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하이트컬렉션 개관 _ 권진규의 희귀 작품 보러 오세요

하이트컬렉션 개관 _ 권진규의 희귀 작품 보러 오세요

▎하이트컬렉션 개관을 앞두고 제작된 서도호의 ‘인과(Cause & Effect)’.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형상의 플라스틱 모형이 쌓여 완성된 것을 알 수 있다.

▎하이트컬렉션 개관을 앞두고 제작된 서도호의 ‘인과(Cause & Effect)’. 작품을 가까이에서 보면 사람형상의 플라스틱 모형이 쌓여 완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하이트맥주 본사 사옥 안에는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존재한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트인 공간을 관통하는 8m 높이의 오렌지빛 바람이다. 설치 미술가 서도호(48)의 ‘인과’라는 작품이다. 자세히 보면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11만여 개의 작은 인물상이 서로 무동을 타고 연결된 모습이다. 이 작품은 2007년 설립된 하이트문화재단의 갤러리인 하이트컬렉션 개관을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은 박문덕 하이트-진로그룹 회장이 수십 년간 수집해온 미술품을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만든 문화공간이다. 9개월간 건물을 리노베이션해 10월 11일 문을 열었다.

첫 번째 전시는 한국 근대조각의 선구자로 꼽히는 조각가 권진규(1922~1973)와 설치미술가 서도호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권진규는박수근, 이중섭과 더불어 한국 근대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하지만 제작 기법과 재료의 특성 때문에 작품 수가 한정돼 있어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껏 세 차례 열린 개인전엔 많은 관람객이 찾았는데, 그때마다 유작 다수를 하이트-진로그룹이 출품했다. 고(故) 박경복(1922~2007) 하이트-진로그룹 명예회장이 남다른 안목과 애정으로 수집한 권진규 작품만 120여 점에 이른다. 그중 이번 개관전에서는 ‘탈주’를 주제로 한 47점을 공개했다.

▎전시관 내부

▎전시관 내부

전시장 2층에 올라가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두 발로 서서 양손을 나란히 내밀고 있는 ‘서 있는 말’이다. 1960년대 후반 건칠(乾漆) 기법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전시장 초입에서 방문객을 향해 환영인사를 하는 듯하다. 이 기법은 주로 불상 제작에 쓰는 방식으로 석고로 모양을 만들고 표면에 옻칠을 적신 삼베를 덮어 말린 뒤 속을 긁어내 완성시킨다. 권진규는 전통 기법으로만 알려졌던 건칠을 재해석해 독자적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으로 유명하다. 가볍지만 방수 처리해 변형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부드러운 촉감의 진흙으로 형태를 빚은 테라코타 기법도 권 작가의 대표적 제작방식이다. 1968년 도쿄 화랑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재회’가 테라코타 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여기에는 슬픈 사연이 서려 있다. 작가는 일본 유학 중 일본인 여인을 만나 결혼했지만 한·일 수교 전인 1959년 귀국길에 오르면서 부인을 데려올 수 없었다. 결국 부인이 한국으로 이혼서류를 보내면서 둘은

▎재회(1967년)

▎재회(1967년)

헤어지게 됐다. 작가는 그녀와의 재회를 소망하며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서로 긴 팔을 내밀어 맞잡는 순간의 형상인데 주인공이 남녀가 아니라 두 여인이라는 점이 독특하다.

재단 측은 이번 개관전을 시작으로 당분간 권진규 작품 소개에 주력할 예정이다. 2007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중단됐던 권진규 미술관 설립도 재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매년 두 차례 권진규 작품과 함께 유망한 국내 작가의 기획전을 열 계획이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4일까지. 관람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낮 12시~오후 6시로 무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제4의 기간통신사업자 케이온…’메트로 초고속 통신망’ 구축 도전

2제2기 조아제약배 루키바둑 영웅전 개막

3골든블랑, ‘2024 비넥스포 아시아’ 참가...글로벌 진출 가속화

4주식회사 아치서울, 바뀌는 동적QR솔루션으로 CIPO 창업기업 선정

5 정부,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 공포하기로

6CJ프레시웨이, 고용노동부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대통령 표창

7LF ‘이자벨마랑’·‘빈스’, 현대 중동점에 남녀 복합 매장 오픈

8여전사 자금난 해소 나선 메리츠증권, M캐피탈에 3000억원 수혈

9신세계인터내셔날,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고용노동부 장관 표창

실시간 뉴스

1제4의 기간통신사업자 케이온…’메트로 초고속 통신망’ 구축 도전

2제2기 조아제약배 루키바둑 영웅전 개막

3골든블랑, ‘2024 비넥스포 아시아’ 참가...글로벌 진출 가속화

4주식회사 아치서울, 바뀌는 동적QR솔루션으로 CIPO 창업기업 선정

5 정부, '세월호피해지원특별법' 공포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