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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에도 전략물자가 들어 있다

샴푸에도 전략물자가 들어 있다

▎ 조성균 1953년생 육군사관학교 산업자원부 전략물자관리과장 지식경제부 부이사관 전기안전공사 부사장 2010년 7월~ 전략물자관리원장

▎ 조성균 1953년생 육군사관학교 산업자원부 전략물자관리과장 지식경제부 부이사관 전기안전공사 부사장 2010년 7월~ 전략물자관리원장

전략물자는 ‘대량파괴 무기, 재래식 무기, 그 운반수단인 미사일 및 이들을 제조·개발·사용에 이용 가능한 모든 품목과 기술,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언뜻 국가 안보가 걸린 대단한 무기나 군수품을 연상케 한다. 그렇지가 않다. 조성균(57) 전략물자관리원장은 “전략물자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품목들”이라고 말했다.

샴푸에도 전략물자가 들어있다. 계면활성제 용도로 쓰이는 트리에탄올아민이라는 물질인데 이는 사린가스 같은 신경작용제를 만드는 데 쓰인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온갖 경량금속 등도 전략물자다. 노트북이나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각종 부품도 마찬가지다. 무선인터넷을 가능하게 하는 와이파이 접속기, 테니스 라켓의 주재료인 탄소섬유 역시 전략물자다.

라면 수프를 만들 때 쓰는 동결건조기, 맥주를 제조할 때는 쓰이는 발효조 역시 전략물자 품목이다.

전략물자는 수출입할 때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선진국은 1950년대 COCOM(코콤 : 대공산권수출통제위원회) 시절부터 통제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유엔안보리 결의 1540호가 채택돼 회원국이 전략물자 수출통제를 국가차원에서 법제화하고 관리토록 의무화하면서 2007년 전략물자관리원을 설립했다. 전략물자관리원은 기업의 수출입 품목이 전략물자인지 판정해주고 국제수출동향 조사·연구, 국제 협력, 온라인 전략물자관리시스템 등을 운용하는 기관이다. 다음은 조성균 원장과의 일문일답.

- 국내 기업의 전략물자에 대한 인지도나 이해 수준은 높은가?

“자체 조사 결과 인지도는 매우 높아졌다. 2005년 5%에 머물던 기업의 인지도가 올해 85% 수준으로 높아졌다. 온라인 전략물자관리시스템 가입 기업 수는 1만5000곳에 달하고 매년 3000여 건의 전략물자 판정 신청이 들어온다. 인지도나 이해가 많이 향상됐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이 전략물자는 군수물자에만 해당하고 일반 기업과는 상관없다고 오해하는 실정이다. 전략물자 중 80%는 일반 산업용 품목이다.”

-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잘 몰라서 위법을 저지르는 기업이 많나?

“그렇다. 매년 꾸준히 행정처분과 사법처벌을 받는 기업이 나온다. 정확한 판정 절차 없이 자사 제품이 전략물자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짐작만으로 수출했다가 전략물자임이 밝혀져 처벌 받는 경우가 있다. 또한 전략물자가 아니더라도 최종사용자가 테러나 WMD(대량살상무기) 확산 관련자인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전략물자를 위법 수출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중개하는 물품 가격의 5배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또한 3년 동안 전략물자 수출에 제한을 받거나 교육명령도 받게 된다. 고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처벌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제재도 받는다. 전략물자는 금속, 세라믹, 화학물질, 기계, 반도체, 전자부품, 컴퓨터, 통신 장비, 항공 추진장비, 센서 및 레이저 등 광범위하다. 품목은 1300여 개에 달한다. 수출 품목이 전략물자인지 여부는 ‘전략물자관리시스템(www.yestrade.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스스로 판정하기 어렵다면 전략물자관리원에 무료 판정을 의뢰할 수 있다.



전략물자 품목 1300여 개- 세계적으로 전략물자 수출입은 기업의 자율 준수를 원칙으로 하는데, 국내 기업의 실태는 어떤가?

“자율준수무역거래자(CP : Compliance Program) 제도가 있다. 지식경제부로부터 지정을 받는 것인데 CP로 지정되려면 기업이 영업부문과 독립된 자율수출관리기구를 설치하거나 전담자를 둬서 전략물자 판정부터 최종 사용자 확인까지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 한다. 물론 기업 규모나 특성에 따라 통관팀, 출하팀 등 수출입 관련부서가 겸임할 수도 있게 하는 등 탄력적인 운용도 허용한다. 현재까지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124개 기업이 CP로 지정됐다. 중소기업도 CP 도입이 활성화되고 있다.”

- 전략물자 품목뿐 아니라 전략기술도 통제하나?

“선진국은 대부분 전략기술도 통제한다. 국내에서도 전략기술 이전 통제가 중요해지면서 전략물자를 만드는 기술을 취급하는 기업이나 연구소까지 CP로 지정해 관리할 계획이다. 올해 24개 국책연구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9곳이 전략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을 대상으로 CP 시범구축 사업을 추진 중이며 단계적으로 전략기술 보유기업까지 자율준수체제를 갖춰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 국제사회에서 전략물자 통제는 강화되는 추세인가?

“국제사회는 부적절한 수출을 효율적으로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2004년부터 모든 유엔 회원국에 대해 수출통제 준수가 의무화됐다. 또한 WA(바세나르체제),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 NSG(핵공급국그룹), AG(호주그룹)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가 있다. 4개 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30개국이다. 특히 테러지원 우려 국가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고 전략기술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 추세다.”



원전에도 전략물자 다수 포함- 원전에도 전략물자가 많이 포함되나?

“물론이다. 원전을 구축하는 데 대략 5만여 개의 물품이 사용되는데 이 중 약 1만5000~2만 개가 전략물자에 해당된다고 판단된다. 현재 원전 전략물자 품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다. 내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원전 관련 전략물자 판정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 전략물자 관리제도를 규제로 보는 시각도 있을 것 같다.

“그런 오해가 일부 존재한다. 하지만 전략물자 관리제도는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며 안전한 무역을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은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차원에서 수출통제 규범을 확실히 인식하고 준수해 나가야 한다.”

- 취임한 지 만 4개월이 됐다.

“산업자원부에서 전략물자관리 과장으로 있을 당시 우리 기업이 WMD 관련 위법 수출에 연루되면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사건이 적잖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의 수출 통제 이행 수준은 상당히 높아졌고 국제사회의 수출통제 환경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전면 가입, UAE 원전 수출,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 강화 등 전략물자 수출통제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따라서 전략물자관리원은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전략물자 위법수출의 위험으로부터 우리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 향후 계획은.

“우리 관리원은 전략물자 수출통제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중에서도 기업이 전략물자를 제대로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기업의 편의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전략물자 판정업무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또한 국제수출통제체제 동향 정보를 제공하고 국제협력을 위한 지원체계를 공고히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법제화를 통해 전략기술 수출통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 늘고 있는 원전 수출에 맞춰 원전 수출 관련 기업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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