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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파스에 쏟아진 외국인 구애

멜파스에 쏟아진 외국인 구애

멜파스의 터치스크린 기술은 삼성전자 제품에 공급된다.

돌아온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끌어올린 지난 4월. 상장한 지 4개월이 갓 넘은 멜파스는 외국인의 구애로 뜨거웠다. 지난 4월 1일 이후 외국인은 16거래일 연속 멜파스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코스닥에 상장한 후 최고점 9만4400원을 찍을 때 15%였던 외국인 지분은 26%대까지 늘었다.

멜파스는 눈을 비비고 다시 볼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르다. 2005년 이 회사의 매출은 증권사 임원 한 명 연봉에도 못 미쳤다. 매출 9800만원에 6억원 적자. 10년 전 서울대 집적시스템 연구실과 한양대 나노일렉트로닉스 연구실이 함께 실험실 벤처로 설립한 이 회사는 대학 벤처가 대부분 그렇듯 기술은 좋은데 사업성은 없는 회사로 비쳤다.

알고 보니 씨앗이 터지는 데 오래 걸렸을 뿐이다. 이 회사는 2005년 초 지금의 멜파스가 있게 한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터치스크린의 핵심 기술인 ‘터치센서칩’이다. 같은 해 3월 멜파스는 삼성전자 이봉우 신규사업담당 상무를 CEO로 영입했다. 2006년 초에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1차 협력업체에 등록됐다.

싹이 트자 멜파스는 식물 중 가장 빨리 자란다는 알비치아 팔커타 나무(1년에 10m나 자란다)처럼 성장했다. 이봉우 사장이 취임하면서 세운 모토 중 하나는 “멜파스의 1년이 타 회사의 3년 이상 되는 회사”였다. 2005년 개발한 ‘터치센서칩 MCS-1000’은 기술 가속도가 붙으며 지난해 6000까지 업그레이드됐다.

매출은 2006년 200억원에서 지난해 1500억원으로 늘었다. 2007년 ‘3000만불 수출탑’, 지난해는 ‘7000만불 수출탑’을 받았다. 특히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0%,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70%, 470% 늘었다. 코스닥 매매 첫날 4만3500원으로 시작한 주가는 2월 중순 9만원을 넘었다가 이후 7만~8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급성장하는 터치스크린 시장멜파스의 주가는 30일 현재 7만7000원이다. 상장과 동시에 가파르게 치고 올라갔던 기세는 다소 주춤하다. 외국인이 순매수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5~6개 증권사가 사고팔기를 반복하면서 주가는 지루하게 가로 걷고 있다. 관련 게시판을 보면 성급한 개미 투자자들은 ‘인내의 한계’를 토로한다.

멜파스의 올해 성장 목표는 대담하다. 이 회사는 최근 올해 매출 목표를 3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세 배 늘려 잡았다. 시장 상황과 회사가 보유한 기술력을 볼 때 무리한 목표로 보이지는 않는다. 시장조사 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면서 세계 터치스크린 제조 산업은 지난해 36억 달러에서 2012년 62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출하량은 지난해 4억8000만 대에서 2012년 9억 대로 늘 것으로 기대된다. 더욱이 시장 환경이 멜파스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터치스크린 기술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인체 접촉을 감지하는 정전용량 방식과 압력을 인식하는 저항막 방식이다. 지금까지는 저항막 방식의 점유율이 높았다.

입력 정확성이 높고 제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두 기술의 선호도가 역전되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터치스크린을 채용하는 기기의 사용 환경이 급변하면서 정전용량 방식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저항막 방식은 내구성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저항막 방식의 터치스크린 수명은 약 100만 터치다.

반면 정전용량 방식은 대략 5000만 터치다. 또한 저항막 방식은 2곳 이상의 접촉이 이뤄져도 인식할 수 있는 멀티 터치가 불가능하다. 정전용량 방식은 멀티 터치 기능이 구현된다. 제품 소형화나 얇은 디자인에도 정전용량 방식이 더 유리하다. 멜파스는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전용량 방식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확보했다.

정전용량식 터치 입력장치의 핵심 기술은 터치센서칩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사업화가 가능한 수준의 터치센서칩 제조 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멜파스를 포함해 세계적으로 3곳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멜파스는 터치센서칩뿐 아니라 터치스크린의 주요 부품인 터치스크린 모듈과 산화인듐주석 필름, 컨트롤러 집적회로(IC)까지 생산한다.

이는 경쟁업체에 비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고객사에 적정한 마진을 요구할 수 있는 이점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 회사는 팹리스 반도체 회사처럼 설계만 할 뿐 제조는 외주로 해결한다. 2008년부터는 세계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서 칩을 제조한다. 회사 측은 “수주를 받으면 당일, 늦어도 1~2주 내에는 전량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시장 변화도 멜파스에 큰 장을 열어줄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출하되는 휴대전화 중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비중은 25% 정도다. 100%에 가까운 내비게이션이나 2대 중 1대 수준인 MP3, PMP 등에 비하면 낮은 편이다.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다른 모든 제품군을 합한 것보다 크다.

지난해 출하된 터치스크린 제품 중 휴대전화가 절반을 차지한다.시장조사 업체인 모건스탠리리서치에 따르면 휴대전화의 터치스크린 적용률은 올해 30%, 내년에는 38%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이 가장 큰 요인이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전자의 터치위즈폰, LG전자의 프라다폰이 모두 정전용량식 터치스크린을 탑재한 제품이다.



목표 주가 8만~12만원

지난 두 달간 증권사가 제시한 멜파스의 목표 주가는 8만1000원(동부증권)~12만원(NH증권)이다. 일각에서는 주가 상승이 이어지려면 새로운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양증권 김영주 애널리스트는 “대형 모델의 수주나 글로벌 고객사의 추가, 중대형 패널로의 성공적 진출 여부 등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멜파스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매출의 88%가 삼성전자에서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3%에서 올해 7~8%까지 올라갈 것으로 본다. 멜파스의 수혜가 예상되는 이유다.

하지만 특정 업체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경영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이 점은 멜파스도 인식하고 있다. 멜파스는 최근 사업보고서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기존 터치키 모듈 납품 실적 및 기술 신뢰도를 활용해 LG전자, 팬택 및 기타 해외 모바일 기기와 정보기기 업체로 고객사 다변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련 업종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시장 경쟁 격화가 단가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 아울러 멜파스의 터치스크린 기술이 주로 수출 모델에 탑재된다는 사실을 볼 때 해외에서 특허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회사 측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특허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돼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특허 출원을 진행하고 있다”며 “2009년에만 4건을 해외에 출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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