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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누구든 너그러워져야

상대방이 누구든 너그러워져야

“지난번 G20 비즈니스 서밋에 세계 유수 기업들이 왔습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들과 같은 반열에 섰다는 것 자체가 한국 기업의 성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죠. 물론 여기서 우리가 자만해서는 안 돼요. 앞으로도 우리나라 기업들이 보완할 것은 보완해야 합니다.”

손경식(71·CJ 회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같은 성과는 우리 기업들이 부단히 지식과 경험을 축적한 결과”라고 말했다.“한국 산업의 힘이죠. 현대자동차를 예로 들어 볼까요. 현대차는 품질 좋고 튼튼하고 고장도 잘 안 납니다. 외국 차들이 오히려 애프터서비스를 많이 받습니다. 자동차 문을 만드는 현대차 부품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연구개발 과정에서 문을 십만 번가량 여닫는다고 하더군요. 오늘날 현대차가 거둔 성과는 부품 업체들과 공동으로 구축한 시스템 덕입니다. 완성차 공장만 잘 돌려서는 절대 일류 기업이 될 수 없어요. 이런 시스템에 더해 우리나라 인재들이 바닥부터 최고경영자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제 몫을 다했기에 기업들이 괄목할 성장을 이룩했다고 봅니다.”

포브스코리아가 지난 12월 16일 오후 대한상의회관 접견실에서 손회장과 만났다. 신묘년 새해를 맞아 우리 기업인이 새겨야 할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다.



최근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 치킨’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얼마 전엔 이마트 피자가 논란이 됐지 않습니까? 대한상의는 전경련과 달리 소상공인도 아우르는 종합 경제단체인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해외출장을 다녀오느라 신문을 제대로 못 봤습니다. 젊은 실무자들이 고객을 위해 세운 전략이 아닐까 싶군요. 아마 최고경영자의 뜻은 아니었을 겁니다. 다 함께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돼요. 과거 한강 다리를 건설할 때 단돈 1원에 응찰한 일도 있지 않습니까? 당대의 해프닝이었죠. 이번 일은 소비자의 권익과 소규모 프랜차이즈점의 이해가 엇갈린 미묘한 케이스인데, 문제의 핵심을 잘 짚어 보고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돼요. 어쨌거나 상생의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손 회장은 지난 12월 9일 이명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국빈 방문에 동행해 이튿날 말레이시아 비즈니스 포럼을 주관했다. 말레이시아 기업인과 현지 한상들에게 국내 기업인과 교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 공동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기업가 정신 쇠퇴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고 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상의에서도 설문조사를 한 일이 있습니다. 1970년대에 가장 왕성했고, 그 후 지속적으로 기업가 정신이 위축돼온 것이 사실입니다.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과거엔 다른 나라의 잘나가는 기업을 보고 그대로 모방하면 됐습니다. 기업가로서는 쉽게 공장을 짓고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죠. 지금은 리스크가 너무 커 카피할 수 없습니다. 결국 새로 기업을 창업하고 새로운 사업에 투자해야 하는데 마땅한 투자처가 눈에 띄지 않는 겁니다.”



2011년 한국 경제의 주요 변수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게 뭔가요?“환율입니다. 내년 환율이 어떨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우리나라는 수출입 무역 규모가 1조 달러(2011년 전망치)로 GDP에 육박합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죠. 더욱이 최근 각국이 경제 난국을 탈피하기 위해 유동성을 대폭 늘렸습니다. 대표적으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돈을 풀어 유동성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미국의 양적완화 등에 따른 유동성 과잉에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나요?“단기적으로 환율 변동폭이 너무 크면 기업이 어렵기 때문에 환율 안정을 위해 정부가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응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 예컨대 단기 자금의 유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구상하고 시행하려 하고 있죠. 이에 대해서는 G20 정상회의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반기업 정서가 좀 누그러졌다고 보시나요?“저는 그렇게 봅니다. 반기업 정서가 많이 완화됐습니다.”



기업 관련 규제 가운데 대표적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 뭔가요?“단적으로 상수원 근처에 공장을 못 짓게 하는 환경 규제를 들 수 있습니다. 공장 폐수가 상수원으로 흘러들지 못하게 하는 건 당연해요.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폐수가 유출되지 않게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시설을 갖춘 공장에 대해서는 규제를 풀어도 됩니다.”



가업 승계 쉽게 해야

기업에 불리한 대표적 정책이나 제도가 뭡니까?
“상속세율이 50%로 너무 높습니다. 기업인은 사업을 일으킬 때 많은 위험을 무릅씁니다. 그렇게 일군 기업을 물려줄 수 없다면 문제가 있죠. 회사를 상속할 경우 할증 과세를 해 실제 세율은 50%가 넘습니다. 이런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높은 세율이 가업 승계를 가로막고 기업 하는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리는 데도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상속세율 인하를 골자로 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빨리 통과돼야 합니다. 소득세율도 내려야 돼요. 이를 낮추면 소비가 촉진돼 내수 확대에 도움이 됩니다.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를 연장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지만 이것도 상시 제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세도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도록 예정대로 인하해야 합니다.”



일자리 부족이 심각한데 그에 더해 정년 연장 움직임으로 중장년과 청년층 간 일자리 갈등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자리 부족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의료·교육·관광 등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노동 유연성도 높여야 합니다. 정년 연장 필요성이 대두한 건 맞지만 이를 제도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합니다. 일률적으로 적용할 경우 기업의 인력 운용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청년실업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죠.”


화제를 돌려 보죠. SK가의 최철원 전 M&M 대표가 이른바 ‘매값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킨 건 어떻게 보시나요?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해서는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십니까?“그분이 문제를 일으키기는 했지만 기업을 대표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특정 기업과 연관시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관념도 많이 바뀌었다고 봅니다. 일례로 개인 기부가 많아졌습니다. 과거엔 법인 기부가 많았지만 지금은 개인 기부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뿌리내리고 있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죠.”



37년째 CEO를 맡고 계십니다. CEO가 갖춰야 할 덕목이 뭔가요?“CEO는 모름지기 부지런해야 합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생각도 많이 해야 합니다. 또 책임의식이 강해야 합니다. CEO가 잘못 판단하면 기업이 잘못되고 결국 그 기업과 연관을 맺고 있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그런가 하면 같이 일하는 사람의 마음을 읽고 아픔을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통찰력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통찰력인가요?“세계 경기의 흐름을 살피고 시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꿰뚫어볼 수 있어야죠. 그에 따라 제품, 설비투자, 사업계획 등을 조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중요한 건 이런 액션을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CJ가 지난봄 ‘2020 그레이트 CJ’를 선언했습니다. 위대한 기업의 조건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위대한 기업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인재입니다. 훌륭한 인재가 많아야 기업으로서 성공할 수 있죠. 다음으로 창의와 혁신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를 담보할 수 없습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는 더더욱 그렇죠. 끊임없이 도전하고 변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객과 사회로부터 사랑 받는 기업이 돼야 합니다. 눈앞의 이익을 좇느라 고객과 사회의 기대를 저버렸다가는 지속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시대 이해관계자와의 우호적 관계는 지속가능한 기업의 조건이죠.”



인재를 강조하셨는데 인재관은 무엇인가요? 이 시대의 인재는 어떤 사람입니까?“우선 창의성이 뛰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죠. 다음으로 시야가 넓어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 시대에 세계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또 매사에 긍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 돼야 합니다. 지금 시대는 창의적이면서 시야가 넓고 행동이 적극적인 젊은이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사람이 기업도 일으키고 잘 이끌어 가죠. 이런 인재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세계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관계 개선해야



청년실업 등으로 젊은 세대의 어깨가 처져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원로로서 이들에게 조언을 주시기 바랍니다.“개방과 경쟁의 시대입니다. 취업 문이 좁다고 하지만 사실 할 일이 많습니다. 유능한 젊은이들에게는 항상 문이 열려 있죠. 우선 젊은 세대에게 열심히 자기 학습을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가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까지 끌어안고 가기는 벅찹니다. 젊은 세대도 이 점을 잘 인식해야 합니다. 가급적 많은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줘야겠지만 당사자들도 경쟁 사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돼요. 요즘 젊은 세대는 대기업이나 힘들지 않은 직장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우 오히려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다고 할 수 있죠. 중소기업에 몸담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요.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혈색이 좋아 보이십니다. 어떤 운동을 하시나요? 식사는 어떻게 합니까?“피트니스 클럽에서 일주일에 최소 다섯 번, 하루에 한 시간씩 실내 자전거를 탑니다. 체중조절을 위해서죠. 식사는 평소 아침을 거르지 않습니다. 채식 위주로 소식하는 편이죠.”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 보신 적 있나요?“문자 메시지는 안 보냅니다.”



원로가 드문 시대입니다. 거시적으로 우리 사회를 조망할 때 우려스러운 점이 뭔가요?“상대방이 누구든 서로 너그러워져야 합니다. 비판적이기보다 더 너그러워야 합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옛 속담이 있지 않습니까? 이게 우리 정서인지 모르지만 잘되는 사람이 있으면 칭찬해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안보 불감증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주로 젊은이들이 우리가 처한 안보 상황을 잘못 이해해서 그래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이런 문제도 많이 해소됐다고 봅니다.”



CJ가 중국을 제2의 내수시장이자 글로벌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습니다. 경제 논리, 기업 논리로 보면 우리가 지금보다 중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지 않나요?“중국은 우리나라 최대의 수출 시장이죠. 이런 큰 시장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이득입니다. 이런 이점을 십분 활용해야죠. 그러자면 당연히 중국과 관계 개선을 해 나가야 합니다. 외교도 경제와 같이 움직여야 합니다. 외교적으로도 중국과 밀접한 관계를 도모해야죠. 우리 젊은이들이 중국에서 많은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만, 민간 차원의 문화 교류도 활발해져야 합니다. 양국 국민이 더 가까워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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