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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두산 정상 오르다

뚝심의 두산 정상 오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 최다 관중을 경신한 프로야구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기록을 쏟아냈다. 포브스코리아가 조사한 2010 프로야구 구단가치 평가에서 두산베어스가 1위를 차지했다. 두산은 성적, 구장 수입, 네티즌 설문조사 등 전 부문에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위를 차지했던 롯데 자이언츠는 관중 감소로 2위로 내려앉았다.

올해 프로야구는 기록과 관중 수에서 대박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의 이대호는 9경기 연속 홈런을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기록까지 갈아치웠다.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관왕이라는 유례없는 대기록을 세우며 사직 구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한화 이글스의 ‘괴물’ 류현진은 5월 청주 LG전에서 9이닝을 1실점으로 막으며 무려 1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정규이닝 한 경기 최다 탈삼진 신기록이다. 1점대 방어율로 탈삼진, 방어율 1위로 투수 2관왕을 차지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이 보여준 뚝심도 무시무시했다. 롯데에 2연패 후 내리 3연승을 거두며 대역전극을 일궈냈다. 플레이오프에선 삼성 라이온즈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아쉬운 패배를 했지만 보기 드문 명승부로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두산은 2005년 이후 세 차례나 한국시리즈에 나갔고 최근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정작 한국시리즈에선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2007년과 2008년 한국시리즈에서 SK 와이번스에 패했고, 지난해에도 플레이오프에서 SK에 먼저 2승을 거둔 뒤 내리 3경기를 내주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올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에 역전승을 거뒀지만 삼성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하지만 올해 포브스코리아가 조사한 프로야구 구단 가치평가에선 달랐다. 두산은 2008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던 롯데를 제치고 조사 이래 처음으로 최고의 가치를 지닌 구단으로 올라섰다. 두산이 1위에 오른 배경엔 올 시즌 88억원의 구장 수입을 올리며 전체 구단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27%나 뛰었다. 이 밖에도 서울 연고지 파워, 네티즌 설문조사와 경기력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정희윤 스포츠 경제연구소 소장은 “두산은 팀 성적이나 연고지 규모를 봤을 때 국내 최고의 가치를 자랑한다”며 “입장 수입뿐만 아니라 광고주들에 대한 접근성도 뛰어난 것이 장점”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은 올림픽과 WBC 같은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김현수, 이종욱, 김동주 등 스타 선수들이 흥행을 이끌고 있다. 이들은 매년 꾸준한 성적으로 팀 컬러를 새롭게 창조하며 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김정균 마케팅 팀장은 “지난해부터 여성·직장인·올드팬 등 경기마다 타깃을 구체화해 마케팅을 벌인 것이 효과를 봤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선수들이 경기를 재미있게하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두산은 지난해부터 늘어나는 여성팬을 겨냥해 매월 ‘퀸스 데이’를 지정해 입장료를 할인해 줬다. 김 팀장은 “평소 여성팬이 38% 정도지만 퀸스 데이엔 50%까지 올라간다”고 말했다.

두산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롯데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관중 동원력을 비롯해 ‘야구의 도시’ 부산을 연고지로 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네티즌 설문과 상품 매출 등을 합산해 본 브랜드 가치 부문에서도 최고의 주가를 올렸고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경기력도 괜찮다.



관중 줄어 2위로 내려앉은 롯데하지만 지난해에 비해 관중이 15%나 감소하며 경기장 부문에서 두산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서정근 과장은 “올 시즌엔 날씨가 좋지 않아 관중이 지난해보다 줄었지만 전체적인 객단가가 높아져 수익은 소폭 상승했다”고 말했다. 특히 롯데는 그룹 지원금이 지난해에 비해 10% 줄었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10% 상승해 330억원을 올렸다. 서 과장은 “입장 수입이나 지원금보다는 경기장 내 광고 수익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올해 페넌트레이스와 코리안시리즈를 석권한 SK 와이번스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위를 차지했다. SK는 경기력 가치를 나타내는 스포츠 부문에선 1위를 차지했다. 4회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저력과 함께 관중 동원도 남달랐다. SK는 2007년 65만 명, 2008년 75만 명에 이어 올 시즌 86만 명의 관중을 모으며 매년 15%씩 관중을 늘렸다. 특히 올 시즌엔 지난 시즌에 비해 관중은 17% 늘었고, 입장 수입은 무려 61% 뛰었다. 지난해 조사에서 5위에 머물렀던 LG 트윈스는 올해 4위로 소폭 상승했다. 저조한 성적과 함께 브랜드 가치에서 낮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서울이라는 ‘황금 어장’을 통해 입장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총 입장 수입 규모는 지난해 67억원에서 올해 87억원으로 늘어나 두산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올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명가의 부활을 알린 삼성 라이온즈가 5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네티즌을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 팀을 고르라’는 설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서울 구단에 비해 열악한 연고지와 관중 동원력이 걸림돌이었다. 특히 2006년만 해도 중계방송으로 노출빈도가 많았지만 지난해부터 케이블TV를 통해 전 구단의 경기를 볼 수 있게 되면서 홍보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지난 시즌 ‘야구 명문’의 부활을 알린 KIA는 올 시즌 부진을 보이며 가치 평가에서도 4위에서 6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우승을 비롯해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가 한국시리즈에서 아홉 번의 우승을 거뒀기에 스포츠 부문에선 높은 평가를 받았다. 넥센은 서울이라는 연고지 가치와 관중 동원력을 통해 7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김인식 감독을 교체하는 등 강수를 뒀던 한화는 열악한 홈 고장의 한계와 낮은 경기력으로 8위를 기록했다.



돔구장 없이 세계대회 연다?미국 포브스는 해마다 메이저리그 구단을 대상으로 가치를 평가하고 있다. 기업의 잣대로 프로구단의 경제적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다. 포브스코리아는 2006년부터 미국 포브스의 가치 평가 방법을 적용해 프로야구 8개 구단의 가치를 알아봤다. 연고지 가치, 티켓 판매량 등 일부 항목은 미국 포브스의 산정 방법을 그대로 적용했으나 스타디움처럼 양국 실정이 다른 부분은 따로 기준을 마련했다.

포브스코리아에서 조사하는 이유는 프로구단은 엄연히 기업이고, 프로야구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경우 투자가 많을 때는 그만큼 가치가 올라가고 미래도 밝아진다.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구단들의 투자는 흥행으로, 이는 다시 구단의 가치상승으로 이어진다.



최근 프로야구가 인기를 얻는 이유 중 하나도 구단들의 적극적인 노력이다. KBO 역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에 진출하며 다양한 수익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KBO P의 김재형 과장은 “기존 수익구조인 방송, 라이선스, 스폰서십에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같은 모바일을 접목하려 한다”며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 같은 구단 통합 홈페이지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열악한 인프라는 한국 프로야구가 넘어야 할 걸림돌로 꼽힌다. 특히 지방 야구장 상황은 심각한 수준이다. 광주 구장의 경우 여자화장실이 부족해 음료수를 안 먹고 야구를 본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7월엔 장마로 인해 팀당 10경기 정도가 지연되거나 연기, 취소된다. 날씨가 싸늘해져도 관중은 발길을 끊는다.

특히 규모가 큰 국제대회를 유치하고 싶어도 야구장이 없어 엄두를 못 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준우승이 무색할 정도다.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대만, 중국에 세계 대회를 양보해 왔다. 2012년 예정된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역시 서울시가 돔구장 완공을 약속하고 개최를 성사시켰으나 지금 상황에서 제대로 치러질지 미지수다. 2012년 6월까지 마무리하기로 한 고척동 구장이 최근 서울시의회가 설계 변경안을 부결시키면서 난항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고척동 구장의 공정률은 20%다.

안산시가 의욕적으로 나서 4년 전부터 계획해왔던 돔구장은 시장이 바뀌며 답보상태다. 당초 4만 명 수용 가능한 구장과 함께 주상복합시설을 만들 계획이었으나 적자 우려 등으로 재검토되는 상황이다. 안산 돔구장 태스크포스팀 조희준 팀장은 “아직 우리나라에 돔구장을 지어본 적이 없어 망설이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우 돔구장만 6개가 있고 1~2개를 빼고는 모두 흑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안산 돔구장이 건립될 경우 연고지 구단 없이 버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산시는 올해 말까지 돔구장 사업을 재검토한 뒤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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