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자동차·전자 맑음 … 조선은 아직
은행·자동차·전자 맑음 … 조선은 아직
“글로벌 경제위기를 가장 먼저 극복한 만큼 국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은행·전기전자·자동차 분야 기업 주가가 탄력을 받을 것이다. 다만 침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은 하반기에도 ‘햇볕’을 받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앙일보·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즈’ 수상자들이 올 하반기 주식 시장을 전망한 내용이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경제를 선도하고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업종이나 불확실성이 제거된 은행·금융 업종은 맑음이지만 건설·조선 업종은 아직 불황 터널에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게 하반기·내년 주가 전망과 주요 변수, 추천 종목을 들어봤다.
자동차·부품 - 공정호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전 유진투자증권)
추천 종목 현대자동차·경창산업지난 1년 반 정도 자동차 주가가 많이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음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가 크게 선전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수요는 전 세계적으로 완만히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도 미국·중국·인도 자동차 판매량은 5월까지 증가했다. 하반기도 비슷할 전망이다. 유럽은 감소하겠지만 나머지 지역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 같다. 따라서 자동차 회사의 실적은 하반기에 더 나아지고, 주가도 여전히 상승할 것으로 본다. 다만 3분기에는 여름 휴가와 추석 연휴가 있다.
근무일수가 줄어들어 매출이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이는 4분기에 회복될 전망이다. 이때 잠시 주가가 하락할 수 있지만 계절적 요인이니 큰 문제는 아니다. 더 중요한 변수는 지금까지 보여 온 현대·기아차의 고질적 파업 사태다. 그러나 이런 염려 역시 올해는 접어둬도 될 듯하다.
현재 두 회사의 노조가 강성이 아니기 때문에 예전보다 파업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최근 기아차 주가가 많이 올랐다. 이는 실적 개선 속도가 현대차보다 빨랐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높아졌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좀 달라질 것으로 본다.
현대차가 아반떼 후속 모델을 내놓는 등 심기일전하고 있어서다. 대대적 신차 마케팅도 계획 중이다. 자동차부품주 주가 역시 ‘형님주’의 선전 덕분에 많이 올랐다. 특히 경창산업이 턴어라운드(실적 개선)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정유·화학 -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
추천 종목 호남석유화학·한화케미칼·LG화학하반기 업황이 잠깐 둔해질 전망이지만 내년에 다시 좋아질 것으로 본다. 현재 석유화학 업종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돼 국내 기업들이 ‘할인가’에 거래하고 있다.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 수익 창출 능력 대비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서 그렇다. 장기적으로 호남석유화학·한화케미칼, 하반기에는 수익성 개선이 예상되는 LG화학을 추천한다.
석유화학 업종은 품목이 다양하다. PE(폴리에틸렌)와 EG(에틸렌글리콜)는 중동과 경합하는 제품이다. 중동 쪽 물량이 늘어나 국내 기업은 약세다. 대신 중동에서 생산이 어려운 PVC(폴리염화비닐) 같은 제품은 경쟁력이 있다. 글로벌 경기 움직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반적 수요는 호전될 것으로 본다.
중국·동남아 등이 건재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것이 호재다. 최근 중동에서 석유화학 신규 설비 가동을 준비 중인데, 신규 가동이라는 게 과거에도 수 차례 지연된 경험이 있다. 중동 설비 가동이 추가 지연된다면 예상보다 수급이 더 빠듯해질 것이다. 정유 쪽은 정제마진이 줄어들면서 최근 1년 반가량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반기는 비중 확대로 올렸다. 특히 올 2분기가 좋지 않은데 계절성에 의한 수요 약세 때문이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수요가 좋아질 것이고 공급 물량이 갈수록 줄어 시장이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그러나 2004~2008년 같은 호황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완만한 업황 회복인 셈이다.
유망 기업으로는 고도화 설비를 가동 중인 SK에너지, GS칼텍스를 꼽는다. 이들은 꾸준히 수익성이 좋아질 것으로 본다. 호황기 당시 투자했던 덕을 이제야 보는 셈이다.
은행 - 박정현 한화증권 연구원
건설사와 관련한 구조조정도 마무리되고 있다. 6월 중 건설사에 대한 신용평가가 끝나면 비용 처리 규모가 정해진다. 업계 개편도 관심사였는데 KB금융 회장 선임, 우리은행 민영화 등에서 윤곽이 잡혔다. 업계 전반에 둘러쳐진 안개가 걷힌 셈이다.
국내 은행의 이익 창출 능력은 많이 회복했다. 은행 업종 투자를 확대할 시점이다. 적어도 30~35%는 오를 것으로 본다. 하반기 위협 요인은 역시 유럽 재정위기다. 6~9월에 유럽 일부 국가의 채무 만기가 도래한다. 채무 재조정이 잘 이뤄지면 긍정적이지만 일부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한다면 문제다.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로 악화될 수도 있다. 아직 수면 위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미국 지방정부의 재정적자도 골칫거리다. 은행이 자산을 줄이는 가운데 유동성 공급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이 문제다. 내년께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최근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세계 50위권 메가뱅크’를 제시하면서 요즘 은행권엔 대형화 문제가 이슈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자본은 늘지만 ROE(자기자본이익률)가 떨어진다는 게 이유다. 결론적으로 은행주는 하반기부터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전망이다. 기업으로는 신한지주를 추천한다. ROE가 평균 11%에 이른다. 올해는 14~15%에 이를 전망이다. 아직 주가에서 다른 경쟁 회사와 차별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상승 잠재력이 있다.
건설 -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
추천 종목 현대건설지금 좋지 않은 상황이 앞으로 나아질 호재가 별로 없다. 주가는 많이 내렸다. 건설사 구조조정 이후 규제 완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반등한 상황이다. 하지만 하반기 규제 완화책이 시장을 활성화하기에 무리가 있다. 미분양 잠재 물량도 많다. 올해까지 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내년 하반기 정도에 좀 나아질 수 있다.
해외는 국내보다는 시장이 좋지만 마진 감소가 문제다. 최근 중동 건설 수익성이 대폭 떨어졌다. 발주처가 저마다 원가를 줄이려고 해 수주하더라도 마진이 좋지 않다. 한국의 시공 기술에 대한 경쟁력은 이미 세계 수준이다. 최근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해 수주 여부는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까지 높았던 마진율이 과연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주가 역시 매우 싸다고는 말 못한다. 시황이 나빠지고 수주가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더 하락할 여지도 있다. 관련 주식을 보유 중이라면 시장이 좋지 않을 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좀 정리를 하고, 시장이 좋아지면 다시 저가 매수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 아직 추세를 판단할 만큼 시장이 안정되지 않았다.
추천 종목은 현대건설이다. 과거에 공격적으로 영업하지 않아 시장이 나빠질 때 상대적으로 손실을 덜 봤다. 시공 위주 사업구도라 마진율이 원래 낮았다. 최근 시공에 자재 조달 등 새 사업을 확장해 마진이 늘고 있다. 인수합병 관련 모멘텀도 호재다.
기계·조선 - 이지훈 SK증권 연구원
추천 종목 현대중공업·성광벤드·현진소재기계 업종은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과 투자 회복이 진행 중이다. 먼저 발전플랜트 분야의 전망이 좋다. 상반기에 기대한 프로젝트 발주가 많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원자력발전 기자재 발주가 하반기에 이뤄질 전망이다. 화력발전 수주도 예상된다. 건설기계는 기조적으로 괜찮지만 계절성이 있다.
중국 굴착기 판매가 2분기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추세다. 건설기계 관련업체의 실적이 지난해와 비교해 개선되고 있는 것은 계절 요인이다. 따라서 상승 모멘텀은 약해질 전망이다. 단조업종은 주가가 많이 하락해 가격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다만 구조적으로 공급 과잉 상태다. 이를 해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다.
또 풍력에 투자가 많이 이뤄져야 하는데 유럽 재정위기로 다소 주춤하는 형국이다. 공작기계 쪽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 관이음새를 제조하는 피팅 업종에선 성광벤드가 좋아 보인다. 하반기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서다. 단조업체 중에는 현진소재를 주목할 만하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좋고 업종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여력이 있다.
회복기 상태에 있는 조선은 예전 수준을 찾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발주량, 성과, 수익성 등을 따져보면 유조선을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중국 경제가 견조해 벌크선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다만 컨테이너 쪽은 부진하다.
주목할 회사는 현대중공업이다. 이 회사는 2012년이 되면 매출에서 조선사업 비중이 30% 이하로, 이익에서는 10% 아래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상 조선업체가 아닌 셈이다. 발전·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전기·전자 - 박강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추천 종목 삼성전기·루멘스·덕산하이메탈전반적으로 하반기에 여전히 좋은 모습을 이어갈 것 같다. 반도체와 LCD TV의 재고가 문제지만 LED TV 수요가 늘고 있어 상황이 나쁘지 않다. 다만 휴대전화 단말기는 사정이 좋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에 약하다. 이 시장에선 애플이 독주하고 있다. 역시 가장 좋은 분야는 반도체다.
2차전지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쪽이 유망하다. 시간이 갈수록 LED TV, LED 조명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이다. 2분기까지 주요 업체들의 실적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릴 전망이다. 반도체와 태블릿 PC,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모바일기기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PC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호재다.
다만 유럽이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수요가 줄어들 수 있어 하반기에는 예상보다 TV, 휴대전화 판매량이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일본보다 하드웨어에서 기술 우위에 있다. LED TV 시장을 가장 먼저 만들었고 3D 기술에서도 앞선다. 내년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원-달러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져도 일본·중국 업체보다 선전이 점쳐진다.
반도체는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가 D램 시장에서 계속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IT(정보기술) 분야에서 기업을 선별할 때는 완제품(세트) 업체와 부품 업체를 따로 봐야 한다. 삼성전자 실적이 좋아지면 그 아래 부품 업체 실적이 좋아지게 마련이다. 삼성 LED TV에 부품을 공급하는 루멘스, 삼성 모바일 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덕산하이메탈 등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통신서비스 - 최남곤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
추천 종목 KT조만간 업계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모바일기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먼저 스마트폰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6월에 삼성전자 갤럭시S, 애플 아이폰4 등 신제품이 나오면서 시장에 자극이 되고 있다. 하반기에는 아이패드가 출시될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모바일인터넷기기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배당 수익률이나 가격 측면에서 보면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가격 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지금은 주가 흐름이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다만 기업 간 경쟁이 격화되면서 비용구조는 적어도 3분기까지 악화될 전망이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오면 마케팅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요금 인하 경쟁도 치열하다.
최근 통신서비스 주가가 좋지 않은 이유로 자주 거론되는 이슈이기도 하다. 주가나 종목 추천에서 올해보다 내년이 긍정적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 가입자가 4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는데, 스마트폰 사업은 초기에 비용이 많이 든다. 따라서 이를 회수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올해보다 내년의 업종 환경이 긍정적이다.
기업별로 보면 최근 KT가 좀 앞서나가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기기 면에서 갤럭시S보다 아이폰4가 나을 것으로 본다. 아이패드도 KT를 통해 독점 공급될 가능성이 있다. 요즘 업계 화두가 무선인터넷인데 KT가 확실히 주도하고 있다. 업계 1위인 SK텔레콤을 뒤집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실제 SK텔레콤과 이익 규모 격차, 시가총액 격차가 계속 좁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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