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분야서 독보적 성장
공공디자인 분야서 독보적 성장
새로 조성된 광화문광장의 볼거리 중 하나인 플랜터(대형 화분), 양화~신촌로 버스중앙차로에 설치된 정류소 승차대, 남한산성도립공원 내 각종 안내판, 경희궁의 문화재 안내판, 화성동탄지구의 가로시설물과 조형물, 서울과 지방 곳곳에 설치된 마을버스 승강장, 가로 판매대, 펜스, 벤치, 휴지통, 조명탑, 볼라드(자동차 진입 방지용 구조물)….
모두 디자인다다 어소시에이츠(이하 디자인다다)의 손길이 닿은 작품이다. 디자인다다는 공공시설 디자인 전문업체다. 그간 수상 경력은 화려하다. 지난해 서울시가 주관한 우수 공공디자인에 디자인다다의 벤치와 휴지통, 볼라드, 자전거 거치대 등이 선정됐다. 연말에는 지식경제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선정한 굿디자인 제품에 이 회사의 펜스와 벤치 등이 뽑혔다. 지난해 말에는 독일 IF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한 휴지통과 볼라드가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국내 공공디자인 업체가 IF디자인상을 수상하기는 처음이다. 올 3월에는 레드닷 디자인상을 받았다. IF와 레드닷은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공공디자인 시장 선점회사는 2006년 설립됐다. 회사 이름은 다다이즘에서 따온 것이다. 박석훈(41) 대표는 “대학 은사가 지어주신 이름을 그대로 썼다”고 말했다. 다다이즘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과 미국에서 일어난 문화·예술 사조다. 기존 체계나 관습적인 예술에 반발하고 이성에 의한 구속이나 전통적 형식을 거부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다다의 모토 중 하나가 ‘고정 관념에 갇혀있는 디자인을 지양한다’는 것이다.
설립 당시 공공시설물 전문 디자인 회사는 흔치 않았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다. 디자인다다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시설 공모를 휩쓸다시피 했다. 서울시 버스중앙차로제는 사명을 널리 알린 계기였다. 이 회사는 2007년 송파·양화~신촌로, 2008년 공항로·동작~신반포로·통일~의주로 버스중앙차로 정류소 승차대 시설사업 공모에 연이어 당선됐다. 박석훈 대표는 “사람 중심의 디자인이 통했다”고 말했다.
디자인다다의 정류소 승차대는 전체를 용접해 통으로 설치하는 기존 방식이 아니라 부품 하나하나를 조립하는 방식이다. 유지·보수가 쉽다는 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또한 녹지공간을 조성하고 태양전지판을 설치해 야간조명으로 태양광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온열벤치도 설치했다. 박 대표는 “빠름과 효율보다는 시민의 편안과 자유로움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중심의 도로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를 전후로 디자인다다는 국내 공공디자인 시장을 선점해 갔다. 이 회사가 공공디자인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를 낸 비결은 박석훈 대표의 디자인관에서 유추할 수 있다. 이 회사의 슬로건은 ‘신뢰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하고 디자인으로 풍요한 세상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디자인다다 소속 디자이너들이 지키는 원칙이 있다. 요약하면 이렇다.
‘고정관념에 갇혀있는 디자인을 지양한다. 단순히 공간을 아름답게 꾸미는 작업이 아니라 개성을 담아 인간 중심의 공간을 만든다. 디자인이 갖는 사회적 중요성을 인식하고 디자인과 목표를 적절히 조화시킨다. 실용성과 트렌드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디자인을 제시한다.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창출하고 이를 위해 클라이언트의 성공적인 비즈니스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박 대표는 이를 알기 쉽게 요약했다. 그는 “좋은 공공디자인은 비용은 적게 들면서 기능은 높이고 보기 좋게 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디자인은 전체의 한 부분인데 전체인 양 생각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외양만 아름다운 디자인이 아니라 공공의 목적과 효용에 부합하는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 진출 임박국내외 디자인상을 휩쓴 이 회사의 휴지통과 볼라드 역시 이런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 디자인다다의 휴지통은 부식과 파손에 강한 원자재를 사용해 수명을 연장하면서 투입과 배출이 쉽도록 기능을 극대화했다. 색감은 저채도를 적용해 주변환경과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 볼라드는 단순하고 간결한 형태지만 탄성복원력이 뛰어난 재료를 써 외부 충격 때 차량과 볼라드 모두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헤드 부분은 파손될 경우 부분 교체나 보수가 쉽도록 설계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저렴한 가격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강조했다. 이런 배경에서 박 대표가 내린 결단이 있다. 이 회사는 디자인 전문회사로는 드물게 지난해 중순 파주에 공장을 세웠다. 디자인은 물론 생산·시공까지 직접 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공공디자인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한다. 이유는 역시 ‘품질’이다. 박 대표는 “디자인을 아무리 잘해도 실제 제품과 다르면 소용이 없다”며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책임지는 것이 우리 회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디자인 실력이 디자인 회사의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박 대표 역시 “이제는 디자인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말한다. 공공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지만 여전히 발주되는 프로젝트 규모는 미미하다. 박 대표는 “큰 프로젝트가 최대 2억원 수준이고 대부분 1억원 미만”이라고 했다. 이를 수주하기 위해 수많은 디자인 업체가 달려드는 양상이다. 초기에는 회사의 실력과 이름만으로 사업을 따내는 게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디자인 분야에도 영업이 수주를 좌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디자인다다는 영업팀을 운영하지 않았다(박 대표는 올해 영업팀과 관리팀을 신설했다).
“우리 회사가 선점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영업은 못 당하겠더군요. 발주처와 이미 얘기가 다 끝난 프로젝트도 다른 회사의 영업으로 취소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영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습니다.”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다. 박 대표는 “2~3년 전 한 해 매출이 70억~80억원 정도였는데 작년부터 공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올해 매출은 40억원 정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대신 건설회사의 주문은 늘었다. 박 대표는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의 조경 디자인을 맡은 후 금호건설, 삼호건설 등에서 요청이 계속 들어온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관심이 높아졌다. 박 대표는 “해외에서 열리는 디자인 전시·박람회에 가면 처음에는 우리를 중국 업체로 생각하고 지나쳤다가 한국 회사라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면 바이어의 태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한국 디자인이 세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얘기”라고 했다. 최근에는 100년 전통의 독일 유명 디자인 회사인 얼라우의 CEO가 양사 협력을 위해 방한해 본사와 파주 공장을 견학하고 갔다. 박 대표는 “유럽 전역에서 유명한 디자인 회사인 체코의 엠엠사이트와도 사업 제휴를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공공디자인 분야에서 압도적인 성장을 이룬 디자인다다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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