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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정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까

녹색 정치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일까

2007년 초 세계 최대의 화두는 기후변화였다. 그 해 1월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당시 유럽연합(EU) 순회의장이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각국에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공동행동을 촉구했다. 같은 해 6월에 열린 선진8개국(G8) 정상회의에서도 기후변화가 중심의제로 떠올랐다. 메르켈과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동의하도록 했다. 부유하고 자신감 넘치는 유럽은 메르켈과 블레어의 노력 덕분에 지구 구하기 운동의 선두에 섰다.

하지만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이 꺼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기후변화 이야기는 쏙 들어갔다. 2010년 현재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청정 에너지 입법을 보류하고 대신 의료보장과 일자리 창출 관련 법안에 주력한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담이 실패로 끝난 뒤 메르켈 총리마저도 국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친환경 정책에서 한발 뒤로 물러났다. 한편 경제호황으로 부유해진 중국에선 연료 소비량이 많은 대형차가 기록적인 수로 늘어나고 대규모 개발계획의 투자가 활발하다.

요즘은 환경문제가 서양의 부채와 아시아의 끝없는 개발 욕구에 밀려 주목받지 못한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과부하 상태의 지구 생태계가 시한폭탄처럼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기후변화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있다. 몇몇 여성 국가수반을 포함한 세계 지도자들은 현재 매우 어려운 도전에 직면했다. 어떻게 하면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지키면서 경제성장을 촉진하느냐는 문제다.

브라질은 개발과 환경보호 사이의 줄다리기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더 치열하다. 최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놀랍게도 녹색당의 마리나 시우바 후보가 1차 투표에서 무려 19%(득표율 3위)의 지지를 얻는 바람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현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목한 지우마 호세프 후보는 결선투표에 가서야 간신히 승리를 확정할 수 있었다. 마리나와 호세프는 2008년 이후 줄곧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당시 룰라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던 마리나는 동료 장관들(성장 가속화를 주장하던 호세프도 포함됐다)과 환경 관련 문제를 놓고 논쟁을 벌이던 끝에 사임했다. 수력발전용 댐 건설사업과 수출용 콩 재배를 위한 아마존강 유역 삼림 파괴 문제였다.

마리나가 선거에서 강세를 보이자 호세프는 서둘러 친환경 제안을 공약에 추가하고 아마존강 유역 삼림 파괴의 속도를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마리나의 지지자들은 대통령 당선자인 호세프가 ‘세계의 허파’로 불리는 브라질 열대우림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잊지 않길 바란다. 호세프가 과연 브라질의 튼튼한 경제를 유지하면서 이 과업을 해낼 수 있을지가 그녀의 대통령직 성공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시험이 될 듯하다.

과거엔 서양 각국이 브라질의 환경보호 정책 지원을 약속했다. 메르켈은 2년 전 브라질의 바이오 연료 산업이 삼림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서양의 다른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 사람들이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면 우리가 약속한 대로 그들을 지원해야 한다.” 유럽은 환경 문제에서 개발도상국과 미국에 모범을 보이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 문제에서 누구보다 큰 야심을 갖고 앞장선 인물이 메르켈이었다. ‘환경영웅’ ‘녹색 여신’으로 불리는 그녀는 기후변화를 세계의 중심 의제로 유지시키고 탄소배출량 삭감 목표를 높게 잡는 데 기여한 공으로 칭송받았다. 메르켈은 또 독일의 재생가능 에너지 부문에 대규모로 투자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녀는 “탄소배출량 삭감에 드는 비용은 건전한 투자로 봐야 한다.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3년 전과 지금의 메르켈은 천지차이다. 기후변화 방지 관련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나라들과의 경쟁을 걱정하는 독일 업계의 압력으로 그녀는 한때 소리 높여 주장했던 목표를 저버렸다. 2008년 12월 메르켈은 이렇게 말했다. “수출주도형 경제인 독일의 에너지 집약형 산업은 당연히 EU의 탄소배출량 쿼터제에서 제외돼야 한다.” 그녀는 또 자신이 EU 의장 시절 추진했던 소위 ‘20·20·20 목표’에서도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유럽의 탄소배출량을 20%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20% 제고하고, 2020년까지 재생가능 에너지로 20% 전환한다는 목표다. 유럽의 탄소배출권 제도 시행이 이 목표를 달성하는 한 방법이다. 메르켈은 독일 공장들이 2020년까지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다른 나라들도 똑같이 주장하고 나서면서 이 프로젝트는 혼란에 빠졌다. 또 지난 8월 메르켈은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했던 독일 핵발전소의 수명 연장을 승인해 녹색당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독일 정부는 핵에너지가 경제 목표를 달성하면서 환경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국민은 분노했다.

메르켈이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동안 지구 반대편의 한 또 다른 여성 지도자가 이 싸움에 뛰어들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시장 기반의 탄소 거래 프로그램 채택을 추진 중이다. 그녀는 이 정책으로 재선에 거의 실패할 뻔했다. 케빈 러드 전 총리는 이 문제에 도덕적으로 접근한 반면(그는 죽어가는 산호층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길라드는 탄소가격제가 경제적으로 의미 있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녀는 유권자들에게 “우리가 지금까지처럼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결국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료가 오르고, 청정 에너지 부문의 일자리는 해외에 빼앗길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같은 생각이다. OECD는 호주 정부에 탄소가격제의 승인을 촉구했다. 일부 추정에 따르면 호주가 2020년까지 탄소가격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발전소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20억 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호주는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으며 석탄 의존도가 높다). 지난주 길라드는 농부들이 조만간 (나무 심기 등의 방법을 통해서) 탄소배출권을 얻게 되리라고 발표했다. 농부들은 탄소배출권을 (자체 탄소배출을 상쇄하려는) 기업이나 정부에 팔 수 있다.

국제 탄소시장은 엘렌 존슨설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에게도 협조를 촉구했다. 라이베리아는 수십 년 동안 계속된 내전으로 초토화된 농지와 숲을 재건하면서 경제적·생태학적으로 큰 문제에 봉착했다. 존슨설리프는 식량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대농민 교육과 ‘골라 숲’을 보호할 ‘평화 공원’의 건립 등 파괴된 환경의 복구를 목표로 한 일련의 조치를 취했다. 골라 숲의 보호는 경제적으로도 효과적인 정책이 될지 모른다. 개도국이 삼림보호 정책을 실시할 경우 그 대가로 (탄소배출권 등의) 보상을 받도록 하는 유엔 지원 프로그램(REDD) 덕분이다. 하지만 라이베리아의 숲 보호 정책은 이미 장애에 부닥쳤다. 한 영국 회사가 부패한 라이베리아 관리들과 결탁해 탄소상쇄 용도로 라이베리아의 숲 5분의 1을 사들였다. 만약 이 숲의 나무들이 예상대로 충분한 탄소 흡수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라이베리아 정부가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REDD 프로그램은 이번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정상회의의 의제로 오른다. 라이베리아와 다른 개도국들이 주의 깊게 지켜볼 듯하다. 이번 회담에서 주목되는 중요한 문제는 서양 각국이 부채 위기 속에서도 환경보호 약속을 지키고 빈국들이 약속을 지키도록 지원할 수 있느냐다. 또 다른 문제는 중국과 인도가 자국의 경제호황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에 동의할지 여부다. 몇 가지 긍정적인 조짐이 있다. 최근 인도 국민의회당의 소냐 간디 당수는 경제와 함께 환경 문제를 국가의 주요 관심사로 내세웠다. 다른 국가의 정상들도 같은 마음이기를 바란다.

번역·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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