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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물가高 … 긴축정책 예상

중국 물가高 … 긴축정책 예상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중국.

▎소비자물가가 급등한 중국.

중국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4% 상승(전월 대비 0.8%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2년래 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상승률로 중국 정부가 연초 제시한 연간 목표인 3%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물가 불안의 최대 원인은 전년 동월 대비 10.1% 상승한 식품 가격 때문이다. 특히 채소 가격이 31% 급등하고 과일 가격이 17% 오르는 등 농산물 가격 상승이 전반적 식품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설탕 또한 최근 한 달 새 무려 25%나 뛰었다. 설탕의 주요 산지인 광시좡족 자치구 난닝(南寧)시의 설탕 가격은 10월 1일만 하더라도 t당 5840위안이었으나 11월 1일에는 7250위안으로 폭등했다. 지난 4개월 동안 설탕 가격 인상폭은 40%에 달한다. 콩 제품 가격도 11월 들어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상하이 시내 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콩물(豆漿)은 40%나 오르고 두부 가격도 인상됐다. 중국 최대 라면 제조업체인 캉스푸(康師傅)는 11월부터 라면 가격을 10%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 마늘, 생강, 옥수수, 면화, 콩, 사과 등 주요 농산품 가격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 도시 식품소매가격 동향자료를 보면 대상 품목 31개 중 24개 품목이 9월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식품 가격의 상승이 수급 불균형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는 특히 자연재해가 자주 발생해 곡물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에 연말까지 물가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상가상 대량의 투기자금까지 농산물 시장에 몰리고 있다. 농민 소득증대를 위해 정부가 보리, 옥수수, 대두 등의 수매가를 대폭 올리는 것도 물가를 자극하는 한 요인이다. 이외에 농촌 노동력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농촌지역 인건비가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경우 농산물 가격 상승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서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식품 가격이 치솟다 보니 물가상승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금리를 웃돌다 보니 저축보다 차라리 써버리는 게 낫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시안(西安)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상하이에서 근무하고 있는 톈(田)씨. 그의 월급은 4000여 위안이다. 그러나 집세와 교통비, 식비 등을 제외하고 나면 손에 쥐는 게 별로 없다. 그나마 그는 상황이 낫다고 생각한다. 석사 졸업생인 후배의 경우 급여가 3000위안 정도인데 만약 시내에 50㎡ 정도의 집에 월세를 산다고 할 경우 매월 1600위안의 집세와 관리비, 공공요금 비용으로 총 2000위안 정도가 나가기 때문이다. 나머지 1000위안으로 한 달 교통비와 식비, 생활비를 충당하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니 사재기 열풍이 불고 있다. 사재기족을 뜻하는 ‘하이툰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이툰족이 사재기하는 물품 대상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다. 이들이 사재기 행렬에 앞장서고 있는 이유는 물가 오름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어차피 나중에라도 사야 할 물건이라면 조금이라도 쌀 때 사두자는 심산이다. 이러한 사재기 열풍은 소규모 상가나 음식점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심지어 1년치 물량을 한꺼번에 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식품 가격뿐 아니라 주택 가격 역시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상하이, 베이징, 선전, 광저우 등 10대 도시의 집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1.4% 상승했다.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항저우의 집값은 전년 동월 대비 55.6%나 뛰었고, 베이징도 52.4% 올랐다. 상하이를 비롯한 나머지 6대 도시의 집값 상승폭도 평균 30~50%에 달한다. 아시안게임 개최 영향으로 광저우의 11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달 대비 29.8% 급등,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동월 대비로는 49.6% 급등했다.

정부도 더 이상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식품 가격 급등으로 실질 구매력이 저하되면 공산품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중소 제조업체의 줄도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나 현재 상황으로 볼 때 금리인상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성장 둔화 우려 및 가파른 위안화 절상 속도 등을 감안할 때 중폭 이상의 금리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집값 올라결국 중국 정부는 당분간 금리인상이 아닌 경기에 큰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생각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지급준비율 추가 인상과 물가관리 시스템의 개선이다.

중국 정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되기 하루 전인 10일 저녁 지급준비율 0.5% 인상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지준율 인상은 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째다. 이로써 공상은행 등 4대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18%, 나머지 은행들은 15.5~17.5%로 올랐다.

지준율 추가 인상의 배경은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되는 물가상승 및 과잉 유동성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미국의 2차 양적 완화 정책에 대한 대응, 또는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의식한 것이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으나 다소 무리가 따르는 해석이다. 미국의 양적 완화 정책이 아직 시작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성급히 대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 정부가 G20 회의에 맞춰 지준율 인상으로 간접적 위안화 평가절상 효과를 보였을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이 낮다. 실제 11월 11일자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거시경제의 최대 문제가 위안화 절상이 아니라 인플레 방지에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관리 시스템의 전반적 개선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식품 가격 상승 문제도 구조적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11월 10일 국가발전개혁위원회 물가관리국은 조만간 물가안정을 위한 5대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곡물, 육류 등 농업 생산량 확대를 비롯해 공급망 정비, 저소득층 생활보조금 지원 확대, 시장가격 관리감독 강화, 재정 및 통화정책 수시 조정 등이 대책으로 제시됐다.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주택 가격에 대해서는 직접적 행정수단을 동원해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계속 상승할 경우 각 성·시정부 물가담당 부서가 성 인민정부의 동의하에 초과이윤율 및 판매가격을 제한하는 등 직접적 행정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 대신 ‘보이는 손’을 통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초강수로 해석된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움직임은 우리 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정부가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정책을 취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관리 노력과 함께 투자계획에 대한 전반적 재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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