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119’의 국가대표
‘해상 119’의 국가대표
▎ 류찬열 1954년생 한국해양대 항해학과 1989년 남양개발 창업 1999년~ 코리아쌀베지(옛 한미인터내셔날) 대표
코리아쌀베지는 해난구조 기업이다. 구조를 의뢰하는 보험사 또는 선주가 주요 고객이다. 바다에서 사고를 피하지 못한 선박을 조기 구조해 선박사·보험사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인천 팔미도 앞바다에서 철재류 3600여t을 적재한 채 침몰한 중국 화물선 후핑위안호를 크레인을 사용하지 않고 인양한 곳이 코리아쌀베지다. 지난해 12월 부산 생도의 수중 암초에 부딪쳐 좌초한 미국 벌크선도 이 회사가 인양했다. 코리아쌀베지는 당시 폭풍이 몰아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신속히 작업에 성공해 선체 손상을 최소화하고 1500t에 이르는 벙커C유 유출을 막았다.
1999년 이 회사를 창업한 류찬열(54) 대표는 한국해양대(항해학과)를 졸업한 선박 분야의 전문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10여 년간 전문적 업무를 담당하는 것을 즐겁게 여긴다”며 말을 이었다. “구조작업은 사례마다 달라요. 때론 크레인을 사용하고, 때론 부력을 살리는 방법을 쓰죠. 코리아쌀베지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효율적으로 구조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코리아쌀베지만큼 경험 많은 해난구조 전문기업은 많지 않다. 류 대표는 “10여 년간 다양한 구조작업을 현장에서 지휘한 직원이 많다”며 “다른 구조기업보다 경쟁력이 탁월한 이유”라고 말했다.
코리아쌀베지는 외국 보험사나 선주에 더 큰 인정을 받는다. 영국 소재 선주배상책임보험조합 PNI클럽이 코리아쌀베지에 구조 관련 업무를 많이 의뢰하는 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만큼 코리아쌀베지를 제외한 국내 해난구조 기업의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얘기다. 특히 천안함 사건 이후 국내 해난구조 업계의 능력이 시원치 않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류 대표는 “전문인력이 장기 근무를 통해 경험을 쌓아야 국내 해난구조 기술이 발전한다”며 조언을 계속했다. “해난구조 작업을 100% 국가기관에 맡기는 중국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민간업체가 전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구조 전문장비의 유지·관리를 위해 많은 자금이 필요하죠. 구조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적극적 보조가 절실합니다.”
해난구조업은 특성상 매출처가 일정하지 않다. 해난구조 업체가 수중공사 및 준설공사, 수중조사, 해양강구조 설치공사, 해양 퇴적 오염물 준설처리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건 이런 이유다. 또 무인 잠수정을 활용해 수심 500m 내의 탐사작업을 하고, 해상기중기선을 이용해 교량공사도 한다. 류 대표는 “어려움에 처한 보험사나 선주를 도울 뿐 아니라 해양오염을 방지한다는 점에서 해난구조업은 ‘해상 119’와 같은 공익적 성격을 띤다”며 책임감은 물론 자부심도 느낀다고 말했다.
류 대표의 목표는 글로벌 해난구조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네덜란드 기업과 자웅을 겨루는 것이다. 코리아쌀베지의 규모를 하루빨리 키워 세계적 해난구조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게 류 대표의 한탄이다. “건설공사를 할 때 지역업체를 우선 배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에서 사고가 나면 국내 기업에 우선 의뢰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내 해난구조 업체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미래 선박 구조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 류 대표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례연구, 해난구조 작업 지침서와 같은 책을 발간해 국내 해난구조업이 발전하는 데 이바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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