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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수출국’ 미국의 고민

‘비만 수출국’ 미국의 고민

어디를 둘러봐도 마찬가지다. 미국인들의 몸집이 너무 크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색깔로 표시되는 ‘비만 지도’가 이런 현실을 한눈에 보여준다. 1990년만 해도 미국의 대부분 지역은 시원한 청색이었다. 비만 인구가 19%가 채 안 됐다. 하지만 2008년 지도로 눈을 돌리면 갑갑해진다.

온통 황갈색, 오렌지색, 고동색으로 알록달록하다. 비만율이 21%(코네티컷)에서 많게는 32.8%(미시시피)에 이른다. 비만 유행은 특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가장 심하다. 12~19세의 비만율이 1980년 이후 세 배로 늘어 3분의 1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영유아의 약 10%도 위태로울 정도로 몸이 무겁다.

같은 나이와 성별의 아이들 중 체질량지수(BMI: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의 백분위 등급이 9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런 아이들은 지금까지 성인병으로 알려진 고혈압, 고지혈증, 제2형 당뇨에 어린 시절부터 시달릴 위험이 높다. 게다가 놀림과 따돌림을 당하고 자긍심마저 잃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미국 당뇨병협회는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00년생 아이 3명 중 거의 1명꼴로 어느 시점엔 제2형 당뇨에 걸린다고 전망했다. 당뇨는 심장마비, 뇌졸중, 실명, 신장 질환과 관련이 많다. 최근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어린 시절 비만이면 성인이 된 뒤 조기사망의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

최신 미국 정부 자료를 보면 전체적으로 볼 때 지난 10년 동안 BMI가 높은 어린이 수가 더는 늘지 않았다. 희망이 보인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어린이 비만이 더 늘지 않더라도 그 피해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높아갈 전망”이라고 하버드대 교수로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평생최적체중 프로그램을 이끄는 데이비드 루드비그 박사가 말했다.

청바지가 꽉 낀다거나 비행기 좌석이 좁아 고생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대수롭지 않다. 미국에서 비만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1470억 달러로 추정된다. 비만은 미국의 안보도 위태롭게 한다. 요즘 군대 지원자의 입대가 거부되는 가장 큰 이유가 과체중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만은 개인의 의지력 결핍 문제로만 인식됐다.

하지만 지금은 공중보건 위협으로 간주된다. 유해한 환경이 끼치는 피해로 후손들의 앞날을 위태롭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적 비만(globesity)’이 지구의 대부분을 장악했다. 성인 10억 명 이상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미국은 최고 뚱보 국가는 아니지만(남태평양의 나우루, 마이크로네시아, 그리고 몇몇 국가가 더 심하다) 선두 그룹에 든다.

도시화, 현대화, 기술, 식품 시장의 세계화(콜라와 햄버거의 수출 포함)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표현에 따르면 ‘세계적인 유행병 수준(epidemic proportions)’의 위기를 불렀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비만 제조기’는 미국이다. 그 기계를 해체하려면 각계 각층이 협력하는 종합적인 공격 계획이 필요하다.

개인의 책임에다 영양과 건전한 생활방식을 장려하는 사회적 장치를 결합하는 전략을 말한다. 사람을 병들게 하지 않고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이 주변에 있어야 한다. 학교와 직장은 두뇌만이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사람에게도 보상을 해줘야 한다. CDC의 영양·신체활동·비만부 책임자 윌리엄 디츠 박사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선택을 유도하려면 먼저 그런 선택이 가능한 여건부터 갖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효과적인 정책을 적절히 실행하고, 학생들의 식단 개선에 투자하고,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광고를 제한해야 한다. 아울러 비만을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자녀들을 위협하는 개인적인 문제로 간주해야 한다. 이처럼 할 일이 태산이다. 우리 문명은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혁신을 통해 건설됐다.

대부분은 우리의 생활방식을 개선하려는 의도에서 나왔다. 패스트푸드 같은 가공식품은 배고픈 맞벌이 가족들에게 손쉬운 음식을 제공했다. 승용차와 버스는 도보보다 아이들이 더 신속하게 학교에 오가도록 해주었다. 그러면서 속력과 편리성이라는 세계적인 질서가 모든 사람의 몸에 뱄다.

그러나 가공식품에는 지방, 설탕, 열량이 많다. 미국영양협회지의 조사에 따르면 맥도널드가 1950년대에 처음 문을 열었을 때 탄산음료 컵의 기준 용량은 7온스(210mL)였다. 지금은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이 44온스(1320mL)짜리 수퍼 빅 걸프를 판다(인터넷 페이스북에 그 팬클럽까지 있다).

버거킹의 간판상품인 와퍼는 열량이 거의 700칼로리에 이른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인 분의 양이 늘어날수록 사람들은 그만큼 더 먹는다. 열량이 높고 영양은 낮은 식품이 주유소, 공항, 학교 등 도처에 있다. 1946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법제화한 학교 급식 프로그램은 추가 열량이 필요했던 굶주린 어린이들 때문에 만들어졌다.

지금 어린이 3100만 명이 그 프로그램에 따라 급식을 받는다. 하지만 대다수는 과거의 어린이들과 달리 배가 고프지 않다. 정부가 보조하는 학교 급식은 국가 기준에 따르지만 과일과 채소가 반드시 포함되진 않는다. 전체 학교의 약 42%는 매일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제공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급식 외에 간식을 사먹거나 아예 점심을 간식으로 때우는 경우도 많다. 자판기(일부는 과자와 탄산음료로 채워져 있다)는 미국 초등학교의 17%, 중학교의 82%, 고등학교의 97%에 비치돼 있다. 소비자 보호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의 영양 정책 국장 마고 우탄에 따르면 대다수 주에서 자판기 판매 식품의 기준이 극히 느슨하거나 아예 없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건강식연구소장 메리 스토리는 이렇게 묻는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6시간밖에 되지 않는다면 구태여 간식이나 음료수를 판매하는 자판기를 비치할 필요가 있을까?” 만약 그럴 필요가 있다면 요즘 어린이 식단에서 결핍되는 식품군을 팔아야 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과일, 채소, 저지방 또는 무지방 유제품, 통곡물 식품을 말한다. 식품에 들어 있는 열량만이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는 운동이 학교 일과에 반드시 포함됐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도 많은 아이가 넘보지 못할 특권이 돼버렸다. 대다수 학교는 읽기에 중점을 두는 교과 과정과 수리에 초점을 맞춘 낙오학생방지법에 치중하면서 재정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신체활동 시간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

신체활동이 성적을 올려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데도 말이다. 공중보건국은 학생들에게 매일 하루 1시간 이상 중간 수준의 신체활동을 권장하지만 고교생의 3분의 2는 그 정도 운동을 하지 못한다. 너무 많은 아이가 운동이 아니라 디지털 미디어에 매달린다. 8~18세가 TV, 비디오게임기, 컴퓨터 앞에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한꺼번에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하루 평균 7시간 반이다.

교외 지역의 주거지 설계도 해묵은 구획개발법에 얽매어 건강에 해를 끼친다. 거의 한 세기 전부터 매연을 막으려고 거주지는 공장 지역과 별도로 개발됐다. 지금은 어떤가? 새로 분양된 외딴 거주지에 살며 쇼핑을 하거나 직장에 출근하려면 반드시 차를 이용해야 한다. 자건거 타기나 걷기가 “우리 삶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활동적 삶 연구 프로그램 책임자 짐 샐리스가 말했다.

과거에도 우리는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공공 인식을 높이고 엄격한 법을 제정해 공중보건 위기를 극복했다. 지금 우리 모두는 차를 타면 안전띠를 착용하고, 어린이들을 유아용 보조의자에 앉히며, 음주운전은 엄한 처벌을 받는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그 같은 ‘큰 생각’의 틀에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아울러 막강한 이익집단에 맞서면서도 협력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현 상황을 뜯어고치려면 시간과 돈, 개인과 정치인의 의지가 필요하다. 식품업계도 그런 점을 감안해 규제 당국의 도움 없이 해결책을 찾으려고 애쓴다. 가공식품제조협회의 스콧 페이버는 “지방, 열량, 설탕, 소금을 줄이려고 우리 제품 1만여 개의 조리법을 바꿨다”고 말했다.

요즘은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도 샐러드가 제공된다. KFC는 지난해 닭고기 구이를 선보였다(날개 구이 하나는 80칼로리로 가장 파삭파삭한 닭튀김 한 조각의 190칼로리에 비하면 절반에 불과하다). 코카콜라는 지난해 12월 7.5온스(225mL)짜리 미니 캔을 선보였다. 음료업계도 학교 자판기에 열량이 적고 영양이 다양한 음료를 제공한다.

2004년 이후 탄산음료의 열량이 88%나 줄었다. 그러나 그런 노력도 대개는 소비자들의 건강보다는 건전한 경쟁을 목표로 한다. 도리토와 오레오 칩은 요즘 100칼로리짜리 봉지로 판매된다. 소비자들의 건강도 생각하지만 동시에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다. 일부 소아과 의사는 이런 제품을 지지한다(열량이 적으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듀크대 메디컬 센터의 소아과 전문의 세러 암스트롱 박사 같은 순수주의자들은 어린이 환자들이 해로운 과자를 적게 먹기보다는 더 나은 선택을 했으면 한다. 다이어트 탄산음료도 양날의 칼이다. 열량은 줄었지만 영양 측면에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공중보건 운동가들은 선배들이 담배회사에 맞섰듯이 지금은 대형 식품회사들과 전쟁을 치른다.

식품의약국(FDA) 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케슬러 박사는 소비자들이 뿌리치기 힘든 설탕, 지방, 소금의 혼합물을 식품업계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미국의 비만화가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생각한다. 예일대 러드 식품정책·비만 센터를 이끄는 켈리 브라우넬도 식품업계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브라우넬은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원래 속는 셈치고 업계를 믿어주는 경향이 있다. 업계는 자체적으로 단속을 잘 할 테니 간섭이 필요 없다고 말한다. 담배업계도 그런 약속을 남발해 결국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됐나? 식품업계가 담배업계와 다르리라는 기대는 한낱 희망사항일 뿐이다.”

특히 업계의 자체적인 개선 노력이 속임수 홍보와 결합될 때가 그렇다. 얼마 전 마거릿 햄버그 FDA 국장은 소비자를 오도하는 식품내용 표기에서 위반사례를 지적한 공개서한을 식품업계에 보냈다. 예를 들어 일부 코코넛 커스터드 파이, 생선포, 유기농 채소 쇼트닝은 트랜스 지방이 전혀 없다고 표시되지만 포화지방과 전체 지방 수준이 높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는다.

지나친 판촉활동도 문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식품과 음료 광고 시장의 규모는 연간 16억 달러에 이른다. 물론 식품업계는 그리 건강에 좋지 않은 제품의 광고를 줄이고 건강에 좋은 제품의 광고를 늘리려고 애쓴다. 하지만 부모와 아이들은 여전히 불리하다. 예일대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영양이 가장 떨어지는 시리얼이 어린이를 대상으로 가장 많이 광고된다.

하버드대의 루드비그는 “다섯 살짜리에게 설탕이 듬뿍 든 아침식사 제품을 광고할 권리가 헌법의 기본권으로 보장된다고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규제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유럽의 방식이 더 나을지 모른다. 유럽인들은 정부가 국민의 건전한 생활습관을 도모하려는 목적으로 참견하는 일을 좀 더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어떤 제품이든 상업 TV에서 12세 미만을 대상으로 하는 광고를 금했다. 프랑스는 교내의 식품과 음료 자판기 2만2000대 이상을 철거하고 대신 식수대를 설치했다. 덴마크는 2003년 트랜스 지방산을 완전히 금했고 올해엔 포화지방을 함유한 제품에 세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뉴욕시도 미국에서 독자적으로 혁명을 일으켰다. 톰 프리든 박사는 뉴욕시 보건국장 시절 트랜스 지방을 금하고 대규모 체인 식당의 메뉴에 열량 표시를 의무화했다. 이런 조치로 시민의 식습관이 달라질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시애틀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부모는 표시된 열량을 보면 자녀에게 열량이 100칼로리 정도 낮은 음식을 골라준다.

오바마 대통령도 프리든의 정책을 높이 사서 그를 CDC 소장으로 임명했다. 프리든을 비롯한 일부 인사는 설탕이 포함된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고 싶어한다. 브라우넬은 이렇게 계산했다. 탄산음료 1온스당 1센트를 세금으로 부과하면 소비가 23% 줄어든다. 그러면 의료 비용이 10년에 걸쳐 약 500억 달러 절감된다.

논란이 많은 연방 음료세는 건강보험 개혁에 드는 비용의 일부를 충당하려는 목적으로 검토됐다. 지난해 가을 오바마 대통령은 “연방 음료세는 반드시 탐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음료업계가 주도한 연합세력이 수백만 달러를 들여 반대 로비에 나섰다. 근로계층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유권자들도 ‘식품 감시’를 우려하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나 지자체 차원에서는 그 발상이 힘을 얻었다. 몇몇 주가 탄산음료세를 법으로 제정했고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 시장은 주정부 수입을 올리는 방안으로 “일리가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루드비그는 옥수수와 콩 등 대량 생산되는 곡물에 정부 보조금이 많이 들어가는 불합리한 현실을 세금으로 바로잡는 일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고과당 옥수수 시럽(옥수수 합성물)이 달콤한 음료와 스낵의 주요 성분이기 때문이다. 미네소타주의 농업·교역 정책 연구소의 데이비드 월링가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열량이 값싸게 만들어지는 환경에서 산다. 이런 대량생산되는 몇몇 곡물에서 나오는 지방과 설탕을 식품에 첨가하면 많은 열량이 만들어진다. 반면 과일과 채소를 비롯해 건강에 좋은 식품의 제조를 장려하는 정책은 없다.”

가격이 식습관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노스캐롤라이나대(채플힐 캠퍼스)가 20년에 걸친 변화를 종합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젊은 성인은 피자와 탄산음료의 가격이 오르면서 먹는 양을 줄였다. 그 덕분에 체중도 줄고 당뇨병 위험도 줄어든다. 담배의 경우 1964년 공중위생국장의 위험성 보고서가 나온 뒤 흡연제한법이 제정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

물론 담배와 식품은 한 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다. 담배는 피우지 않아도 살지만 음식은 먹지 않으면 살지 못한다. 바로 그 때문에 어린이 비만을 막으려는 노력에는 그처럼 복잡다단한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영양 교육부터 문화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만든 식품구성 피라미드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데서, 더 나아가 아이들이 급식대에서 어떤 음식을 골라야 할지 제대로 알려줘야 한다고 CSPI의 우탄은 말했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형형색색의 영양 좋은 음식을 골고루 선택하는 시범을 보여야 한다.

학교들은 보조금을 받아 오븐을 고치고 믹서를 구입하고 샐러드 바를 설치해 조리원들이 단지 가공식품을 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창의적인 조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자들은 운동을 일과에 통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어렵다면 매일 오전과 오후 10분씩 확성기로 음악을 틀어 전학생 율동 시간을 만들어도 된다.

시민단체와 영양사들이 손잡고 가정의 조리방식 개혁을 홍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특히 가난하고 영양이 결핍된 지역에서 당장 필요한 일이다. 그런 곳을 ‘식품 사막지대(food deserts)’라고 부른다. 그런 곳에선 동네 식품점에서 주로 건강에 좋지 않은 사탕과 흰빵을 판다. 레지나 벤저민 공중위생국장은 고향 앨라배마주의 새우잡이 마을에서 주민에게 튀김을 구이로 바꾸도록 가르쳤다.

구이는 기름이 빠지는 동시에 “맛도 더 좋다”고 벤저민은 말했다. 직장은 어머니들이 모유를 짜거나 수유하는 장소를 마련해야 한다. 모유가 아기의 비만 위험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모유를 먹은 아이들이 식사량을 더 잘 조절하는 덕분이다. 부모는 자주 자녀와 함께 식사하고 자녀가 TV, 컴퓨터, 비디오 게임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이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들에게 어디서든 건강한 음식과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는 식품업계 로비스트도, 어려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려는 부모도 모두 감안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식품 사막지대’를 없애는 데 4억 달러를 투입했다. 하지만 개개인의 책임을 면해줄 생각은 전혀 없다. 백악관 텃밭에서 과일과 채소를 직접 기른다.

하지만 가끔씩 먹는 햄버거와 튀김을 금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방식이 효과적일까? 알긴 어렵지만 분명 야심적이다. 그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령으로 어린이 비만 대책위원회를 설치했다. 서로 이해가 상충되는 경우가 잦은 각 정부 부처들이 이 문제에서만큼은 서로 협력하도록 만든 기구다.

아울러 오바마가 임명한 각료들을 보면 공중보건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들은 비만 때문에 겪은 개인적 문제를 과감히 인정했다. 벤저민은 자신의 과체중이 40대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톰 빌새크 농무장관은 비만이었던 어린 시절 어머니가 간식을 자제하게 하려고 냉장고 문에 붙여둔 만화를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머리에 끼는 둥근 모자를 쓰고 반바지는 꽉 끼다 못해 터진 뚱보 어린이의 그림이었다. 그는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 모인 청중 앞에서 “그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그 만화를 쳐다봐야 했다”고 말했다. 빌새크는 이제 의회에 급식 보조금 액수를 높이라고 촉구한다. 그래야 학교들이 건강에 좋은 비싼 식품(통곡물, 과일, 채소 등)을 구입하기 때문이다.

또 현지농민과 구내식당의 더욱 돈독한 관계를 촉구한다. 또 규제 당국에는 자판기 판매 식품의 기준을 확립하라고 주문한다.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퍼스트 레이디와 손잡고 소아과 의사들이 학부모들에게 운동과 식단을 ‘처방’하도록 촉구한다. 주디스 폴프리 AAP 회장은 “우리가 예방접종을 제공하듯이 가정 방문 때마다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을 권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벤저민은 전국을 다니며 학교나 지역사회 어디서든 가능한 곳에서 영양과 운동을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이 비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기는 한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다이어트 산업이 그 증거다. 하지만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벤저민은 말했다. 그녀의 개인적 목표는 2011년까지 킬리만자로산 정상에 오르는 일이다.

킬리만자로만큼 험난하고 오르기 어려운 ‘산’이 어린이 비만이다. 너무도 널리 퍼졌고 너무도 문제가 복잡하며 요지부동처럼 보인다. 그 산을 정복하려면 모두가 동참해야 한다. 로버트 우드 존슨 재단의 CEO 라이저 라비조-모우리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전체가 똘똘 뭉쳐 진정으로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 결의를 가진다면 건강한 아이들, 더 건강한 국가라는 유산이 만들어진다.” 미국의 미래가 바로 거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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