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형 도시개발 만들어간다
경기도형 도시개발 만들어간다
최근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품은 큰 꿈 중 하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이다. 화성 동탄에서 서울 강남을 18분 만에 갈 수 있다는 대형 도심철도 프로젝트다. 이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 이한준(59) 경기도시공사 사장이다.
공기업 사장을 맡기 전 이한준 사장은 늘 ‘이 박사’로 불렸다. 그는 30년을 연구원으로 살았다. 한국교통연구원 부원장을 지낸 그는 2006년 지방선거 때 첫 외도를 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 캠프에 합류한 것이다. 이후 그는 김 지사의 정책특별보좌관으로 활동했다.
그가 경기도시공사 사장 임명장을 받은 것은 2008년 10월이다. 이 사장의 말을 빌리면 정확히 “10월 24일 금요일 오후 7시20분”이다. 이한준 사장은 “김 지사가 금요일 밤에 임명장을 준 것은 밤낮없이 일하라는 의미 아니었겠느냐”고 말했다. 임명장을 받은 다음 날 그는 경기도시공사 본사를 찾았다. 지하 주차장부터 옥상까지 돌아봤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지하 1~2층 주차장에 ‘허’자가 붙은 고급 렌터카가 많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런 차가 100대나 됐다. 당시 공사 전체 직원은 420명이었다.
“부서마다 풀옵션 고급 RV 차량을 렌트해 쓰고 있더군요. 개발 현장이 많아 필요하기는 하지만 빌린 ‘허’자 차량이 주차장을 차지하고 있으니 막상 회사를 찾아온 고객은 차를 세울 곳이 없겠다 싶더군요. 그때 생각했죠.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구나.”
이 사장 취임 전 경기도시공사는 전직 사장 2명이 수뢰 혐의로 차례로 검찰에 구속됐고 고위 임원들이 검찰에 불려 다니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 사장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는 경기도청 감사관실에 감사관 파견을 요청하며 “나부터 매월 감사 받겠다”고 선언했다. 혹독한 체질 개선의 시작이었다.
“나부터 매달 감사받겠다” 체질 개선취임 직후 그는 강도 높은 내부 감찰을 했다. 그새 임직원 10여 명이 각종 비리에 연루돼 옷을 벗었다. 심지어 그의 대학 1년 후배도 이 사장의 권고에 스스로 회사를 나갔다. 그는 “원칙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조직은 효율적으로 바꿨다. 22개 부서 74개 팀을 13개 부서 40개 팀으로 줄였다. 성과 평가는 엄격히 했다. “수우미양가로 돼 있는 직원 평가에 ‘가’는 없더군요. 그래서 무조건 10%는 ‘가’를 주도록 하고 노조와 합의해 2년 연속 ‘가’를 받으면 퇴출한다는 조항을 인사 규정에 넣었습니다. 균등 지급되던 성과급 역시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했죠.”
파격적인 행보는 이어졌다. “가만히 보니 이 자리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자리더란 말입니다. 권한이 많으니 유혹이 따를 수밖에 없죠. 그래서 권한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는 취임 직후 설계·시공 일괄입찰(턴키) 심의 권한을 경기도청 지방건설기술심의위원회에 맡겼다. 한마디로 공사가 발주하는 사업의 업체 선정 권한을 포기한 것이다. 또한 300억원 이상 공사를 최저가 입찰할 때 덤핑 입찰에 따른 부실 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하는 저가심사권을 조달청에 위탁했다.
서슬 퍼런 혁신 작업은 어떤 결과를 가져왔을까? 그는 “다행히 임직원이 뜻을 이해하고 잘 따라줘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 어떤 성과가 있었나.“최근 회사 신용등급이 AA+에서 AAA로 상향됐다. 지방 공기업 중 SH공사에 이어 두 번째다. 자본금을 확충하고 매출과 순이익이 대폭 늘어난 것이 요인이다. 조직을 슬림화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등 경영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면서 공사의 미래 발전 가능성이 평가 받았다고 본다.”
경기도시공사는 지난해 자본금을 4600억원 넘게 늘렸다. 현재는 1조3800억원에 이른다. 부채 비율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 말 현재 393%다. 매출은 전년 대비 67% 늘어난 1조3537억원, 순이익은 400% 넘게 증가한 75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1조원 돌파는 1997년 설립 이래 처음이다. 이 사장은 “AAA 등급으로 은행 차입 금리나 채권 발행 금리가 내려가 연 150억~200억원 정도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 공사가 주력한 광교 신도시 개발 사업은 만족하나.“2007년 10월 착공해 내년 말이면 부지 조성공사가 마무리된다. 광교 신도시는 교통, 교육, 의료, 문화, 상업, 업무시설 등 자족성을 갖춘 국내 제1의 명품도시를 지향했다. 녹지율은 국내 신도시 중 최대다. 무엇보다 분양시장 침체로 미분양이 쏟아지는 중에도 광교는 분양 때마다 뜨거운 청약 열기를 보였다. 고객에게 깊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매출 첫 1조 돌파, 순이익 754억 올려
>> 올해 일정이나 계획은.“광교 신도시 공사를 차질 없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올해 남양주 진건지구 보금자리 사업에 신규 참여하고 경기도시공사만의 특색 사업인 가평 전원형 주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천편일률적인 택지개발에서 탈피해 지역 특성을 살려 전원 속 주거단지를 만들 계획이다. 올해를 경기도형 도시개발 원년으로 선포했다. 동탄 제2 신도시와 고덕 국제신도시는 현재 보상 중이다.”
>> 공공주택 공급 실적은.“민선 4기 출범 이후 현재까지 공공분양 8300호, 공공임대 3700호, 전세임대 1600호를 포함해 1만3000호 넘게 공급했다. 민선 3기와 비교하면 4.7배 늘어난 것이다. 또한 4월부터 사전 청약이 시작되는 진건 보금자리 주택단지는 약 1만1600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경기 보금자리는 무주택 서민에게 주변 시세의 80~85%로 분양할 계획이다.
우리 공사는 자체적으로 건설하는 주택 외에 전세임대주택과 재건축매입 임대주택을 추진 중이다. 전세임대는 세입자가 임대보증금의 5%(200만~300만원)와 일정 임대료(월 7만~10만원)만으로 최장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재건축매입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약 80% 수준에서 무주택 서민을 위해 일부 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세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 전국적으로 비어 있는 산업단지가 많다. 공사가 추진 중인 산업단지 개발 현황은 어떤가.“고객 니즈에 맞는 맞춤형 단지를 조성한다는 원칙이 있다. 지난 3월 24일 기공식을 마친 양주 홍죽산업단지는 경기 북부의 개발 수요에 의해 계획된 지구다. 현재는 계획된 산업용지 면적의 80% 정도 수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조성 중이거나 계획 중인 안성 원고 물류단지, 전곡 해양산업단지, 안성 제4 산업단지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사에서 분양 중인 10개 산업단지 전체 분양률은 89%로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이한준 사장은 “경기도시공사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명하고 깨끗하게 실적과 성과를 내는 기관이 될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다.
일단 그의 첫 공기업 사장 도전기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물론 그만의 성과는 아니다. 리더가 아무리 애를 써도 조직이 받쳐주지 못하면 헛수고다. 경기도시공사 임직원은 성과를 숫자로 보여줬다.
인터뷰를 마치고 경기도시공사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봤다. 한때 100대나 됐다는 ‘허’자 차량은 22대뿐이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코오롱 ‘인보사 사태’ 이웅열 명예회장 1심 무죄
2‘코인 과세유예·상속세 완화’ 물 건너가나…기재위 합의 불발
3최상목 “야당 일방적 감액예산…결국 국민 피해로”
4日유니클로 회장 솔직 발언에…中서 불매운동 조짐
5최태원은 ‘한국의 젠슨 황’…AI 물결 탄 SK하이닉스 “우연 아닌 선택”
6서울지하철 MZ노조도 내달 6일 파업 예고…“임금 인상·신규 채용해 달라”
7인천시 “태어나는 모든 아동에게 1억 준다”…출생아 증가율 1위 등극
8경기둔화 우려에 ‘금리 인하’ 효과 ‘반짝’…반도체 제재 우려↑
9얼어붙은 부동산 시장…기준금리 인하에도 한동안 ‘겨울바람’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