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미쳤다’ 해도 CEO는 믿었다
직원이 ‘미쳤다’ 해도 CEO는 믿었다
마늘을 이용한 이탈리아 음식으로 유명한 ‘매드포갈릭’의 뜻은? 어렵지 않게 맞힐 수 있다. ‘마늘에 미치다’라는 의미다.
이 레스토랑은 국내 처음으로 마늘이라는 식재료를 특화해 매니어층을 형성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또 하나 매드포갈릭은 ‘이름 참 잘 지었다’는 칭찬을 듣곤 한다.
많은 외식업체가 브랜드 이름을 정할 때 네이밍 전문회사나 컨설팅 업체에 의뢰하는 것과 달리 외식업체 썬앳푸드는 브랜드 네이밍에 사내 공모를 적극 활용한다. 남수정(42) 썬앳푸드 사장은 “내부 직원만큼 기업의 비전과 경영철학을 명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썬앳푸드는 현재 매드포갈릭 외에 스파게티 전문점 스파게띠아, 립 전문점 토니로마스, 한식 레스토랑 비스트로서울·모락, 중국 사천식요리 전문점 레드페퍼리퍼블릭 등 총 8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미국에서 들여온 토니로마스를 제외하고 썬앳푸드의 브랜드는 모두 사내 공모로 태어났다.
“브랜드 개발 과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습니다. 브랜드를 매개로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사람이 바로 직원이잖아요. 브랜드 로열티, 브랜드 프라이드가 서비스의 질을 높입니다.”
남 사장 자신에게도 더 좋단다. 자연스럽게 직원의 숨은 생각을 알 수 있는 데다 공모작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나(CEO)’가 아닌 ‘우리(임직원)’가 만든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절로 신이 난다며 남 사장은 사내 공모가 아웃소싱보다 좋은 점을 열거했다.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면 예산을 효율적으로 쓸 순 있겠지요. 하지만 네이밍 전문가도 외식산업을 속속들이 알아야 이름을 잘 지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만으로 기업의 경영철학을 브랜드에 반영하기도 사실 쉽지 않고요.”
이탈리안 와인 비스트로 컨셉트의 브랜드를 개발할 무렵이었다. 컨셉트가 70~80% 완성된 2001년 사내 공모가 시작됐고 1000건이 넘는 공모작이 검토됐다. 당시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이탈리아어를 조합해 이름을 짓는 게 일반적이었던 터라 매드포갈릭의 영문 구조와 ‘미치다(매드)’라는 자극적인 단어는 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최종 후보 10개 중 ‘이거다’ 싶은 확신이 들었어요. 반대하는 임원도 있어 약간의 불안감을 안고 출발했지만 현재는 매출 420억원, 영업이익률 30%를 자랑하는 스타 브랜드입니다.”
썬앳푸드는 올해 1월 매드포갈릭을 싱가포르 외식업체 EVM홀딩스에 수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제값을 받고 브랜드를 판 좋은 전례가 됐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또 매드포갈릭은 미국·영국·프랑스·독일 등 총 16개국에 상표출원을 했다. 사람들을 마늘에 미치게 한 주인공, 신서호 당시 대리는 10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고 다른 부문에서도 능력을 인정 받아 현재 이사까지 진급했다.
신 이사는 “브랜드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더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사내 공모는 이벤트를 넘어 우리 회사를 상징하는 전통이 됐다”며 “앞으로 브랜드 네이밍뿐 아니라 기업 경영에 필요한 아이디어도 직원들에게서 얻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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