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한우 드셔 보셨나요?'
'기능성 한우 드셔 보셨나요?'
누구나 옷을 살 땐 입어 보고 산다. 몸에 맞는지, 잘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지갑을 연다. 그러나 비싼 한우 고기는 맛을 확인하고 사기 힘들다. 따라서 ‘이 한우는 언제 먹어도 한결같은 맛이란 말야!’라고 생각할 만큼 품질이 관리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국내 축산업계가 마침내 엄격한 품질관리에 나섰다. 정부와 축산 관련 연구소, 현지 축산업자 등 3자가 협력하는 클러스터사업을 통해서다.
지난 11월 23일 저녁 5시 홍천축협 본소마트. 주부 강복순(48)씨는 늘푸름 홍천한우 스티커가 붙은 고기 두 팩을 들고 계산대에 섰다. 이 한우 브랜드를 자주 사먹는다는 그녀는 “우리 지역에서 생산한 한우라서 믿음이 더 가지만 무엇보다 맛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매장 직원 차은영(31)씨는 “늘푸름 홍천한우가 선물용으로 많이 나가는데, 선물 받은 분들이 맛이 좋다고 일부러 사러 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늘푸름 홍천한우를 직접 생산하는 강원도 홍천 양지목장의 박용길(48)씨. 축산업 경력이 약 30년인 그는 2년 전부터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소를 키우면서 생기는 일을 일일이 기록해 나중에 그 자료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소 한 마리를 사고, 키우고, 파는 모든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는 설명이다.
그의 농장을 방문했더니 외부인의 출입이 상당히 까다롭다. 농장에 들어오는 물건과 차량, 사료와 사람이 하나하나 모두 기록된다. 방문객은 24시간 전의 방문지부터 연락처까지 모두 기록해 둔다. 그가 소에게 먹이는 사료도 여느 사료와 다르다고 한다. 맥주를 만든 후 나오는 맥주박을 가공한 알코올 발효 사료를 섞어 먹인다. 맥주박 사료는 한우 육질의 풍미와 다즙성을 좋게 하기 때문이다. 박씨의 농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할하는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시스템인 HACCP 지정을 받았고,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도 받았다.
지난 22일 키우던 소 네 마리를 출하한 박씨는 “네 마리 모두 1등급인데 최고등급인 1++가 1마리이고 1+가 3마리”라며 즐거워했다. 이렇게 양질의 한우 생산이 가능했던 이유는 그가 2008년 홍천지역 한우를 대상으로 한 늘푸름 홍천한우 클러스터사업단에 가입했기 때문이다. 늘푸름 홍천한우 클러스터의 이종현 사업단장은 “연구소와 일선 농가가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시너지효과를 톡톡히 본다”고 말했다.
늘푸름 홍천한우는 정부가 지정·지원하는 54개 농·식품 클러스터 가운데 하나다. 농·식품 클러스터는 정부가 2005년 시범사업을 시작해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농산물품질관리원, 대학과 연구소의 농업기술센터, 가공과 유통 관련 기관, 농가와 협회 등이 서로 연계돼 운영된다. 축산 분야는 늘푸름 홍천한우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17개 사업단이 선정돼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정부가 각 사업단에 3년간 지원하는 자금은 50억원 내외. 각 사업단의 실적 등을 매년 심사해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최대 5년까지 지원해주며 사업단의 자립을 최종 목표로 한다.
늘푸름 홍천한우는 홍천에서 거세된 수소의 브랜드명으로 304개 축산농가가 클러스터에 참여했다. 그동안 생산 이력제와 생체 단층 촬영, DNA 연구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생산 이력제도는 송아지가 언제 어디서 태어나서 어느 농장에서 자라고, 언제 도축됐는지 이력을 기록해 어디서든 조회가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다. 생체 단층 촬영은 도축 없이도 개체의 고기 등급을 파악할 수 있어 고품질 한우생산에 도움을 주며, DNA 연구는 좀 더 우수한 품종 개발에 이용된다.
최근 들어 늘푸름 홍천한우는 건강 기능을 추가하려는 시도를 진행한다. 이종헌 사업단장은 “올 해까지 한우 100마리에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많도록 시범사육을 한다”고 말했다. 오메가-3지방산은 신진대사를 돕고 혈액의 피막형성을 억제하며, 뼈의 형성을 촉진하기도 한다. 시범 사육 소에게는 오메가-3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치자와 들깨, 아마 씨 등을 먹인다. 사업단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오메가-3 지방산 사육법을 도입할 계획이다.
늘푸름 홍천한우는 올해 말까지 식당과 정육점 등이 함께 설치된 늘푸름 홍천한우 종합지원센터 및 가공장의 문도 열 계획이다. 입지가 홍천IC에서 1분이면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서 이 지역의 새로운 먹을거리 명소로 자리 잡게 되리라 기대한다.
한우클러스터사업단 중엔 산청, 함양, 거창군 축산농가들이 참가한 경남서북부 한우클러스터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에 ‘애우(艾牛)’라는 브랜드를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2008년 본 사업에 선정된 경남서북부 한우는 “야생 쑥을 먹인 소”로 알려져 있다. 10년 전 경상대에서 소에게 쑥을 먹이는 실험을 완료해 2002년부터 거창군이 축산농가에 도입했다. “야생 쑥을 소에게 먹여 고기육즙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동맥경화를 막는 올레인산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사업단의 관계자가 말했다. 2004년 상표등록을 마친 ‘애우’는 지난해에 산청-함양-거창군 통합 브랜드로 거듭났다. 총 298개 농장이 가입된 경남서북부 한우 클러스터사업단은 HACCP인증 50군데, 무항생제 축산물 인증 37군데가 있다. ‘애우’는 1등급 이상의 최고급 고기가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남원 친환경 흑돈 클러스터사업단 역시 2008년 본사업단에 선정됐다. 서울대, 전북대, 한경대 등 대학교와 축산과학원 연구소, 전라북도와 남원시 등이 조직화돼 운영된다. 클러스터에 참여한 16개 농장에서는 ‘친환경 흑돈’이란 브랜드에 걸맞게 무항생제 사육을 추진한다. 돼지의 소화를 촉진하는 효소 첨가물의 개발로 고기 육질은 물론 분뇨 냄새도 줄여 축사 주변 악취를 줄였다. 이 사업단은 축사에서 나오는 퇴비를 고랭지 채소 재배 농가에 보급하는 친환경사업까지 벌인다. 올해 말에 사업단 홍보전시 가공판매장이 완공되면 그곳에서 떡갈비, 소시지는 물론 스페인의 전통 가공육인 하몽도 생산할 예정이다.
전국적으로 클러스터를 통해 관리되는 육류는 위생이 좋고 항생제를 남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맛과 기능까지 꾸준히 관리된다. ■
■ “횡성한우요? 품질은 우리가 오히려 나아요”
Q&A 이종헌 늘푸름 홍천한우 클러스터사업단장
보통 소비자들이 횡성이나 안동한우에 더 익숙한데 홍천한우는 어떻게 다른가?실제로 안동은 국내에서 가장 먼저 한우를 각인시켰다. 횡성도 브랜드를 먼저 개발했다. 우리는 후발주자이므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 인지도는 횡성한우에 비해 낮지만 고기의 최상위등급인 1++를 받는 비율은 우리가 25.7%로 횡성군(18.2%)보다 높다. 1+ 이상 비율도 64.6%로 횡성군(56.5%)보다 높다. 한우의 품질은 자신 있다.
후발 브랜드로서 색다른 홍보전략이 있나? 소비자의 요구에 부흥하려고 노력한다. 소주도 도수가 내려가면서 여성 소비가 늘지 않았나?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에 맞추도록 노력한다. 우리 제품을 파는 온라인 쇼핑몰도 지난해부터 열었는데 명절 때를 빼놓곤 판매가 그리 많지는 않다.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분들이 젊은 층이란 점에 착안해서 소포장 제품, 뜯어서 바로 조리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하려고 한다.
시장에 가보면 한우 브랜드도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축산 농가의 위기감은 없나?전국의 모든 한우 브랜드가 경쟁을 통해서 더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동대문시장에 옷가게가 많지만 함께 경쟁하면서 경쟁력을 얻지 않았는가? 한우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일본의 고베비프를 현지 조사했다고 들었다.고베비프는 송아지 때부터 이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우수한 혈통, 사료 관리, 스트레스 받지 않게 키우기 등이 중요하다. 아직까지 우리가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진 못했지만 계속 발전하고 있다. 유전 형질이 특별히 우수한 개체를 개발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앞으로 늘푸름 홍천한우를 어떻게 알려나갈 생각인가?현재는 서울의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에 우리 브랜드가 판매된다. 몸에 좋고 더 맛있는 소고기를 만들어 판매를 더욱 확대해나갈 생각이다. 소비자에게 고기뿐만 아니라 홍천한우의 문화도 팔고 싶다. 홍천IC 인근에 12월 완공되는 늘푸름 홍천한우 종합지원센터와 가공장도 그런 취지다. 여러 가지를 즐기면서 홍천한우도 맘껏 드시게 하고 싶다.
클러스터사업단의 장기적인 목표가 있다면?내년부터는 귀농을 꿈꾸는 분들을 대상으로 간접경험 상품도 선보인다. 자신이 키울 송아지를 미리 사서 우리 클러스터 내 농장에 맡겨서 키우도록 하는 거다. 위탁한 소를 직접 보러 와서 미리 경험도 하면서 귀농의 밑그림을 그려볼 소중한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가족 단위로 자신의 소를 보러 많은 분이 찾아온다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을 주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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