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등 입지 좋은 중소형 잘나가
교육 등 입지 좋은 중소형 잘나가
“역시 광교신도시는 다르다.”지난 5월 청약접수를 진행한 ‘광교 e편한세상’이 1순위에 마감되자 이곳저곳에서 “역시 광교”라는 말을 쏟아냈다. 광교 분양이 본격화된 2008년 이후 광교신도시에 지어지고 있는 민간 아파트 청약접수는 대부분 1순위에서 마감됐다.
광교 e편한세상도 이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뿐이 아니다. 올 상반기에 공급된 ‘광교 한양수자인’과 ‘광교 자연앤자이’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에서 청약접수를 마쳤다. 전반적인 주택경기 침체에도 입지가 좋다고 소문난 지역의 단지는 쉽게 청약자를 불러모았다.
인기 지역과 비인기지역의 선호 양극화는 올 상반기 청약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남양주 별내지구도 마찬가지다. 송도 2개 단지, 별내 1개 단지가 청약 1순위에서 접수를 끝냈다. 이처럼 양호한 입지에 위치한 신규 단지 대부분은 1순위에서 접수를 마치는 기염을 토했다.
시장에서 의미하는 양호한 입지란 ‘높은 투자성이 보장되는 지역’을 의미한다. 수도권에서 가장 양호한 입지를 자랑하는 광교신도시의 경우 도시 안에 경기도청과 도의회, 교육청 등 관공서가 옮겨올 예정이고 에듀타운(교육시설) 조성이 계획돼 있다. 경기도의 새로운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이유다.
이는 광교신도시가 다른 지역보다 집값 상승률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와 맥을 같이한다. 투자성이 좋은 아파트에 쏠리는 현상은 ‘서울 재건축 아파트’ 1순위 마감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는 예전부터 서울 집값을 좌우했고 상승폭도 가장 컸다. 이런 관심은 올 상반기에 나온 ‘둔촌 푸르지오’와 ‘흑석 한강 푸르지오’ ‘래미안 그레이튼’ ‘반포 힐스테이트’를 1순위에 마감시켰다.
이처럼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는 아파트에 청약이 몰리는 현상은 올 들어 더욱 뚜렷해졌다. 상반기에 1순위 마감을 한 10개 단지 모두 양호한 입지 또는 서울 재건축 아파트라는 범위로 묶을 수 있다.
지방 제로 청약률 속출
관심조차 받지 못한 단지도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3개 민간 단지 중 15개가 ‘제로 청약률’을 기록했다. 많아야 반기에 3~4번 있었던 제로 청약률이 빈번해진 것이다. 심지어 대우건설과 두산건설 등 비교적 선호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도 이 한파를 피해 갈 수 없었다.
제로 청약률이 잦아지자 ‘깜깜이 분양’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깜깜이 분양이란 청약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소리 없이 청약에 나서 1~3순위 청약률을 0%로 만든 뒤, 4순위 분양(선착순 분양)을 통해 소비자를 모집하는 판매 기법을 말한다.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될 때 나오는 이 분양법은 선착순으로 계약자를 받기 때문에 수요자는 청약통장을 쓰지 않고도 원하는 동과 호수를 고를 수 있다. 그리고 건설사는 조용히 청약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규모 미분양 단지’라는 오명을 쓰지 않고 정식분양 때보다 홍보비용을 10~20%가량 아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D건설사가 지난 3월 공급한 대구시 상인동 아파트와 울산시 전하동 아파트다. 상인동 아파트와 전하동 아파트는 각각 594가구와 242가구를 분양했지만 청약자가 단 한 명도 모이지 않았다. D건설사는 정규 청약절차를 마친 며칠 후, 이 두 아파트 분양을 공지했다.
깜깜이 분양을 시도했다는 방증이다. 이 밖에 또 다른 D건설사가 내놓은 대구시 성당동 아파트와 B건설사가 공급한 서울시 홍은동 아파트 등도 깜깜이 분양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지난 상반기에는 인기지역에서 나온 아파트와 비인기지역에서 공급된 물량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그러나 지방 물량이 전부 우울한 소식만 전했던 것은 아니다.
삼구건설의 ‘포항 양덕트리니엔’과 한신공영의 ‘울산옥동 한신휴플러스’ 등은 지방에서 나온 아파트지만 순위 내에서 접수를 마치는 기쁨을 누렸다.
배상신 삼구건설 분양소장은 “꼼꼼한 시장조사의 승리”라며 “최근 몇 년 동안 포항지역에 신규분양이 없었다는 점에 착안해 수요가 살아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형 건설사 아파트라고 모두 청약자가 몰린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래미안’이나 ‘e편한세상’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가 붙으면 많은 수요자가 관심을 갖는다. 그 관심은 곧 청약 3순위 내 마감이라는 실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올 상반기에 등장한 일부 대형사 물량은 ‘청약 흥행 보증수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지난 6개월 동안 10대 대형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29곳. 이 중 절반이 넘는 19곳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일부 대형사 물건에서는 제로 청약률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의 이영진 리서치연구소장은 “대형사가 분양한 아파트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따라다닌다”며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대형사 아파트 중에도 깡통 아파트(현 시세가 분양가 밑으로 떨어진 아파트)가 등장하면서 이런 기대가 꺾였다”고 분석했다.
5~6월에 걸쳐 6000여 가구 이상의 대형사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있는 경기도 용인 성복동 주변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이 일대에서는 ‘신봉 센트레빌(298가구)’과 ‘래미안 이스트팰리스(2337가구)’ ‘성복 자이(719가구)’ ‘성복 힐스테이트(1512가구)’의 이사가 진행 중이다.
브랜드만으로는 안 통하더라공급이 몰리면 가격이 내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 이들 단지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분명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신봉 센트레빌 189㎡는 최초 분양가보다 8000만~9000만원 낮은 7억2000만~7억3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래미안 이스트팰리스와 성복 자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편 중소형 선호도는 더욱 올라갔다. 같은 아파트의 중소형(85㎡ 이하)에는 많은 수요자가 몰렸지만 중대형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하는 일이 빈번했다. 고양시 삼송지구 ‘동원로얄듀크’의 경우 85㎡ 이하 평형은 전부 1순위에 마감됐지만 중대형은 모두 미달됐다. 또 ‘부산 금정산 쌍용 예가’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나인성 부동산써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분양시장에서는 자금 마련이 쉽고 상대적으로 거래가 쉬워 부담이 적은 중소형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 하반기 분양시장은 상반기보다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획으로는 약 20만 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는데, 업계 전문가들은 실제 공급량을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관측하고 있다. 상반기 공급량은 계획 대비 60% 선이다.
이재국 서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반기 분양시장의 변수는 3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종료”라며 “이들 변수로 인해 민간 건설사가 내놓을 분양물량이 많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25일 나온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발표’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출구전략도 공급량을 축소할 요인으로 꼽힌다.
C·D등급을 받은 16개 건설사가 올 하반기에 예정한 분양물량은 1만8000여 가구였지만 16개사 전부 올 하반기 분양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크아웃 대상 건설사로 꼽힌 A건설사 관계자는 “앞으로 주택사업의 방향은 미분양 위험이 큰 신규분양 대신 유동성 확보를 위한 미분양 소진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신규분양 아파트는 가능한 한 내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하반기 분양시장 흐름도 상반기와 비슷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양호한 입지에서 나오는 아파트와 중소형의 인기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인 건설사들은 발 빠른 대책 마련으로 수요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조만간 시장에 나올 예정인 ‘용인 성복 아이파크’를 분양하는 현대산업개발은 이 단지를 중소형 위주로 재구성했다.
애초 126~167㎡형으로 분양승인을 받았지만 설계변경을 통해 성복 아이파크의 주택형을 84·105·124㎡형으로 교체했다. 중소형 비중을 늘린 것이다. 우미건설도 올 연말 분양할 인천 영종하늘도시 아파트를 처음에는 148㎡ 단일평형으로 구성됐지만 현재 중소형 비율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밖에 월드건설 등도 중소형 위주의 아파트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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