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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용등급 오해와 진실

개인신용등급 오해와 진실

지난 2일부터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대출 심사 때 신용도와 이자 상환 능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햇살론 · 미소금융 · 희망홀씨대출 같은 서민금융상품이 주목 받는 가운데 신용등급 관리의 중요성이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용등급은 신용거래에서 연체 없이 상환할 확률을 나타낸다. 내신등급처럼 등급이 높을수록 좋다. 등급이 낮을수록 빌린 돈을 갚을 의지가 약하다는 뜻이다. 개인의 의지를 어떻게 숫자로 나타낼까. 신용도를 평가히는 회사가 따로 있다. CB(크레딧뷰로)회사는 법원,국세청,은행연합회,금융기관,통신사 등에서 얻은 신용거래 정보로 개인 신용도를 정하고 이를 다시 금융회사, 통신사 등에 제공한다. 금융회사는 기존고객 정보에 CB회사의 결과를 더해 자체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로 대출 여부, 대출 한도, 이자율, 카드 발급 여부,카드 사용 한도 등을 결정한다. 금융회사마다 다르지만 최상등급과 최하등급의 금리 차이는 두 자릿수까지 벌어진다.

CB회사는 평점 (0~1000점)에 따라 신용등급(1~10등급)을나눈다. 평가에 사용되는 정보는 대출 상환,카드 결제 이력,대출 금액,신용 사용 기간, 거래 형태, 대출 건수 등으로 다양하다. 이와 다르게 금융회사는 연소득,직업,대출금액,연체 여부,결혼 여부, 주택 보유 여부, 재산제, 자동차 종류 등 소득과 재산 같은 개인 정보 위주로 신용도를 평가한다. 주로 CB업계는 과거의 연체 이력 같은 신용거래 패턴을 본다. 업계는 소득,재산 같은 구체적인 고객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B회사와 금융회사마다 평가 시 정보에 대한 가중치를 다르게 두기 때문에 일반인이 자신의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내려가긴 쉽지만 올라가긴 어려워금융회사와 CB회사에 전적으로 내 신용도를 맡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직접 산출해내지는 못해도 신용도가 좋게끔 관리하는 법은 었다. 우선 관심이 있어야 한다. 대부업체 문턱에도 가 본 적 없다고 '나 몰라라'하고 있다가는 차를 사거나 전세자금을 대출할 때 도무지 믿기 어려운 신용등급과 마주해야할지 모른다. 신용정보는 CB회사의 개인신용정보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용카드발급 내역이나 연체 이력, 현금서비스 사용여부 등이 신용정보에 포함된다. 명의 도용 여부도 알 수 있다. 생각보다 등급이 낮거나 잘못 등록된 신용거래 내용이 있으면 CB회사의 상담센터로 문의하면 된다. 한국신용 정보 문경연 과장은 "한 CB회사에만 가입해도 큰 문제는 없지만 회사마다 산출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여유가 있으면 복수 가입해서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본인이 신용 정보를 조회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금융회사가 신용등급을 조회하거나 대부업체가 대출실행 조회를 하면 평가에 좋지 않게 작용할 수 있다. 유연해진 제도에 따라 내년 1월부터는 연3회까지 금융기관의 조회 기록을 신용도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 문경연 과장은 "조회와 신용등급의 관계가 부풀려진 면이 있다"며 "전체 신용평가 기준에서 조회 비중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지 않는, 혹은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체하지 않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살다 보면 지키기 어렵다. 단기, 소액 연체도 신용 평가에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연체 이력이 누적되기 때문에 한번이라도 연체했으면 신용도를 회복하기까지 계속 신경 써야 한다.

KCB(코리아크레딧뷰로) 이화진 대리는 "연체가 여러 건이면 기간이 오래된 것부터 해결하라"고 조언했다. 연체 금액보다 연체 기간과 빈도를 더 중요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을 벗어나 휴대전화 요금, 공과금 등을 연체해도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런 소액 연체를 막으려면 자동이체를 활용하도록 한다. 수시로 통장 잔액을 확인하는 것은 필수다. 거래 기간 역시 오래될수록 유리하다. 신용카드를 해지할 때 오래된 카드는 웬만하면 그냥 두라고 조언하는 이유다. 신용카드는 4~5개를 넘지 말라는 얘기도 있지만 문경연 과장은 "개수 한도는 정해진 것이 없고 개인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또 문과장은 주거래 은행을 만들라고 말했다. 은행 자체는 CSS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다. 그는 "이사했을 때는 변경된 주소지를 꼭 거래 금융회사에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알려진 대로 신용등급은 내려갈 때보다 올라갈 때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린다. KCB의 자료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한 단계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3개월이다. 성적과 같이 등급이 높을수록 한 단계 올리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KCB 김태준 부장은 "연체 시 규모나 기간에 따라 관리 기간을 거쳐야 하고 일정 기간 패턴을 보며 평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등급 상향에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8~10등급의 채무불이행자(과거 신용불량자)가 됐다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를 통해 신용도를 회복할 수 있다. 신복위를 찾아 상담하고 워크아웃제도를 신청하면 전국은행연합회 전산망에 채무불이행 대신 신용회복지원 중이라는 기록이 등록된다. 2년동안 빚을 잘 갚으면 기록이 사라지고 빚을 갚는 동안 신용등급이 올라가 대출을 받고 카드를 발급 받을 수도 있다. 신복위 구슬 조사역은 "신용등급이 3등급까지 올라간 채무불이행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적당히 대출을 받아 연체 없이 잘 갚으면 대출을 전혀 받지 않는 것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 거래를 늘리려고 굳이 빌리지 않아도 될 돈을 빌리는 것은 대형 마트에서 필요없는 상품을 대량 사는 것과 같다. 대출을 이용해 재산을 불리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빚테크'라는 말까지 생겼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을 감안해 무리한 대출은 삼갈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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