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친환경 점수는?
한국의 친환경 점수는?
요즘 한국에선 어딜 가나 ‘친환경’이 가장 큰 화두다. 일종의 슬로건이자 선언이며 정·재계 공동의 대형 캠페인인 셈인데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과장된 마케팅과는 별개로 일부 중소기업은 환경친화적인 사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간다.
CT&T대표주자는 서울의 전기자동차 메이커 CT&T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오른 이 회사는 올해 전 세계에서 1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 저렴하지만 품질 좋고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성가를 올리며 전 세계에서 고객을 끌어 모은다.
현대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인 이영기씨가 2002년 창업한 이 회사는 골프 전동차 제조사로 출발했다. 저속으로 단거리를 이동하는 골프 전동차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CT&T는 곧바로 이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며 더 야심적인 일반 승용차 시장으로 진출할 자금을 확보했다.
토니 미첼 상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금도 총매출의 절반을 골프 전동차에서 올린다. 그러나 이 ‘현금 박스’는 더 큰 목표를 향한 교두보에 불과하다. CT&T는 현재 버스부터 앰뷸런스, 도시형 소형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
이 회사가 생산한 버스 중 일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사용됐으며 최초의 유럽 수출물량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8월 23일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초기에는 유럽의 자동차 제조 기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언젠가는 유럽이 CT&T의 주요 수익원이 되리라고 미첼은 전망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환경정책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예로 든다. 동급의 중소기업 싱크, 일본 대기업 닛산 같은 경쟁업체는 이미 유럽 본토에서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CT&T의 주력 모델인 시티 EV는 가격이 불과 1만5000 유로로 경쟁 모델보다 훨씬 싸다(닛산 모델은 2만8000유로, 싱크는 4만5000유로). 전기자동차로는 처음으로 일반 소비자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가격 수준이다.
물론 사람들이 느린 이동속도와 수시로 배터리를 재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려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려면 배터리 수명과 충전소 수가 계속 늘어나야 할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는 ‘환경 운동가’에게나 필요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연쇄 효과전기차의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다. 한국으로선 다행스럽게 EV 존을 비롯한 모델들에 사용되는 배터리 또한 한국의 LG화학과 SK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현재 한국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
그런 대기업들은 또한 요즘 실시되는 ‘녹색성장’ 정책의 혜택을 보지만 CT&T는 불행히도 그 수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미첼이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CT&T가 꾸준히 이익을 올린다는 사실은 보조금 지원 없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환경 분야에서 보기 힘든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한국의 친환경 수준은?언론은 녹색성장 정책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청정 에너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차세대 전기기술에 총 22조4000억원을 투자해 한국의 대기업을 ‘녹색기술’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만들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 가능할까, 그리고 한국 기업과 소비자가 정부의 개입 없이도 친환경 제품을 받아들일까?
7월 28일 로하스 아시아의 아담 홀러 사장이 서울을 방문해 이 문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로하스는 지속가능한 ‘녹색’ 사업관행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환경전문 사업체다. 원래 미국에서 출발한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 전체 인구의 60%가량이 그 브랜드를 인지한다.
로하스는 한국 진출의 준비단계로 한국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행동을 심층 조사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6%는 환경과 건강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며 그런 관심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남보다 먼저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로하스 족’이다. 하지만 이 비율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같은 빈국보다 훨씬 낮다.
그 밖에도 한국인의 48%는 ‘환경보호운동이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믿는다. 환경운동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로 조사를 실시한 전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은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서 소비행태를 바꿀 가능성이 가장 작은 나라였다.
한국인들은 환경보호와 관련해 대기업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환경 대책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환경보호의 상당부분은 CT&T 그리고 풀무원 같은 중소기업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듯하다. 풀무원은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계 정상급 친환경 기업 중 하나다.
풀무원이 속한 유기농 식품 산업에는 환경친화 제품의 생산을 표방하는 기업과 단체가 많다. 예컨대 충청남도 예산의 씨알 농장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친환경’ 소 544마리를 보유한다. 농촌진흥청 김사균 연구사는 이 농장이 “한국에서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소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농민들과 협력해 중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한다. 예컨대 보리에서 추출한 약품은 아테롤성 동맥경화증 치료에 쓰일지 모른다. 요즘은 페루산의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인 퀴노아를 연구하는 중이다.
가격이 첫째보통사람이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로하스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로 하여금 유기농이거나 환경친화적 또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열쇠는 가격이다. 한국 사람의 80% 가까이가 유기농 제품을 외면하는 첫째 이유로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든다.
예컨대 영국이나 호주에선 제품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그런 제품이 단순히 순진한 ‘히피들’을 겨냥하며 필시 무늬만 유기농이라고 믿는다. ‘녹색 피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 사회적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리고(종종 정부 법안을 통해) 신뢰하지 않는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며 환경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 죄책감을 느낀다. 그 탓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게 되어 자발적으로 소비 패턴을 바꿀 가능성이 줄게 된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친환경 제품의 보급을 가로막는 장벽은 순전히 가격뿐이다. 따라서 유기농 또는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일반 제품과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듯하다.
전기자동차의 대중화?이는 CT&T 같은 기업에 무슨 의미일까? 토니 미첼은 언젠가 모든 가정에 전기차가 보급되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 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대체로 일반 자동차를 보유한 가정에서 전기 차를 구입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전기차를 운전하려고 경쟁하게 된다”고 그는 내다본다.
한국은 예컨대 인터넷, LPG 자동차, 스마트폰 등 많은 혁신기술을 남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고 충전소가 많아지면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전기차는 유지비가 주당 7달러 선으로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재의 전기료는 일정 부분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하기 때문에 가격이 현실화되면 유지비가 상당히 오르리란 주장도 있다. )
지금은 한국의 가능성 있는 친환경 산업에 중요한 시기다. 많은 과대선전, 그리고 정부와 대기업의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도 회의론이 팽배하다. 하지만 CT&T는 이미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해서 이익을 남기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입증했다.
CT&T는 최근 CMS라는 회사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시가총액이 1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불과 8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로서는 대단한 실적이다.
친환경 기업은 당국의 지원이 있어야 흑자가 가능하며 ‘녹색’ 제품도 보조금을 받아야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고 회의론자들은 종종 주장한다. 한국의 소비자도 대체로 가격이 맞아야 녹색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다. 그러나 CT&T 같은 기업은 이런 장벽을 모두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번역·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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