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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 시장, 컨택리스 대중화 언제쯤 [이코노 EYE]

컨택리스 단말기 국내 보급률 10% 수준
편리·보안성 측면 '우수'…도입 요구 확대

EMV 컨택리스 결제가 가능한 카드 목록. [사진 윤형준 기자]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요즘 비자(Visa)·마스터카드 등 해외 겸용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새로 발급받으면 오른쪽으로 90도 누워있는 와이파이 문양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과거처럼 카드 마그네틱을 긁거나 집적 회로(IC)칩을 꽂지 않고,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기(터치)만 하면 되는 ‘컨택리스’(Contactless·비접촉) 결제가 가능하다는 표시죠.

본인 카드에 있는지 없는지는 몰랐더라도 최근 해외여행을 가봤다면 결제 단말기에선 누운 와이파이 표시를 심심찮게 발견했을 겁니다. 기자도 지난해부터 일본·대만·태국 등 해외를 방문했는데 카드 결제를 할 때면 빠짐없이 컨택리스 결제가 가능하다는 표시와 안내를 봤습니다. 실제 컨택리스 결제를 경험해 보면 카드를 꽂는 번거로움도 없고 결제 속도도 접촉식 결제보다 빨라 효용성이 매우 높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지난해 5월 일본 오사카 돈키호테 매장에 비치된 NFC 컨택리스 결제 단말기. '터치 결제는 여기에 터치'라고 써있다. [사진 윤형준 기자]
편리성 외에 보안성도 뛰어납니다. 마그네틱 등에는 카드 소유자의 정보를 비롯한 대량의 데이터가 담겨 있습니다. 접촉을 통해 해킹하면 카드 복제가 쉽다는 위험이 있죠. 그러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활용한 컨택리스 결제에선 데이터를 일회성으로 암호화해 생성합니다. 때문에 결제 정보 해킹이 불가능하죠. 아울러 접촉이 필요 없으니 위생적인 측면에서도 우수합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컨택리스 결제는 여전히 보편화되지 않은 실정입니다. 정작 ‘카드 공화국’이라 불리는 한국에서 컨택리스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 등 선진국들은 컨택리스 결제 비중이 95%가 넘습니다. 꼭 선진국이라고 높은 것도 아닙니다. 베트남·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도 60~70%가 넘는 상황이죠. 한국은 2.4%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컨택리스 결제를 위해서는 EMV 규격을 적용한 NFC 단말기가 필요합니다. EMV는 유로페이의 E, 마스터카드의 M, 비자의 V를 따서 만들어진 단어로, 글로벌 표준 컨택리스 결제 규격이죠. 바로 이 글로벌 EMV 규격 NFC 단말기가 국내에선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 겁니다.

‘글로벌’ 표준 규격이기에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신들이 사용하던 카드를 그대로 쓰기도 용이합니다. 현재 대다수 외국인은 국내에서 티머니 등의 선불 충전식 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는 불편을 감수하며 한국에서 생활을 나고 있죠. 외국인 국내 유치 측면에서도 EMV 컨택리스 결제의 보편화가 중요해진 것입니다. 

물론 지난해 3월 현대카드가 EMV 컨택리스 기반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를 도입하면서 NFC 단말기 보급이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애플페이 도입의 주역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가진 만찬에서 “애플페이는 책임감 때문에 도입한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결제 스타트업(payment startup)이 잘 없는데, EMV 때문이다. EMV의 파생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전체 가맹점의 NFC 단말기 보급률은 10%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개별 카드사들이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규격을 통일시키는 데엔 당연히 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앞서 살펴봤듯 편리성, 보안성, 위생적, 외국인 결제 확대 등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효용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컨택리스 결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결제 방식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고 있는 듯합니다. 카드사, 간편결제사들이 늘 언론을 통해 말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각종 이벤트들을 시행하며 ‘새로운 결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말이죠. 금융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결제 경험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지급결제사들의 적극적인 컨택리스 도입을 통해 한층 진화한 카드 공화국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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