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개발 열쇠는 앞선 아이디어
부동산개발 열쇠는 앞선 아이디어
부동산 경기가 어려워 개발업도 고전을 면치 못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은탑산업개발의 임상황(55) 회장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연달아 성공을 거두었다. 고급 단독·빌라를 주로 개발하다 2009년 오피스빌딩으로 영역을 넓히고 연회장 ‘컨벤션 헤리츠’ 운영에도 나선 것. 은탑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액 201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의 주택건설 및 건축공사업체로 1993년 설립됐다. 중소기업이지만 성실한 경영실적을 인정받아 2008년 기획재정부장관 모범납세자 표창을 받기도 했다.
프로젝트마다 성패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지만 임 회장은 부동산 투자 개발에 대한 자신만의 원칙을 지킴으로써 20여 년간 디벨로퍼로서 생명을 이어올 수 있었다. 첫째 원칙은 좋은 땅에 대한 고집이다.
“의외로 사람들은 부동산 투자 시 싼 땅에 현혹됩니다. ‘시세 대비 저렴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오르리라’고 쉽게 기대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그러나 싼 땅이 아닌 좋은 땅에 투자해야 불경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주식투자에 있어 가치투자가 인정받는 것처럼 그는 부동산 투자 또한 가치투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지금껏 서울 강남지역 역세권을 위주로 개발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가치에 확신을 갖고 투자할 지역을 찾다 보니 강남이 됐다는 것이다.
둘째 원칙은 잠재성 있는 땅에 가치를 높이는 건물을 세우는 것이다. 임 회장은 이때 “적어도 10년은 가는 건물을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을 높일 생각에 10년도 못 갈 건물을 짓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불경기가 되어 안 팔리는 건물 대부분이 이런 경우라는 것이다.
건물 성패는 ‘콘텐트’에 달렸다“이제 아파트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때는 지나갔지만 좋은 지역에 위치한 살고 싶은 건물이 어떻게 사랑 받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간의 투자 태도가 문제였지 부동산 경기의 좋고 나쁨이 과연 문제인가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는 지난 3년 강남지역을 포함한 우리나라 부동산의 부침이 반드시 부동산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강남이기 때문에 당연히 될 것이라고 생각한 나머지 신중히 개발하지 못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요즘 같은 때에는 좋은 입지의 잘 지은 건물로도 충분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건물의 콘텐트를 미리 고민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그가 지난해 완공한 강남구 신사동의 지하 7층~지상 19층 규모의 메디컬빌딩 미(美)타워나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컨벤션 헤리츠도 이와 같은 생각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강남 지역에서 주로 개발과 분양 사업을 하던 임 회장에게 5년 전부터 눈에 들어온 것이 강남에 밀집한 각종 성형외과, 피부과 등이었다. 특히 신사역 주변에는 400여 개의 전문 병원이 밀집해 있고 하루 유동인구가 50만 명에 달하는 등 분명한 시장이 있었지만 개별 병원을 묶어주는 역할을 할 건물이 없다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 임 회장은 개별 전문 병·의원에 필요한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메디컬 빌딩이라면 이미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는 유명 병원장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환자는 한 건물에서 편리하게 시술을 받을 수 있고, 그것도 만족할 만한 외관의 건물이라면 같은 서비스라도 심리적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경기뿐 아니라 소비심리도 얼어붙었던 지난 3년간 진행됐던 미타워 프로젝트는 강남 유명 피부과 등이 입점하는 등 분양에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만약 지난해와 같이 주택경기가 좋지 않았을 때 고급 빌라 등을 계속 개발했다면 어려움을 겪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임 회장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부동산 개발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좋은 땅을 저렴하게 사는 것이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남 부동산 시장도 이제 누구에게 팔 것인지 명확하게 개발되지 않은 상품은 퇴출될 것이다.
임 회장은 지난해 9월부터 컨벤션 헤리츠를 운영하면서 이를 더 절실히 느낀다. 처음엔 이곳도 오피스로 개발하려다 주변 사람들이 모임 장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 연회장으로 개발 계획이 바뀌게 됐다. 현재 컨벤션 헤리츠는 주말엔 결혼식, 돌잔치 등이 열려 하루 평균 5000여 명가량 이곳을 다녀가고 평일엔 각종 모임, 연회 및 드라마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개발과 분양 전문이던 디벨로퍼에게 웨딩홀 운영은 다소 낯설었지만 임 회장은 운영 초기부터 다음과 같은 원칙을 정했다. 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받고 싶은 고객의 마음을 만족시키자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유럽식 채플 웨딩, 호텔식 테마 웨딩, 하우스 웨딩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 특별한 나만의 결혼식을 구상하는 젊은 예비부부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학동역 3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입지조건과 500대 이상의 주차가 가능한 여유로운 주차시설은 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조건이다. 가장 자랑하는 것은 6m의 천장 높이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건물 대부분이 천장이 높은 특징이 있다.
19층 병원 빌딩 ‘미타워’ 큰 호응“결혼식장을 운영하다 보니 온갖 결혼식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어느 결혼식에 가든 사람들은 음식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음식은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무리 호텔이라도 사람들이 우르르 다녀가다 보면 화장실 청결에 문제가 생길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청결에 더 신경 쓰게 됩니다.”
천장 높이, 자재 하나 자신의 손을 다 거쳐 일하다 보니 꼼꼼하다는 평을 많이 들었다는 임 회장은 결혼식장을 운영하면서 더욱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됐다. 그는 주말이면 식장 앞 보도블록에 떨어진 담배꽁초도 줍고 VIP휴게실의 화분도 직접 골라 채워 넣었다.
임 회장은 헤리츠를 운영하면서 가장 꼼꼼하게 진행한 행사로 지난 10월 4일 열린 캄보디아, 베트남, 필리핀, 중국 4개국 총 22쌍의 결혼이민자를 위한 무료 결혼식을 꼽았다. 봉사·기부클럽인 국제 로터리 3640지구 회장이기도 한 그는 예식장은 물론 식사까지 일반 예식과 다름없이 무료로 제공했다. 결혼 이민자는 물론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껴 봉사의 보람이 컸다. 그는 앞으로도 원칙을 발판 삼아 새로운 도전을 해나갈 계획이다. 임 회장은 “다음 프로젝트는 처음으로 강남을 벗어나 새로운 컨셉트의 레저시설을 짓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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