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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클래식 공연도 다르다

현대캐피탈, 클래식 공연도 다르다

5월 15일 열린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야외공연 현장(작은 사진)과 사전 행사 ‘거리의 악사’.

지난 5월 15일 오후 6시30분 서울 올림픽공원. 도시락을 싸 온 젊은 연인부터 정장으로 멋을 낸 커플, 아이 손을 잡고 온 부부 등이 공원 내 88잔디마당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참석자들의 옷차림만 봐선 어떤 행사가 펼쳐질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잔디마당 앞으로 다가서자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 파크 콘서트’라는 깃발들과 함께 안내 데스크가 눈에 들어왔다.

이날 열린 행사는 영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이들의 연주를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이 아닌 올림픽공원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공연 전부터 클래식 애호가들은 물론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클래식 공연은 ‘어렵고, 불편하고, 딱딱한 것’이라는 이미지가 굳어 있었다.

정통 클래식 공연장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고, 가격도 만만치 않다. 공연 중엔 기침 소리 한번 내기 어렵고, 정작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은 어린 자녀들도 동반할 수 없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파크 콘서트는 기존 클래식의 이미지를 여지없이 깨뜨렸다. 이날 공연장엔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온 가족 나들이객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8세, 6세 자녀와 함께 패밀리석에 자리 잡은 한 여성 관람객은 “바이올린을 배우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클래식 콘서트를 보여줄 기회가 흔치 않았는데 이 콘서트를 보여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공연장을 찾은 한 커플은 “야외에서 클래식을 즐긴다는 게 마음에 들어 TV 광고를 보고 표를 구했다”며 “파크 콘서트의 묘미를 만끽하기 위해 일부러 피크닉석을 택했다”며 웃었다. 실제 패밀리석과 피크닉석에선 도시락이나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준비해 와 간간이 담소를 나누며 콘서트를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여느 클래식 콘서트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클래식 대중화 위해 잔디밭 공연파크 콘서트는 현대캐피탈이 2007년부터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이란 취지 아래 주관해 온 초대형 이벤트 시리즈인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의 일환이다. 현대캐피탈은 그동안 세계 체조 갈라쇼, 투르 드 코리아(Tour de Korea)와 같이 비인기 스포츠 종목을 중심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해 소비자의 큰 호응을 얻었다.

2007년 열린 투르 드 코리아의 경우 해외 유명 선수들은 물론 국내 7개 실업팀과 5300여 명의 아마추어 동호인이 대거 참가하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사이클 레이싱 대회로 치러졌다. 죽음의 레이싱이라 불리는 투르 드 프랑스 7연패를 달성한 랜스 암스트롱이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8년 개최된 세계 체조 갈라쇼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사상 처음으로 10점 만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딴 ‘체조 여왕’ 나디아 코마네치가 직접 기획과 진행을 맡았다. 관중은 세계 정상급 체조 선수 15명이 몸으로 만드는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당시 현대캐피탈이 적극 지원한 신수지 선수는 갈라쇼를 통해 ‘체조 요정’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두 번째로 열린 갈라쇼에선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 리듬체조의 여왕’이라 불리는 예브게니야 카나예바가 출연해 체조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들었다.

이처럼 스포츠 마케팅에서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해 온 현대캐피탈이 이번 공연을 통해 문화 마케팅으로 눈을 돌린 셈.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기존 스포츠 이벤트들이 비인기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한 것과 같은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파크 콘서트를 통해 기존 클래식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클래식 대중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BBC 파크 콘서트 그대로 옮겨와

클래식이 생활 속에 자리 잡은 유럽과 미국에서 파크 콘서트는 흔한 일이다. 대표적 예가 세계적 클래식 축제로 꼽히는 영국의 ‘BBC 프롬스(PROMS)’. 프롬스는 산책을 의미하는 ‘프롬나드(Promenade)’와 ‘콘서트(Concerts)’의 합성어다.

관객들이 공연장에서 음악을 산책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올해로 116회째를 맞는 BBC 프롬스는 매년 7월 중순에서 9월 중순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90여 개의 콘서트 시리즈다.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가 뉴욕필 음악감독으로 있을 때 뉴욕의 음악 수준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프롬스 축제를 런던에서 빼앗아 오면 된다”고 대답했을 정도로 클래식 대중화에 끼친 영향이 남다르다. 이 BBC 프롬스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 바로 런던을 대표하는 공원인 하이드파크에서 열린다.

현대캐피탈이 초청한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BBC 프롬스’의 주역이자 상주 오케스트라다. 세계적 지휘자들과 공연을 통해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브리티시 사운드’를 전 세계에 과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올림픽파크 공연의 지휘를 맡은 이리 벨로흘라베크는 체코 출신의 세계적 지휘자로 2006년 7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로 임명됐다.

2008년 9월엔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야나체크의 ‘브루체크의 여행’ 협연 실황 녹음 음반으로 그라모폰(Gramophone) ‘최고의 오페라’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날 파크 콘서트를 위해 현대캐피탈은 BBC 프롬스 야외 공연의 현장 운영 노하우를 그대로 옮겨왔다. 전체 7000명 입장객 중 304석을 패밀리석으로, 1000석을 피크닉석으로 배정해 청중이 야외 공연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을 느끼도록 하는 데 주력했다.

야외 공연의 특성을 감안해 입장객 전원에겐 우비·생수·부채를 나눠주는 세심함을 보여줬다. 티켓 가격도 R석 8만원, S석 5만원, A석 3만원, 가족석(4인) 9만원, 피크닉석 1만원 등 저렴하게 책정했다. 또한 현대캐피탈 홈페이지(www.hyundaicapital.com)는 물론 블로그와 트위터를 통해 공연 진행 과정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등 클래식 공연 최초로 트위터를 이용한 소셜 마케팅까지 벌였다.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공연 수준도 세계 정상급이었다. 1부 공연은 스메타나 작곡의 오페라 ‘팔려간 신부’ 중 서곡으로 시작됐다. 가벼우면서도 경쾌한 음률의 이 곡은 파크 콘서트의 시작을 알리는 데 적격이었다. 시끌시끌하던 객석은 조용해졌고, 곧이어 빠른 템포의 춤곡이 시작됐다. 두 곡이 끝난 후엔 천재 소년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지용이 등장했다. 그

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을 감각적으로 연주하자 청중은 환호로 답했다.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6번 ‘신세계로부터’가 연주된 2부는 올림픽공원의 밤을 더욱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공연의 절정은 앙코르로 ‘고향의 봄’이 연주될 때였다. 무대 양 옆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엔 고향의 봄 가사가 등장했고, 청중은 이를 나직이 따라 불렀다.

현대캐피탈의 변창우 마케팅본부장은 “청중도 새로운 클래식 콘서트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높은 완성도와 열광적 호응에 힘입어 일회성 공연이 아닌 인비테이셔널 시리즈로 앞으로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캐피탈은 오는 9월엔 제주 해비치CC에서 ‘한·일 프로골프 국가대항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2004년 한 차례 개최된 후 중단됐던 대회가 ‘현대캐피털 인비테이셔널’이란 이름으로 6년 만에 부활하는 것. 총 70만 달러의 상금이 걸린 이 대회는 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최경주와 양용은을 비롯해 일본을 대표하는 이시카와 료 등 한·일 스타 골퍼들이 대거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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