비롯한 새로운 플랫폼은 그 진가가 하루아침에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묘미가 있다. 애플이 이번에 선보인 기기는 일부 기능을 매우 훌륭하게 수행하는 단순한 제품이다. 실망을 느꼈다면 우리의 기대가 컸던 탓이지 애플의 잘못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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