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컴퓨팅이 드리운 암운
클라우드 컴퓨팅이 드리운 암운
가상화된 신종 컴퓨터 네트워크인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을 채용하는 움직임이 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은 개별 기업 내부 또는 제휴기업들 사이에 한정해 운영하는 컴퓨터 인프라 공유체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기업들이 월스트리트나 실리콘밸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일찍이 다음 단계의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에서 다른 기업과 인프라를 공유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개념은 인터넷 네트워크를 통해 기업들의 전산망을 컴퓨터 데이터 센터에 직접 연결해보자는 구상에서 비롯됐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나아가는 추세는 새로운 가상화 기술에 의해 현실화되고 있다.
서버 가상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브이엠웨어라는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의 제품을 비롯한 소프트웨어 제품의 역할이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에 미친 영향이 크다. 이런 소프트웨어 제품은 두 개 이상의 운영체제를 가동해서 종전에 여러 대의 컴퓨터가 하던 일을 단 한 대의 컴퓨터로 할 수 있게 해준다. 간단히 말해 종전보다 더 적은 양의 전산설비, 컴퓨터, 종업원, 전기, 소프트웨어만으로도 종전과 같은 양의 일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브이엠웨어의 빠른 성장은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휼렛패커드·오라클 등에 ‘핵겨울’ 우려프라이머리 글로벌 리서치가 2009년 IT(정보기술)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10% 이상이 “2011년이 되면 클라우드 컴퓨팅을 채용하겠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프라이머리 글로벌 리서치는 올해 위의 기업 중 80%가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의 빠른 도입에 대해 컴퓨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파는 기업들은 마냥 환영하는 입장은 아니다. 왜냐하면 다음 단계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기업들이 데이터 처리를 대거 아웃소싱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하면 이 분야에서 새로이 생겨난 전문적인 기술업체들에 수수료를 지급하고 아웃소싱하는 방식으로 기업들이 더 많은 업무를 더 적은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술부문 공급업체들의 기업 고객들이 고가의 정보기술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점점 더 줄이게 된다는 말이다.
기술주에 투자하는 펀드를 25년 이상 운영해온 펀드매니저인 월터 프라이스는 “기업들의 기술 부문 지출에 또 한 번의 핵겨울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일반적인 전망은 그와 정반대였다. 글로벌 대기업은 이미 기록적인 수준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경기회복이 점차 진전된다면 몇 년간 지출을 전반적으로 늘릴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이에 따라 IT주들은 이런 기업들의 지출증가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실제는 이와 달랐다.
골드먼삭스의 전망에 따르면 IT 기업의 내년 매출 증가율이 경기회복이 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3%에 그치고 있다. 월터 프라이스는 “골드먼삭스의 이런 전망보다도 더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처한 기업으로는 휼렛패커드, 델,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 IBM 등이 꼽힌다.
물론 당분간 기업들이 자사 내부의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팅 체제에 계속 투자할 것이기 때문에 개인용 컴퓨터나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사업분야로 하는 IBM, 휼렛패커드, 델, 오라클, 시스코시스템스와 같은 IT 분야 전통의 강자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의 변화속도보다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거대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프라이머리 글로벌 리서치의 나라야난은 “오늘날 IT 기업들은 앞으로 쓸모없는 기업으로 전락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 기업 사이에는 단기적인 문제에 대처해야 할 필요성과 큰 잠재력 있는 미개척 시장을 향해 자원을 배분해야 할 필요성 사이에 끊임없는 긴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월터 프라이스는 “최근의 시장 변화에 대해 아마존닷컴과 구글의 경우는 사업활동 범위가 글로벌하다는 점에서 경쟁상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두 기업의 데이터 센터 설비는 이미 전 세계의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고품질의 서비스, 분석도구, 애플리케이션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상태다. 이 두 기업은 각각의 핵심 사업분야인 전자상거래와 광고비즈니스의 수익성 때문에 주가가 꽤 높은 편이다.
소셜 네트워킹과 모바일 서비스 분야의 신생기업들을 비롯해 실리콘밸리에 새로 등장한 벤처기업들은 그들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아마존닷컴과 구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런 벤처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아마존닷컴과 구글도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다. 월터 프라이스는 “현재 690억 달러인 아마존닷컴의 시장가치가 앞으로 불과 2~3년이면 45% 이상 증가해 100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재미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영향력이 크고 기술을 제품화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규모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에서는 아마존닷컴이나 구글보다 출발이 늦었다. 또 다른 사업분야들에서도 현재 역풍을 맞고 있다. IBM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또 다른 경쟁업체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네트워크의 구축을 뒷받침하는 웹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단계에 미치고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전통의 강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시장 변화에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스코시스템스, 오라클, 휼렛패커드 등 위기의 기업들에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주요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하나의 방법으로 추천한다. 이런 거대기업에 인수대상이 될 만한 곳으로는 랙스페이스 호스팅, 테레마크 월드와이드, 새비스와 같이 클라우드 컴퓨팅 전문업체이면서 이미 공개된 기업들을 꼽을 수 있다. 이런 기업들은 데이터 센터를 둘 공간을 직접 소유하고 있을 필요 없이 저렴한 비용으로 데이터 센터를 두고 싶어하는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투자자는 클라우드 컴퓨팅에 따른 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안타깝게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유망기업은 대개 주가가 오를 대로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0년대의 스타 기술기업은 바로 이들 기업 중에서 탄생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길 바란다. 기업이 IT 기술 비용을 줄이면 줄일수록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기업은 성장할 것이고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도 아깝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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