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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정신 부활의 장 되길

기업가 정신 부활의 장 되길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는 폴 제이컵스(사진) 퀄컴 회장을 비롯해 120여 명의 국내외 기업인이 참석한다.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는 폴 제이컵스(사진) 퀄컴 회장을 비롯해 120여 명의 국내외 기업인이 참석한다.

G20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도출해낼 구체적 위기 극복 방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열리는 비즈니스 서밋을 정상회의에 버금가는 중요한 본게임으로 주목하고 싶다. 각국 정부가 금융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궁극적 위기 타개는 결국 글로벌 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민간부문의 성장동력이 강화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전 세계 경제계를 이끄는 120여 명의 정상급 CEO가 모인다는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은 금융·무역·투자뿐 아니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부터 녹색성장에 이르기까지 민간부문 수장인 글로벌 CEO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실질적 토론과 협력을 끌어내는 곳으로 사실상의 본무대가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보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재계 리더들이 아직 걷히지 않은 위험을 헤쳐가며 기업을 하려는 도전정신을 왕성하게 표출할 때 세계경제는 안정적 성장 궤도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는 글로벌 기업 간 협력에 기초를 두고 ‘글로벌 기업가 정신’이 발현될 수 있도록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각국의 기업가 정신을 크게 퇴보시켰다는 우려를 낳았다. 그것은 금융위기 여파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과도한 정부의 개입으로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기업가 정신에 대한 교육으로 이름 높은 미국 뱁슨대 도나 켈리 교수가 2009년 전 세계 54개국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기업가 정신 모니터 결과에 따르면 기업가 정신의 기본인 기회를 포착하려는 노력이 경제위기 이전보다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현존 위기 상황에만 매달리던 상태에서 벗어나 조금씩 미래를 조망하는 지금이 바로 민간부문의 자율적 성장 의지를 되살리고 기업가 정신을 글로벌 곳곳에 확산시켜야 할 때다.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두면서 한국에 모인 120여 명의 글로벌 리더에게 주문하고 싶은 게 몇 가지 있다.

글로벌 재계 리더들은 정상회의 하루 전 열리는 주제별 세션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 타개책을 도출하는 한편 각국 정상들과도 대화한다고 한다. 이 대화에서 리더들은 필요한 규제는 해야 하지만 불필요한 과도한 규제는 완화함으로써 ‘자율과 책임’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이 지켜지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구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주지하듯 자율과 책임의 시장경제 원칙을 지킬 때 경제는 기업가 정신이라는 생명력을 키울 수 있다. 대다수 경제문제는 자율과 책임의 정신이 지켜지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체질이 약화돼 발생한다. 그동안 정부는 금융위기의 파장에 대응해 재정 및 금융정책으로 거시적 안정을 도모했지만 이제는 기업가 정신을 살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미시적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둘째, 이번 회의에서 글로벌 리더들은 개발도상국에서도 기업가 정신이 충만해져 자율적 성장의 노력이 지속되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주기를 기대한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산업 환경을 위기 이전과 확연히 다르게 바꿔 놓았다. 중국·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신흥 경제권이 생산시장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소비 축으로 부상함으로써 전 세계 경제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또한 산업과 기술 간 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 즉 위기로 인해 시장 판도가 바뀌고 시장도 확대되는 양상을 낳았다. 이는 위기 극복에 있어 분명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을 포함하는 신흥 경제권의 성장은 위기 재발을 막는 든든한 방어 인프라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이 같은 시장 변화로 지구촌 모든 기업은 위기 전부터 지속되던 정보화와 맞물려 더욱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을 해야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즉 시장이 신흥 경제권으로까지 확대됐으나 신흥 경제권 기업들이 더욱 성장하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유연하고 민첩한 대응의 노하우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서 리더들은 신흥 경제권 기업이 창조적 학습 기업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는 곧 활발하게 아이디어가 교류되는 개방적 관계가 글로벌 기업 간 협업을 통해 구축돼야 함을 말한다. 이를 위해 선진 경제권 기업의 다양한 기술 및 경영 노하우를 신흥 경제권 기업에 전수하고 개방형 혁신을 공동으로 추구하며 글로벌 산업 가치사슬 속에서 함께 성장을 도모하는 체계 구축에 대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셋째, 이번 서밋에서 글로벌 리더들은 시장경제 원칙의 작동 원리인 ‘자율과 경쟁’ 속에서도 각자의 기업에서 도덕적 가치를 견지하겠다고 다짐해주기를 기대한다. 시장경제에서의 도덕적 가치는 윤리경영, 투명경영, 환경경영 등 사회적 책임경영을 통해 기업의 신뢰 수준을 높이고 반기업 정서를 완화할 것이다. 이 기회에 글로벌 기업의 비즈니스 리더들이 한자리에 모여 투명성과 신뢰 회복에 대해 한목소리로 약속한다면 자율과 경쟁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율과 책임이 기업가 정신 키운다사실 이번 금융위기를 통해 자율과 경쟁의 시장경제 원칙이 많이 훼손되고 정부 개입이 강화됐다. 그러나 자율과 경쟁이 있을 때 기업가 정신이 활성화되고 혁신이 일어나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규제나 보호는 오히려 기업가적 열정을 훼손해 시장을 축소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실업률이 10% 안팎으로 높아진 이후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율과 경쟁을 통한 고용 확대는 무엇보다 필요한 일이다.

지금 세계 각국은 기업가 정신을 제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그 수준은 나라별로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나라별로 규제의 내용과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국가별 규제의 편차는 또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외 활동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글로벌 기업들의 대외 활동을 활발하게 해 세계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각국이 규제완화를 위한 노력을 가속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G20 차원에서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참고해 최소한의 정부 규제 글로벌 표준을 설정해 볼 것을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다. G20 비즈니스 서밋을 계기로 이제 우리는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넘어 ‘기업 하기 좋은 세계’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 노부호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경주에서는 각국 정부 재무장관들이 조금씩 양보해 역사적 합의를 이끌어 냈다. 서울에서는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G20의 정치적 정상들은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조금씩 더 나아가 국제적 협력 체제를 구축해 기업가 정신을 살리고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함으로써 이 위기의 그림자를 빨리 걷어낼 희망의 합창을 불러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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