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가 선정한 Power Brand 34
소비자가 선정한 Power Brand 34
21세기는 피도 눈물도 없는 무한경쟁 시대. 글로벌 경제정글에서 브랜드는 핵심 자산이자 돈이다. 브랜드를 팔면 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 1990년대 말 파산 위기에 몰렸던 애플은 MP3 브랜드 아이팟으로 기사회생했다. 속절없이 몰락하던 모토로라의 지푸라기는 휴대전화 브랜드 레이저였다.
레이저의 대박으로 모토로라는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중심에 다시 섰다. 브랜드 파워가 기업의 운명을 좌우하는 변수라는 얘기다. 브랜드는 네이밍·디자인·슬로건·패키지·캐릭터·색깔을 포괄한다. 그래서 좋은 브랜드는 쉽게 연상된다. 숱한 시련과 굴곡이 닥쳐도 파워 브랜드는 소비자의 뇌리에 남게 마련이다.
노란색 필름을 보면 코닥이, 안경 쓴 할아버지를 보면 KFC가 생각나는 식이다. 기업 브랜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 브랜드의 역할도 크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의 개막이 바꿔놓은 흐름이다. 기업·지역의 브랜드 파워는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쌍두마차다.
이들의 브랜드가 향상되면 국가 브랜드도 제고된다. 한국 제품은 아직도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시달린다. 유럽의 일부 소비자는 여전히 삼성의 휴대전화를 일본 제품으로 오인한다. 세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고유 브랜드가 적지 않음에도 몇몇 글로벌 기업 CEO는 우리를 모방자쯤으로 여긴다.
더 세고 더 힘있는 고유 브랜드를 육성해야 할 때다. 국내 파워 브랜드를 객관적으로 선정해 관리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국내를 대표하는 파워 브랜드는 뭘까. 최근 기업·지자체의 브랜드를 소비자가 평가해 계량화한 보고서가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지역연구센터 및 브랜딩 인터내셔널 주관, 지식경제부·중앙일보 후원으로 국내 기업·지자체가 보유한 1780여 개 유·무형 브랜드를 평가해 내셔널 브랜드 어워즈(National Brand Awards) 경쟁력 지수(NBA지수)를 산출했다. 전국 16세 이상 남녀 소비자 1만 명이 온라인 설문에 응했고, 평가항목은 브랜드 인지도·이미지·선호도·만족도·글로벌 경쟁력 등 5개다.
통신은 생각대로 T, 식품은 청정원
문화 브랜드에선 한국 전통문화의 수도 안동(73.84)·명성황후(81.53), 지역 브랜드에선 제주마씸(75.88)·G마크(75.78)·남도미향(72.47)·경기사이버장터(73.81)·청정제주녹차(79.33)·상주곶감 천년고수(79.19)·무안양파(69.88)·고창황토배기G수박(71.33)·음성청결고추(77.77)·영광굴비(80.69)·아름다운 변화 양주(84.26)가 으뜸이었다.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었던 이동통신 서비스 브랜드 부문에선 SK텔레콤의 생각대로 T가 KT의 SHOW(62.26)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렸다. 생각대로 T는 기술 중심의 브랜드에 감성·문화코드를 입힌 것이다. 이 브랜드의 성공적 출범으로 SK텔레콤은 소비자의 일상으로 파고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되고송, 비비디바비디부에 이어 ‘생각대로 해 그게 답이야’라는 광고가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생각대로 T는 친구처럼 가까운 브랜드로 거듭났다. 생각대로 T는 3G 영상통화 서비스 부문에서도 SHOW(62.17)를 제치고 1위에 올라 2관왕을 차지했다.
금호타이어·한국타이어·넥센타이어 등 쟁쟁한 기업이 접전을 펼친 타이어 부문에선 한국타이어가 소비자의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금호타이어(67.73), 넥센타이어(64.11)는 2, 3위에 올랐다. 한국타이어는 선호도·이미지·만족도·글로벌 경쟁력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할머니보쌈 제친 놀부, 한식의 파워 브랜드
청정원은 이미지 평가에서만 해찬들에 뒤졌고 나머지 항목에선 1위를 휩쓸었다. 이 결과는 종합식품기업 대상이 추진한 패밀리 브랜드 전략의 성과로 보인다.
청정원 브랜드는 대상에서 출시하는 장류(청정원 순창 고추장), 홍초(마시는 홍초) 등 다양한 제품을 포괄한다. 찬란한 햇살, 아름다운 산, 깨끗한 물이 빚어낸 맛이라는 뜻이다.
이사 서비스 부문은 어땠을까. 5개 평가 항목에서 1위에 오른 yes2424가 파워 브랜드로 선정됐다. 올해로 39년째 포장이사를 고집하는 통인서비스마스터가 yes2424에 육박하는 62.46점을 얻은 것은 눈길을 끈다.
통인은 2009년 기존 이사 서비스와 함께 인터넷 실내공기 측정, 오염물질·세균 제거 등 토털 홈케어 사업에 진출했다. 숙취음료 시장의 파워 브랜드로는 그래미의 여명808이 선정됐다.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인 CJ제일제당의 컨디션파워(67.58)는 2위에 그쳤다. 동아제약의 모닝케어(58.73)는 3위. 여명808은 인지도 평가에선 컨디션파워에 뒤졌지만 나머지 항목에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에스콰이어·금강제화·엘칸토 등 제화 브랜드 경쟁에선 금강제화가 단연 앞섰다. 에스콰이어와 엘칸토는 62.35점, 55.24점에 머물렀다. 올해로 창립 56주년을 맞은 금강제화는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장수 브랜드다. 글로벌 불황으로 수많은 토종 제화업체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도 이 회사는 지난해 3500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사회공헌 부문의 파워 브랜드로는 2009년 115억원을 사회에 환원해 화제를 모았던 KRA 한국마사회가 꼽혔다. 한국도로공사(67.74)를 근소한 차이로 제쳤다. 한식 전문점 부문에선 놀부가 원할머니보쌈(68.13)을 불과 0.69점 차이로 따돌리고 파워 브랜드에 올랐다. 인터넷 도서 브랜드 부문에선 이변이 연출됐다.
인터파크도서가 YES24.COM(65.39)과 인터넷 교보문고(65.02)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른 것이다. 특히 인터파크도서는 선호도·인지도·만족도·글로벌 경쟁력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했다. 이는 인터파크도서가 국내 최초로 론칭한 3G 이동통신을 적용한 통합 전자책 서비스(비스킷)가 성공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인터파크도서 관계자는 “고객 만족을 경쟁력의 핵심으로 삼고 차별화된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한 게 높은 경쟁력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지역의 파워 브랜드 선정 결과도 흥미롭다. 국내 최고 고추 브랜드로는 명품청양고추(75.51)를 따돌린 음성청결고추가 선정됐고 가공수산물 파워 브랜드엔 영광굴비가 꼽혔다. 울릉오징어(75.61), 인제황태(67.89), 고창풍천장어(65.12) 등 쟁쟁한 경쟁자를 가뿐하게 따돌렸다.
파워 브랜드의 기본은 품질지자체의 브랜드 슬로건 부문에선 아름다운 변화 양주가 해피 수원(80.34), 판타지아 부천(72.36), 렛츠 고양(70.26)보다 좋은 반응을 받았다. 한글을 슬로건으로 사용한 양주는 선호도·이미지·만족도·글로벌 경쟁력에서 경쟁 브랜드를 압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녹차 브랜드 부문에선 보성녹차(77.94)의 아성을 청정제주녹차가 무너뜨렸다.
청정제주녹차는 인지도만 보성녹차에 뒤졌을 뿐 나머지 평가항목에선 1위를 휩쓸었다. 이처럼 파워 브랜드는 영원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영원한 1위도 꼴찌도 없는 게 세상 이치다. 브랜드 파워를 늘리기 위한 발걸음을 멈춰선 안 되는 이유다. 물론 전략만 잘 써도 브랜드 가치를 얼마든지 높일 수 있다.
청정제주녹차가 철옹성 같았던 보성녹차를 따돌린 배경엔 2007년부터 산학연 공동으로 실시한 명품 브랜드 육성 전략이 숨어 있다. 이번 조사에서 2관왕에 오른 SK텔레콤은 생각대로 T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브랜드전략실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고 효율적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꼭 알찬 결실을 보는 것은 아니다.
품질이 담보되지 않으면 제아무리 잘 짜인 전략도 무용지물로 전락한다. 콜라독립 815의 실패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하이 컨셉트 브랜드 마케팅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돌풍은 금세 수그러들었다. 품질, 다시 말해 맛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파워 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선 브랜드 제고 전략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품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경제정글의 냉엄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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