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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천국, 동양의 환생… 무엇을 믿지?

서양의 천국, 동양의 환생… 무엇을 믿지?

부활절 시즌이다. 기독교 문화권에서는 봄철의 가장 기쁜 명절이다. 아이들은 달콤한 마시맬로를 실컷 먹고, 손가락에 물감이 배는 줄도 모르고 부활절 달걀 물들이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사실 부활절은 좀 더 어둡고 환상적인 뭔가를 상징한다.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된 지 사흘 뒤에 무덤에서 일어나 승천하기 전 예수 수난의 마지막을 기리는 행사다.

성경의 복음서들은 이 초자연적 사건의 진실성을 강조한다. 감독교회 목사인 내 한 친구는 “부활한 예수가 구운 물고기를 먹고(누가복음), 방문을 뚫고 제자들 앞에 나타났다(요한복음)”고 말했다.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며 모든 신경(信經: 기독교 교리를 요약한 경문)의 절정을 이룬다.

예수가 죽은 후에 부활했으니 그의 추종자들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독실한 기독교도들까지도 쉽사리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상징적 해석이 아니라 물리적 현실로서의 부활은 우리가 천국에 대해 상상하는 전부에 영향을 준다. 나는 신저 ‘천국: 내세의 끝없는 매혹(Heaven: Our Enduring Fascination With the Afterlife)’에서 이렇게 썼다.

“미국인의 80%가 천국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천국이 뭘 의미하는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천국은 ‘죽은 후에 가는 좋은 곳’이며 ‘지상에서의 고통과 신앙심의 보상’이라는 게 보편적인 생각이다. 또 많은 사람이 천국에 가서도 자의식과 정체성이 있는 육신을 지닌다고 생각한다.

또 그곳에서도 지상에서 하던 일들을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친구와 친척들을 천국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심지어 자신이 키우던 애완동물을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다. 기독교 신자인 회고록 작가 바바라 브라운 테일러는 한 수필에서 “천국에서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눕고 싶다”고 말했다.

“패니 벨과 함께 완두콩 껍질을 벗기고 얼과 함께 슈베르트의 음악을 듣고 싶다.” 어떤 사람들은 천국을 물질적 욕구가 충족되는 곳으로 상상한다. 빌리 그레이엄 목사는 언젠가 천국에서 노란색 캐딜락을 운전하겠다고 말했다. 앨리스 세볼드의 베스트셀러 ‘러블리 본즈’의 여주인공은 천국에서 페퍼민트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그런가 하면 중동의 자살폭탄 테러범들은 코란에 나온 대로 천국에서 검은 눈동자의 처녀 72명과 함께 사는 꿈을 꾼다. 이 모든 환상의 핵심은 체현(體現)이다. 만약 천국에서 육신을 지니지 못한다면 사람들은 천국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할까? 서양 3대 종교의 가장 보수적인 종파들이 부활을 명백한 사실로 받아들이지만 사람들 대다수가 부활을 쉽사리 믿지 못한다.

최근의 해리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는다고 답한 미국인의 수가 2003년보다 10% 포인트 떨어진 70%로 나타났다. 또 1997년 타임지와 CNN이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천국에서 육신을 지니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전체의 26%에 불과했다.

미국에서 동양 종교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사후에 영혼이 다른 몸으로 태어난다는 환생을 믿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2003년 해리스 여론조사에서 환생을 믿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약 30%나 됐다. 기독교도로 자처하는 응답자 중에서도 21%가 그렇게 답했다.

환생과 부활의 개념은 상충된다. 기독교 보수파 사이에서 환생의 기대는 단지 비합리적일 뿐 아니라 이단으로 여겨진다. 과거에 미국에서 화장(火葬)은 인간 육체에 가하는 궁극적인 모독이며, 부활을 주재하는 하느님을 모욕하는 처사로 여겨졌다. 하지만 화장은 곧 매장(埋葬)을 누르고 미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장례 방식으로 자리잡을 듯하다.

이미 전체 장례의 3분의 1이 매장이 아닌 화장 방식으로 이뤄지며 화장의 비율이 급증하는 추세다. 곧 발행될 신저 ‘신은 하나가 아니다(God Is Not One)’의 저자인 보스턴대의 종교학 교수 스티븐 프로서로는 화장의 증가가 갈수록 부활의 교리를 무시하는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와 연관이 있다고 믿는다. “

우리가 천국에 가서도 육신을 지니게 되리란 생각은 비합리적인 환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심지어 가톨릭 교회도 화장을 반대하던 강경한 입장을 완화했다. 교회 측은 1997년 “(부활을 위해서는) 시신을 훼손하지 않는 편이 좋지만 사정이 있는 경우엔 화장한 재도 괜찮다”고 말했다. 부활은 애초부터 신뢰성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했다.

사두개파 사람들은 예수에게 “이 세상에서 일곱 번 결혼했던 남자가 천국에 가면 어떤 부인과 살아야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이 질문에 숨겨진 뜻은 분명했다. 예수의 말대로 부활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에서 결혼한 사람은 천국에 가도 부인이 있고, 부인과 잠자리를 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밥도 먹지 않겠느냐는 말이다.

예수는 짜증난 듯 “멋모르는 소리 말라”(필자가 요즘 말투로 바꿔봤다)고 대답했다. 마태복음에는 이렇게 나와있다. “예수께서 대답하여 가로되 너희가 성경도 하나님의 능력도 알지 못하는 고로 오해하였도다.” 성서에 등장하는 시대에도 부활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내세를 꿈꿨다.

영혼불멸설이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이 이 이론을 받아들였으며 요즘은 특히 진보적인 종교인(예를 들면 개혁파 유대교도나 진보적인 개신교도)들 사이에서 인기다. 또 “영적 세계를 인정하지만 특정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영혼불멸설은 부활보다 받아들이기 쉽다.

사람이 죽으면 감각과 인간적 욕망이 깃든 육체는 땅에서 썩도록 남겨두고 유일무이한 불멸의 영혼은 승천해 신과 함께 한다는 견해다. 부활보다 합리적으로 들리는 이 견해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육체에서 이탈한 영혼은 끈 떨어진 풍선처럼 허무하게 느껴지며 그 영혼이 신과 함께 한다 해도 전혀 위안이 되거나 감동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라톤이 생각하는 내세의 목적은 위안이 아니었다. 시각이나 청각, 미각이나 촉각이 없는 영혼은 이슬람교에서 말하는 천국의 ‘푸른 초장’에서 기쁨을 느끼지 못한다. 또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신의 빛도 보지 못하며 바흐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거나 홈런을 치지도 못한다. 합리주의적인 천국의 환상은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

부활을 믿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천국을 믿고 싶지만 죽은 육신이 다시 살아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활’을 다른 뭔가의 은유로 상상하면 된다. 불가해한 사건이나 새로운 종류의 삶, 지상의 기독교 사회 탄생, 한 민족의 부활, 개인의 영적 재탄생, 영적 승천 등이다. 진보적인 종교인들은 부활을 하나의 은유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부활절을 기리면서도 합리적인 불가지론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셨는지 인간이 알지 못한다.” 신학에서 책임회피의 수단으로 자주 쓰이는 이 말이 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 영국 더햄의 성공회 주교인 N T 라이트 같은 정통파 기독교도들은 이런 지적 무기력증을 개탄한다.

그는 언젠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존 미첨 편집장과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부활이 은유에 불과하다는 말을 너무 자주 들어왔다. 다시 말해 예수의 승천을 상징하는 말이라는 의미다. 그들은 ‘부활’이라는 말이 그런 뜻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만약 [1세기의] 사람들이 예수가 죽은 뒤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하고 싶었다면 (굳이 ‘부활’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뜻을 충분히 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기독교 교리의 핵심은 부활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이라고 라이트는 말했다.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의 무덤에 찾아갔을 때 예수의 시신은 그곳에 없었다. 유대교나 이슬람교에서도 부활의 진실성을 기독교 못지 않게 강조한다. 정통파 유대교도들은 하루에 세 번씩 “예수를 죽은 자 가운데서 살리신” 하느님께 기도한다. 이슬람교의 경전 코란에도 “부활의 날을 두고 맹세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여기에 모순이 있다. 부활은 믿기 어렵지만 부활을 믿지 않으면 천국도 없다. 하버드 신학대학의 유대교 학자 존 D 레벤슨은 주류 유대교에 부활의 개념을 다시 불러들이고자 한다(주류 유대교에선 사실상 수 세대 동안 부활의 개념이 잊혀졌었다). 난 어느 해 11월 추운 오후에 그를 찾아갔다. 상상력이 부족한 나는 부활이 실제로 어떻게 일어나는지 그에게 설명을 듣고 싶었다.

하느님은 어떻게 죽은 육신을(화장이나 전쟁의 포화로 한줌 재가 된 경우에도) 다시 살릴까? 레벤슨은 두 눈을 깜빡이며 나를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물어봐야 소용없다. 내가 매사추세츠 공대(MIT)에 연구실을 갖고 있다면 죽은 육신의 부활을 증명하는 실험을 할 수 있겠는가? 부활에 대한 믿음은 좀 더 근본적인 것이다. 부활은 초자연적인 사건이다.

하느님의 은총, 혹은 친절에서 비롯되는 특별한 행위다.” 나로서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약간의 가능성은 열어두겠다. 그리고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모든 일 앞에서 겸손한 마음가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

[이 기사는 곧 발행될 필자의 신저 ‘천국: 내세의 끝없는 매혹(Heaven: Our Enduring Fascination With the Afterlife)’에서 발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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