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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월드컵 보면 ‘식도염’ 생겨

누워서 월드컵 보면 ‘식도염’ 생겨

직장 동료나 부하직원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고 귀가하는 경우가 많은 김찬수(43·가명) 차장. 김 차장은 요즘 쓰린 가슴을 달래느라 손바닥으로 가슴을 치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야근을 마치고 술과 야식을 먹는 날이 많아 최근 몇 개월 사이 체중도 7kg이나 늘었다. 김 차장의 아내는 ‘혹시 술 때문에 건강을 해쳤나’ 걱정하며 남편을 동네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김 차장에게 몸의 증상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자세히 들은 의사는 위내시경 검사를 권했다. 위와 식도 등의 점막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위내시경 검사를 마친 의사는 김 차장에게 ‘역류성 식도염’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강한 산성의 위액이나 위에서 소화되고 있던 음식이 식도로 역류해 장시간 머무르는 바람에 염증이 생겼다고 한다.

식도에 염증이 생기면 점막이 부어오르거나 점막 조직의 일부가 없어지는 궤양을 일으키게 된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흉골(胸骨) 뒤쪽에 뜨겁거나 쓰라린 통증과 심한 불쾌감을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소식하라는 이유위액은 음식물을 소화하기 위해 강한 산성의 위산이나 소화효소를 포함하고 있어 매우 자극적이다. 점막으로 보호받고 있는 위와 달리 식도는 위액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다. 하지만 건강한 상태에서는 식도가 위액으로 인해 상처받을 염려는 없다. 하부식도괄약근이라는 근육이 위액의 역류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하부식도괄약근은 식도와 위를 이어주는 근육이다. 음식을 삼킬 때에는 느슨해져 식도에서 위쪽으로 음식물이 떨어지게 한다. 일이 끝나면 식도를 조여줌으로써 위 속에 있는 내용물들이 역류하지 않도록 조절한다. 뛰어난 자동조절 시스템이다. 식도의 연동운동도 위액이나 위 내용물의 역류를 막아주는 자동장치다.

소화관이 근육의 수축을 통해 입으로 먹은 것을 항문 쪽으로 운반해 나가는 이 운동으로 역류하려는 위의 내용물을 재빠르게 되돌려버린다. 침도 식도로 역류하는 위액을 엷게 만들어 흘려버림으로써 식도가 다치지 않게 도와준다. 이러한 위액 역류 방지 시스템에 고장이 생기면 강한 위액이 식도를 침범하게 되는 것이다.

위액 역류 방지 시스템이 고장나는 원인은 주로 과음과 과식, 비만, 지방의 과다 섭취 등이다.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 위가 길게 늘어지게 되면 하부식도괄약근이 느슨해진다. 또한 지방분이 많은 식사를 하면 위산이 늘어나 위액의 역류를 일으키기 쉽다. 단백질이 너무 많은 음식도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위액의 역류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신체의 모든 기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하부식도괄약근의 기능과 식도의 연동운동이 저하되고, 침의 양도 줄어들어 역류한 위액을 위쪽으로 다시 되돌리기가 힘들어진다. 등이 구부러지면 배가 압박받아 위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액 역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소식(小食)하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지 않으려면 비만을 조심해야 한다. 몸이 뚱뚱한 사람은 복압이 올라가 ‘식도열공(裂孔) 헤르니아’가 되기 쉽다. 식도열공은 횡격막을 식도가 관통하고 있는 구멍인데, 어떤 원인에 의해 느슨해지면 그 틈으로 위가 흉강 안으로 들어간다. 이 상태를 식도열공 헤르니아라고 한다.

주로 상복부의 불쾌감, 구토, 가슴 통증, 기침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역류성 식도염에 걸리면 명치와 가슴 부위가 타오르듯 아픈 심복통 외에도 시큼한 산성 액체가 입까지 올라오거나 가슴 통증, 기침, 목의 위화감, 불면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개중에는 식도에 염증이 있어도 별로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트림을 할 때 시큼한 액체가 느껴지거나 토할 기분이 생길 경우에는 역류성 식도염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역류성 식도염은 가슴을 세게 조이는 듯한 통증 때문에 협심증과 혼동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기침이나 천식이 생길 수도 있다. 역류한 위액이 목이나 기관지를 자극하거나 식도의 점막을 통해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다 보면 천식 증상이 호전되는 환자도 있다.



식도 건강엔 술이 가장 해로워

요즘에는 역류성 식도염을 치료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약들이 나와 있어 이를 복용하면 증상을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됐다고 스스로 판단해 치료를 중단하게 되면 재발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궤양은 한번 생기면 쉽게 낫지 않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궤양의 정도가 심하지 않고 가슴 부위 통증도 가끔 일어난다면 계속해서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 증상이 있을 때만 약을 먹어도 무방하다.

역류성 식도염 환자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나쁜 생활습관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식생활 습관의 개선이다. 지방이나 단백질이 너무 많이 포함된 식사는 역류성 식도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위산을 늘리거나 가슴 통증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초콜릿, 케이크 등 단 것과 고추, 후추 등의 향신료, 귤이나 레몬 등 산미가 강한 과일, 소화에 나쁜 음식 등은 되도록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식사를 하지 말고 약간 부족한 듯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술은 가장 해롭다. 술을 마시게 되면 위산의 분비가 늘고 식도하부괄약근이 느슨해지기 때문에 치료기간 중에는 금주해야 한다. 커피나 녹차 등에 포함된 카페인도 위산의 분비를 늘리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밥을 먹은 후 3시간 동안에는 위 내용물의 역류가 일어나기 쉬우므로 곧바로 눕거나 자는 것은 좋지 않다. 옛 어른들이 밥 먹은 후 바로 드러눕는 자식들에게 불호령을 내렸던 것은 생활 속에서 얻은 건강상식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세는 역류성 식도염과 깊은 관계가 있다. 구부정한 자세를 곧게 펴야 한다.

잘 때 상반신을 약간 높이면 역류가 일어나기 어려워진다. 남편이 저녁을 먹은 다음 곧바로 소파에 드러누워 캔맥주를 마시며 월드컵을 시청하려 한다면 당장 일어나도록 옆구리를 꼬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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