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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기스스탄 사태 외면? 러시아의 환골탈태

caution in kyrgyzstan
키르기스스탄 남부에서 발생한 민족분규로 7만5000명의 우즈베키스탄인이 피란길에 올랐다. 아직도 그 원인이 무엇인지는 확실치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엇보다 러시아의 반응이 가장 놀라웠다. 이번 소요사태를 구실로 자신들의 옛 식민지에 병력을 파견해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대신 러시아 당국은 이번 무력사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번 사태는 내부 갈등이며 아직까지 사태해결에 참여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한 크렘린 대변인이 말했다. 러시아가 원래부터 그렇게 신중하지는 않았다. 1990년대 초반에는 옛 소련 영토에 어떻게든 다시 발을 들여놓으려 애쓰며 남오세티야·아자리야·트란스니스트리아 같은 곳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했다.

2008년에만 해도 그루지야 정부가 남오세티야를 장악하려다 실패한 뒤 그루지야에서 이탈한 두 개 주를 사실상 합병했다. 하지만 지금은 러시아가 더욱 영리해진 듯하다. 무엇보다 러시아 정부는 오래전부터 집단안보조약기구(CSTO)라는 지역안보단체의 지도국으로서 입지를 굳히려 애써 왔다.

CSTO의 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 같은 국가 지도자들은 대체로 전체주의적인데 만일 러시아가 키르기스스탄에서 힘자랑을 하면 그들이 겁을 먹을 게 뻔하다. 따라서 러시아로서는 자충수를 두는 셈이다. 러시아는 대신 긴급 CSTO 정상회담을 소집하고 ‘공동 보조(joint action)를 취한다’는 모호한 어구의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는 또한 자신들이 키르기스스탄에서 너무 욕심을 내면 새로운 외교정책의 또 다른 핵심 요소가 위태로워진다는 사실을 익히 안다. 바로 미국과의 관계개선이다. 키르기스스탄 내 마나스의 미국 공군기지는 아프가니스탄 작전의 주요 거점이다. 그리고 지난해까지 미국과 러시아가 이 문제를 두고 볼썽사나운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이제 러시아 당국이 입장을 바꾼 듯하다. 마나스에서 미군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포기하고 그 대가로 몇 가지 실익을 챙겼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옛 소련 국가들을 가입시키려는 노력의 중단,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지 등이다. 러시아는 바키예프 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몰락(반정부 그룹 내 친러시아 세력이 주도했다)이 위험한 권력 공백을 남길지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 남서부가 민족분규 수렁에 빠져들어선 이로울 게 없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히 인식한다. 키르기스스탄 남서부에선 지난 15년 동안 부족 간 폭력사태가 수시로 발생했다. 로자 오툰바예바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러시아에 평화유지군 파견을 요청했을 때도 러시아 정부는 그것을 묵살했다.

그런 신중한 태도는 러시아 정부가 지역의 강국이 되고자 하는 야망을 버렸다는 신호가 아니다. 오히려 러시아가 탈제국주의적 욕망을 달성하는 데는 정치적 수완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배웠다는 의미다. 미국과 중앙 아시아엔 희소식이지만 키르기스스탄에는 나쁜 소식이다.

OWEN MATTHEWS



브라질 경제의 새로운 훼방꾼?

What the cup costs brazil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첫 경기를 치른 16일, 브라질의 업무시간은 정확히 오후 두 시에 종료됐다. 학교 당국은 브라질팀이 조별 예선을 통과하면 브라질팀의 경기가 있는 날엔 휴교령을 내릴 계획이다. 그러나 그런 월드컵 열기가 브라질에 상당한 불이익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이번 월드컵 축구 광풍이 브라질이나 다른 어떤 나라에 얼마나 큰 피해를 줄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의 윌렘 스미트 연구원은 월드컵 문화 전반을 향해 레드카드를 꺼내 들었다. 월드컵 참가국 노동력의 절반만 경기 중에 일손을 놓더라도 세계 경제가 입는 손실이 104억 달러에 이른다고 그는 추산했다.

하지만 이는 월드컵 개막 후 첫 두 주 동안의 조별예선 경기만 따진 수치다. 결승 토너먼트가 벌어질 때의 생산성 감소를 상상해 보라. 멕시코와 독일의 피해가 가장 클 성싶다. 노동력의 절반이 휴업할 경우 생산 중단으로 각각 17억 달러의 손실을 입는다. 브라질이 12억 달러의 손실 규모로 그 뒤를 잇는다.

반론도 만만찮다. IMD의 카스텐 존슨 연구원의 주장으로는 남아공은 건설업 일자리와 관광객이 크게 증가했다. 그리고 브라질은 TV 판매 증가로 가전업체들이 호황을 누렸고 양조업체들은 월드컵 대회기간 중 맥주 판매량이 여름철 전체 판매량과 맞먹으리라고 추정한다.

MAC MARGOLIS



이란의 최고권력자는 ‘혁명수비대’

Iran’s Guards tighten their grip on power
이란의 선거부정 규탄 시위가 발생한 지 1년.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의 권력이 강화되면서 국민의 삶과 국내 정치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어느 때보다 힘들어졌다. 반정부 언론에 재갈이 물리고 시위자는 구속됐으며 거리에는 군 병력이 쫙 깔렸다. IRGC는 야당뿐 아니라 집권 세력 내부의 온건파까지 겨냥했다.

심지어 독자적으로 정치 재판소까지 설치해 반대파들을 처형했다. 이란 안보체제의 정치화는 오래전부터 지속돼 왔으며 IRGC 출신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권력을 잡고 수비대 출신들로 행정부 요직을 채우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새로운 점은 이란 통치구조의 변화다. 지금은 안보체제가 정부 내 최고의 권력기관이다.

수비대는 이란의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미사일 기지와 공군 기지를 관할한다. 전에는 군부 지도자들이 민간과 종교계 지도자들의 지시를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었다. 수비대가 곧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시도 뒤집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경파들이 호랑이 새끼를 키운 듯하다.

JERRY GUO



광물자원이 아프가니스탄 구할까

will minerals save afghanistan?
1975년 2월, 미국의 모빌오일사가 남베트남 해안에서 석유를 발견했다. 남베트남 정부는 서둘러 전쟁의 전환점이 왔다고 선언했다. 미국 측은 유전 발견으로 전쟁에 지친 남베트남 군대와 민간인들이 활력을 되찾고 미국 의회가 다시 전쟁을 지지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몇주 뒤 북베트남이 미국의 후원을 받는 남베트남 정권을 물리쳤다.

현재 미국 당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1조 달러 가까운 규모의 광물자원을 발견했다고 환호한다. 베트남전 당시와 아주 흡사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와 미국 지질학자들이 “철·구리·코발트·금 그리고 중요한 산업금속의 방대한 광맥을 찾아냈으며… 이는 아프간 경제와 어쩌면 아프간 전쟁 자체를 근본적으로 뒤바꿀 정도의 규모다”(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예전부터 자국 땅에 보석과 광물 자원이 풍부하다고 자랑해왔다).

보물을 발견하는 일과 그것을 캐내는 일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설령 아프간의 광물자원과 수송로를 어떻게든 보호한다고 해도 누가 그 혜택을 차지하느냐를 둘러싸고 분명 중앙정부, 주정부, 지방정부, 부족장들 사이에 아귀다툼이 벌어지게 된다. 한편 탈레반 지지자들도 관심을 보인다.

페샤와르 인근의 탈레반 마드라사(학교)의 한 성직자는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진정한 이슬람 수장국이 재건되면 아프간의 천연자원은 다른 나라의 지원에 기대지 않고 우리나라를 경제적으로 지탱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탈레반 반군을 움직이는 새로운 희망이 생긴 듯하다. 순교 후 하늘에서 만나게 될 처녀들이 아니라 반짝이는 금괴들 말이다.

RON MOREAU and SAMI YOUSAFZ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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