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안드로이드의 습격

안드로이드의 습격

DANIEL LYONS 기자

어느 누구도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플랫폼이 그렇게 빨리 뜨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실리콘 밸리 엔지니어 앤디 루빈(47)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5년 전 루빈은 구글이 막 인수한 벤처기업을 이끌며 스마트폰을 구동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2년 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을 선보였지만 솔직히 약간 함량미달이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계속 향상되면서 삼성, HTC, 모토롤라 같은 일류 휴대전화 메이커가 가세해 안드로이드 기반의 휴대전화 모델을 수십 종 내놓았다.

물방울이 모여 바다를 이룬다는 말을 입증하듯 구글은 지난 8월 하루 20만 대의 안드로이드 폰이 개통된다고 발표했다. 그 뒤 최소 하루는 그 숫자가 25만 대를 돌파한 날도 있었다고 루빈은 말한다. 안드로이드는 지금은 세계 3위 시장인 미국에서 애플을 뛰어넘어 최대 스마트폰 플랫폼이 됐으며 성장률도 단연 앞서간다.

안드로이드는 개발자들이 평생 꿈꾸는 바로 그런 대박 상품이다. 첨단기술광인 루빈의 자택 출입문에는 망막 스캐너가 설치됐고 로봇 헬리콥터가 뒷마당을 순찰한다. 그는 지난 20년간 첨단기술 회사 창업에 계속 관여해 왔다. 그러나 지금껏 안드로이드만큼 성공을 거둔 적은 없었다. “이번에 가장 큰 재미를 봤다”고 그가 말했다.

이 소프트웨어는 캘리포니아주 마운틴 뷰에 있는 구글 본사의 평범한 건물에 틀어박혀 일하는 소규모 기술팀이 개발했다. 1100만 줄의 코드가 담겼지만 전체 프로그램이 차지하는 공간은 200MB에 불과하다. MP3 음악 40곡과 얼추 비슷한 크기다. 하지만 그렇게 작은 안드로이드가 휴대전화 산업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옛 선두기업들로부터 실리콘 밸리로 힘의 균형을 이동시키고 세계 최대 첨단기술 업체들의 운명을 뒤바꿔 놓는다.

안드로이드는 또한 오랜 연합세력인 구글과 애플을 치열하게 경쟁하는 맞수로 바꿔놓았다. 2007년 출시 직후 급속도로 시장점유율을 넓혀 가는 아이폰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까지는 애플이 무선 인터넷 시장을 통째로 집어삼킬 기세였다. 그러나 안드로이드의 등장으로 삼성과 모토롤라 같은 휴대전화 메이커들이 아이폰과 대적할 만한 경쟁제품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그런 휴대전화 제조사들의 제품이 탄력을 받으면서 애플의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루빈은 그 원인을 안드로이드가 수십 개 휴대전화 제조사가 사용하는 오픈 소스(원천기술 개방형) 프로그램인 반면 애플은 독점적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독자 체제인 데서 찾는다. 지난 9월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는 약간 흥분한 목소리로 구글의 매출 통계를 믿지 못하겠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는 아이폰, 아이패드, 아이폰 터치의 판매량을 모두 합치면 애플이 “모두를 앞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첨단기술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4년에는 안드로이드가 스마트폰 시장의 25%를 차지해 애플의 점유율 11%를 갑절 이상 앞서가게 된다. 그리고 최초의 안드로이드 기반 태블릿 PC도 올 후반부터 출시된다(애플은 이 기사와 관련해 논평을 거부했다).

이는 IT 기업들의 단순한 자리다툼이 아니다. 이번 모바일 혁명은 컴퓨터 기기 세계에 밀어닥친 최대의 물결이다. 메인프레임(대형 컴퓨터)이 미니컴퓨터에 밀려나고 미니컴퓨터가 퍼스널 컴퓨터에 자리를 내줬듯이 지금은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PC의 역할을 대신한다. 스마트폰이 첫선을 보인 지 10년째가 되는 2013년에는 전 세계 보급대수가 10억 대에 이를 전망이다. 등장한 지 30년이 지난 PC의 현재 보급대수와 얼추 맞먹는다.

이들 기기는 세계에 가장 구석진 오지까지 보급될 전망이다. 첨단기술 리서치 업체 양키 그룹에 따르면 내년에는 총 70억 명 안팎의 세계 인구가 50억 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된다. 대부분 성능이 제한적인 일반 휴대전화이겠지만 향후 10년 사이 전반적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전화가 오늘날의 이른바 스마트폰 수준이 되리라 예상된다. “그야말로 지구상의 모든 인구가 잠재 고객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싸움”이라고 양키 그룹의 칼 하위 조사 담당 국장이 말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그런 스마트폰이 모두 인터넷에 항상 연결되리라는 점이다. 스마트폰 보유자라면 그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한지를 잘 안다. 연재만화 딜버트의 작가이자 개발자인 스콧 애덤스는 한 칼럼에서 스마트폰은 인간의 표준 두뇌능력을 증대시키는 일종의 ‘외장 두뇌’라고 주장했다. 산더미 같은 정보를 저장·추출하고 낯선 분야를 탐험하는 등의 과업 수행능력을 부여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지구상의 거의 모든 인류가 전 세계에 산재한 거의 모든 정보를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기를 휴대하게 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이 정치·교육·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이론상 모바일 기기 혁명으로 국민은 정부에 개방과 책임의 확대를 요구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할지 모른다. 정부가 국민을 염탐하기가 더 쉬워질 가능성도 있다. “50억 대의 휴대전화가 감시도구로 사용될지도 모른다”고 하버드대 버크먼 인터넷&사회 연구소의 조너선 지트레인 공동 소장이 말했다.

저가 휴대형 기기의 확산으로 개도국 국민은 바깥 세상을 구경하고 세계의 흐름에 동참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흥시장의 가장 깊숙한 오지 사람들의 삶을 그렇게 송두리째 바꿀 만한 발명은 방적기 발명 이래 없었지 싶다. 마침내 그들에게도 지식혁명이 일어나는 셈”이라고 모토롤라의 공동 CEO 산자이 자가 말했다. 자는 3년간 적자에 허덕이던 모토롤라 모바일 기기 사업부가 흑자 전환을 이룬 것은 일찍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전화에 투자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루빈 같은 첨단기술광은 모바일 기기 혁명의 철학적 의미를 탐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가장 멋진 기기를 개발하고 사상 최대일지 모르는 첨단기술 시장을 개척하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애플 아이패드 태블릿의 판매는 이미 기존 노트북 컴퓨터 시장을 잠식해 간다. 모건 스탠리 애널리스트 메리 미커에 따르면 2013년에는 모바일 인터넷 생태계(인터넷 접속료, 온라인 상거래, 유료 서비스, 그리고 광고)의 규모가 연간 500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이용자가 서비스와 앱(응용 프로그램)을 계속 내려받기 때문에 판매되는 모든 기기가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데스크톱 컴퓨팅 업계의 일류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모바일 기기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그러자면 노키아나 RIM(Research in Motion) 같은 기존 전화 제조사들과의 일전이 불가피하다. 심비안이라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한 노키아는 변함 없는 업계의 고릴라다. 이미 13억 대의 노키아폰이 보급됐으며 그중 3억 대가 스마트폰이다. 노키아의 테로 오얀페래 선임 부사장에 따르면 방대한 고객 기반이 노키아의 큰 이점이다. 예컨대 노키아는 휴대전화의 위치정보를 수집하는 방법으로 통화량 예측이 가능하다. “우리는 고객과의 피드백 고리를 형성해 그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큰 시장 기회가 있다”고 오얀페래 부사장이 말했다.

그러나 구글도 나름대로 몇 가지 이점이 있다. 루빈이 이끄는 기술팀은 원래 음성 전화용으로 개발된 기존 시스템을 현대화하려 애쓰는 대신 완전히 처음부터 출발해 새로운 기기(전화 기능을 갖춘 소형 컴퓨터) 용의 현대적인 모바일 운영체제를 개발했다. 기존 운영체제와는 달리 안드로이드는 웹 페이지를 잘 표시하고 여러 앱을 동시에 가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구글은 또한 안드로이드의 속성 자체를 하나의 강점으로 꼽는다. 그들은 안드로이드에서 직접 수익을 올리지 않고 그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제조사들에 무상으로 제공한다. 안드로이드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들에게 광고를 보여주는 수익모델을 염두에 둔다. 구글 CEO 에릭 슈미트는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에서 이미 소프트웨어 개발비를 충당할 만큼 새로운 광고수입이 충분히 발생한다고 말한다. 수익 창출이 가능한 다른 방법도 있다. 예컨대 온라인 매장을 열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에게 음악과 비디오를 판매하는 식이다. 슈미트는 전 세계의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수가 10억 명에 달하는 날을 꿈꾼다. 구글이 1년에 이용자 한 명으로부터 10달러의 수익만 올려도 100억 달러 시장이 된다고 그는 추산한다. 올해 총수입이 210억 달러로 예상되는 구글에도 그건 상당한 규모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 제공할 뿐 아니라 휴대전화 제조사들로 하여금 설계를 입맛대로 바꾸도록 허용한다. 따라서 가령 삼성이 만든 안드로이드폰은 모토롤라의 안드로이드 모델과 이용자 인터페이스가 달라지게 된다. 이런 오픈 소스 모델 덕분에 구글이 애플처럼 폐쇄 시스템을 판매하는 경쟁사에 비해 우위를 차지하게 되리라고 루빈은 믿는다. 자체적으로 온라인 매장까지 운영하는 애플은 그런 엄격한 통제 덕분에 제품의 모든 기능이 물 흐르듯 매끄럽게 돌아가면서 이용자에게 쾌적하고 편리한 느낌을 준다.

안드로이드 모델은 부족한 점이 더 많지만 그것을 수많은 기업에 넘겨주고 재량껏 고치도록 허용함으로써 초고속으로 분화하고 발전하는 가속 진화체계를 구축했다고 루빈은 믿는다. 오늘날 구글과 애플의 싸움은 PC 시대 애플과 MS 간의 싸움과 아주 흡사하다. 당시 애플은 애플 컴퓨터에서만 돌아가는 혁명적인 운영체제를 장착한 매킨토시를 앞세워 초반에 저만치 앞서나갔다. 그러나 MS는 맥에 필적할 만한 윈도 버전을 만들어내고 전 세계의 모든 컴퓨터 메이커에 그 소프트웨어의 라이선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시장의 90%까지 장악하게 됐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루빈이 말했다.

얄궂게도 루빈은 1989~92년 애플에서 근무했다. 애플이 MS에 밀려나던 시기다. 그는 훗날 데인저라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 사이드킥 스마트 폰을 개발했다. 루빈은 데인저의 CEO였지만 새로운 경영자가 필요하다는 이사회의 제안에 동의해 2004년 물러났다. 그는 케이먼 제도의 해변에서 빈둥거리다가 휴대전화용 오픈소스 운영체제의 개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가 실리콘 밸리로 돌아가 벤처 자금을 조달하던 중 구글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안드로이드의 소식을 듣고는 그 구상을 높이 평가해 회사를 인수했다.

구글의 휘하로 들어간 루빈은 세계 최고 부자기업으로 손꼽히는 회사의 자원을 거의 무제한 활용한다. 그리고 적어도 전통적인 관점에서 말하는 수익을 창출한 필요도 없다. 루빈은 얼마나 많은 엔지니어가 안드로이드 개발을 담당하는지는 밝히지 않고 “생각보다 훨씬 적다”고만 말한다. 삼성, HTC, 모토롤라 엔지니어들도 구글 기술자들과 함께 개발에 참여한다.

현재 최우선 과제 중의 하나는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해 아이폰을 따라잡는 일이다. 하지만 더 큰 과제는 안드로이드의 비상을 이끈 원동력이었던 바로 그 오픈소스 모델이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설계를 너무 많이 뜯어고치면 안드로이드의 버전이 지나치게 많아져 호환성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런 단편화는 모든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 대책으로 루빈 팀은 호환성 테스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안드로이드 브랜드를 부착하고 구글 지도 같은 구글 앱을 구동하기 위해 휴대전화가 갖춰야 할 조건 목록이다. 이렇게 하면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모두 안드로이드폰의 기본적인 호환성을 지키리라고 루빈은 믿는다.

한편 MS는 그런 단편화가 안드로이드의 몰락을 초래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들은 휴대전화 제조사들이 자신들의 신형 모바일 운영체제 윈도 폰 7을 더 좋아하리라고 자신한다. 윈도폰 7은 11월을 전후해 출시될 예정이다. 제조사들이 윈도 폰 7을 채택하려면 기술 사용료를 내야 하며 설계도 많이 변경하지 못한다. MS는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이 운영체제를 홍보한다. 윈도 7이 더 세련된 제품이니 애플과 경쟁하는 데 더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MS는 모토롤라의 안드로이드폰이 MS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그 회사를 고소했다. 마찬가지로 애플은 HTC의 안드로이드 폰을 두고 소송을 제기했으며 오라클은 안드로이드 자체가 오라클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구글을 고소했다. 적어도 이런 소송사태는 안드로이드가 심각한 위협이 됐음을 경쟁사들이 인식한다는 증거다. 현재 루빈의 엔지니어들은 진저브레드라는 암호명의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을 최종 손질하는 중이며 올해를 넘기지 않고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태블릿 PC용으로 허니콤이라는 안드로이드 버전도 개발 중이며 진저브레드에 이어 곧바로 출시할 계획이다.

요즘 루빈은 외출 중에 안드로이드폰이 켜질 때 나오는 ‘드로이드’라는 작은 로봇의 음성을 들으면서 컴퓨터광으로서 희열을 즐긴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미소를 짓게 된다”고 그가 말했다. 물론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루빈의 얼굴에 뜻모를 미소가 피어오른다고 누가 탓하랴!

번역·차진우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개인적 욕구 커"…로제, 괴롭힘 언급에 눈물

2문가비, 정우성子 낳고 숨겨야 했던 이유

3'준조세 부담금' 폐지, 국회 문턱 넘기부터 난항

4“폐업 고민 중”...韓 배달시장 어디로 가나

5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

6美 안보보좌관 내정자 "트럼프, 우크라 확전 우려…전쟁 끝내야해"

7배달 상생안에 실망한 자영업자들…요기요·땡겨요 대안 될까

8정부 눈치 보기 급했나...‘만족’ 없는 배달 상생안

9수수료 상생안에 프랜차이즈 점주들 난리 난 까닭

실시간 뉴스

1"개인적 욕구 커"…로제, 괴롭힘 언급에 눈물

2문가비, 정우성子 낳고 숨겨야 했던 이유

3'준조세 부담금' 폐지, 국회 문턱 넘기부터 난항

4“폐업 고민 중”...韓 배달시장 어디로 가나

5글로벌 금융산업의 리더가 되려면… 표준화 작업을 선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