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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2’의 깜짝 비상

‘아이언맨2’의 깜짝 비상

얼마 전 한 친구가 올여름에 나오는 영화는 전부 흥행작의 속편이라고 불평했다. 사실 여름철 영화가가 원래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심한 듯하다.

‘토이 스토리3’ ‘섹스 앤 더 시티2’ ‘트와일라잇 사가: 이클립스’ ‘프레데터스’ ‘캣츠 앤 독스: 키티 갈로어의 복수’ ‘스텝 업 3D’ 등. ‘슈렉’의 경우 가능한 모든 설정을 다 써먹은 나머지 4편에서는 우리의 녹색 주인공이 피오나를 만나기 전의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무심코 저지른 실수를 고쳐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 억지스러운 영화를 누가 보고 싶어 할까? 하지만 모두가 보려고 한다. 흥행 대작의 속편은 할리우드의 최대 수입원이다. 축제에서 파는 솜사탕처럼 만들어지는 느낌이지만 충성스러운 고정팬들이 있다. ‘타이태닉’과 ‘아바타’(이미 속편 한두 편이 제작 중이다)가 나온 뒤 높은 흥행 수입을 올린 영화들은 대부분 속편이다.

배트맨의 2008년 속편 ‘다크 나이트’(5억3300만 달러, 3위), ‘슈렉2’(4억4100만 달러, 5위),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4억2300만 달러, 8위) 등. ‘스타워즈’의 무수한 속편을 포함하지 않아도 이 정도다. 그래서 이를 지긋이 물고 ‘아이언맨2’를 보러 갔다. 내가 ‘아이언맨’의 팬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1편은 재미있게 봤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이 거의 없었다. 1편을 보지 않은 한 사람을 초대해 영화관에 갔지만 오리지널 영화를 놓쳤다는 사실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아무튼 ‘카사블랑카’처럼 진한 여운이 남는 영화가 아니지 않은가? “놀이공원에서 탈것을 이용하는 기분”이리라고 내가 말해줬다. 하지만 내 생각은 부분적으로만 옳았다.

이 영화는 내가 타본 놀이공원의 어떤 것보다 아드레날린을 더 많이 솟구치게 해줬다. ‘아이언맨2’는 ‘스파이더맨2’ 이후 할리우드의 가장 뛰어난 속편인 듯하다. 대중 오락물의 최고 수준이다. 어른들을 다시 아이처럼 느끼게 해주는 멋지고 경쾌한 영화다. 어린이라면 당연히 더 재미를 느낄 듯하다.

‘아이언맨’ 1편에서 우리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억만장자 토니 스타크를 만났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부상한 뒤 로보캅(아니면 로켓티어)처럼 첨단 장비로 만들어진 무장 수트를 입고 여러 재앙에서 우리를 구해주었다. 2편에선 미키 루크가 합류했다. 루크는 ‘레슬러’를 찍은 후 본격적인 재기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악당 이반 반코로 나와 단 한순간도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싹한 느낌을 주는 러시아 과학자 이반 반코는 팔에 전기 채찍이 달린 수트를 만든다. 전기는 그의 채찍에만 흐르진 않는다. 그가 한번 노려보면 번개를 맞는 느낌이다. 따라서 우리의 주인공을 상대할 자격을 갖춘 맞수다. 당연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격투 장면도 많이 나온다.

만화를 영화로 만든 작품 중에서 최고인 듯하다. 특히 사악한 로봇 군단과의 마지막 대전투 장면이 압권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중심은 다우니다. 그 역시 근년 들어 느지막한 상승세를 탔다. 2008년 ‘트로픽 썬더’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지난해 말엔 ‘셜록 홈즈’의 주연을 맡았다.

하지만 나는 ‘아이언맨’에 나오는 다우니가 훨씬 나은 듯하다. 짤막한 농담을 내뱉는 데는 그보다 더 나은 배우가 없다. 즉흥연기처럼 느껴지게 하면서 영화 전체에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그는 애정 상대인 기네스 팰프로를 완전히 무장해제시킨다(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로디 중령 역(1편에선 테렌스 하워드가 맡았다)을 2편에서 맡은 돈 치들과 치열한 연기 대결을 펼친다. 물론 스칼렛 요한슨의 밋밋한 예쁜이 스파이 연기는 다우니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하지만 누가 신경을 쓰랴? ‘아이언맨2’는 스릴이 넘치는 흥미만점의 영화다. 영화가 끝나면 한가지 의문만 남는다. 3편은 언제 나오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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