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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안 하면 돈 빌려 상속세 낸다

준비 안 하면 돈 빌려 상속세 낸다

유산으로 받은 자산이 부동산, 비상장 법인 주식이라면 어떻게 상속세를 납부할까? 상속인은 하루라도 빨리 상속 재원을 마련해 두는 게 좋다.

"최근에 잘 아는 A씨가 상속세를 두 번이나 냈습니다. 가만 보니 저도 그렇게 될 거 같아 고민입니다.”

3개월 전 FP센터를 방문해 인사를 나눈 중소기업 B사장은 대뜸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번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A씨가 상속세를 냈는데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의 상속재산에 대한 세금을 한 번 더 낸 것이다.

2008년 기준 상속세를 남겨준 사망자는 모두 3719명이다. 이 중 상속 재산이 10억원을 초과한 사망자는 2399명이고 총 납부 상속세액은 2조2920억원에 달한다. 피상속인 1인당 평균 약 9억5500만원씩의 상속세를 남겨준 셈이다.

상속 재산은 남은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과 재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상속 재산이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특히 상속세를 납부할 자금이 없을 때 고민이 많다. 예를 들어 유산으로 받은 자산이 부동산, 비상장 법인 주식일 경우 어떤 방법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을까?

대출을 받거나 부동산을 팔아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다. 이마저 힘들면 해당 부동산의 물납으로 세금을 납부한다. 문제는 대출이자가 발생하고 대출 원금 상환에 대한 압박을 받거나 부동산을 급하게 팔면서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 상담 고객은 경기도에 시가 200억원 상당의 상가를 가족 공동 소유로 갖고 있다.

그도 A씨와 마찬가지로 4년 전에 아버지에게 상속을 받았다. 어머니와 4남매가 공동상속을 받았으며 당시 상속세로 약 30억원을 납부했다. 당시 아버지의 죽음이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라 상속에 대한 준비를 못했다. 상속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현금이 부족했다.

그는 물납과 연부연납으로 상속세를 냈다. 연부연납이란 상속·증여세의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초과해 일시에 납부하기 어려울 경우 납세자가 관할 세무서장의 허가를 받아 담보를 제공한 후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는 제도다. 대출을 받을 수 있었지만 선택하지 않았다.

대출 시 금융회사가 실시하는 감정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 재산 감정평가를 받으면 주택, 상가, 빌딩, 토지 등 부동산은 시가로 값을 매긴다. 국세청은 상속일 기준 전후 6개월 이내에 상속 재산 자체의 거래가액, 2곳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이 평가한 감정가액의 평균액, 그 부동산이 수용·경매·공매된 사실이 있는 경우엔 그 가액을 시가로 본다.

사실 실제 매매가액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때는 기준시가를 적용하거나 임대금액으로 환산한 가액 등 보충적 평가 방법을 사용한다. B사장도 세무사와 상담해 연부연납의 방법으로 상속세를 납부했던 것. 그의 고민은 끝나지 않았다. 어머니가 나이가 들면서 어머니 명의 재산이 앞으로 본인과 형제에게 상속될 경우 또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세 과세표준을 산출할 때 각종 공제를 적용한다. 인적공제 항목 중 배우자 공제가 가장 크다. 배우자가 있을 경우 기본적으로 5억원부터 최고 30억원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을 때는 어머니가 배우자공제를 30억원 적용받아 상당한 규모의 상속세를 줄였다.

하지만 어머니가 상속을 할 경우에는 배우자 공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속 재산 규모가 비슷하더라도 훨씬 많은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바로 이 점 때문에 B사장이 FP센터 문을 두드린 것이다. 상담이 진행되는 동안 상속에 대한 궁금증이 하나 둘씩 풀려가자 신뢰를 얻은 고객은 남몰래 갖고 있던 또 하나의 고민을 털어놨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두고 형제 간 갈등이 많았다고 한다. 상속세를 마련하지 못한 형제, 재산 분할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형제 등 상속과 관련해 세금 못지않은 형제 간 갈등으로 스트레스가 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자식 간에 상속 문제를 편안하게 얘기하는 가족이 얼마나 될까.

한국 사회에서는 부모님 생전에 자녀가 앞서 증여나 상속을 말하기 어렵다. 부모 입장에서도 재산이 자녀의 미래에 해가 될까 두려워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상속이 임박했거나 상속 이후에 세금을 낼 돈이 없어서 후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상속인들이 상속 재산을 확인하기도 전에 고액의 세금 납부에 직면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상속세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사전 증여를 계획하거나 종신보험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해 둬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증여가 상속보다 무조건 유리한 것은 아니다. 대체로 재산 규모가 너무 커서 상속세율이 최고세율(50%)로 적용되는 경우엔 증여가 유리하다.

최고세율 이하인 경우에는 여러 변수를 따져보고 증여를 결정해야 한다. 자녀들과 배우자에게 사전 증여로 기본 상속재산을 축소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아까워서, 또는 너무 일찍부터 자식들에게 돈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실행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다.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기에 앞서 재산을 훌륭하게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전제가 되면 된다. 상담 고객의 경우에도 어머니의 예상 상속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다. 최근 토지 및 건물의 기준시가 상승률이 높아 과거 선친으로부터 상속받을 당시보다 1.5배 정도 불어났다.

현재의 재산가액이 36억원이며 예상되는 상속세가 당장은 10억원 정도지만 부동산가액이 향후 10년간 물가상승률 수준인 연 3% 정도로만 불어난다고 가정을 해도 자산은 48억원으로 커지게 돼 상속세는 17억원 정도가 된다. 어머니의 재산 중 상속세를 낼 만한 수준의 현금자산이 있다면 좋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 상속인들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이럴 때는 종신보험을 활용해 보자. 어머니의 건강과 연령의 조건이 충족된다면 종신보험 가입으로 상속세 재원을 준비해 볼 필요가 있다. 유산으로 받은 자산이 부동산, 비상장 법인 주식이라면 어떻게 상속세를 납부할까? 상속인은 하루라도 빨리 상속 재원을 마련해 두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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