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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비만에서 인간 비만의 새로운 원인 찾는다

동물 비만에서 인간 비만의 새로운 원인 찾는다

아이들의 비만은 학교에서 체육시간이 줄고, 고열량 간식을 파는 자판기가 늘어난 탓이라 여겨진다. 운동량이 많은 놀이 대신 비디오게임에 매달리는 문제도 있다. 성인의 경우엔 초대형 패스트푸드와 보행자 배려 없이 자동차를 타게 만드는 도시 환경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 성인의 68%, 어린이의 17%(1971년엔 5%)가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하지만 최근 인간뿐 아니라 동물의 비만도 크게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애완동물과 실험용 동물, 도시에 사는 생쥐가 과체중이 된 원인은 뭘까?

앨러배마대에서 비만을 연구하는 데이비드 앨리슨은 비만 원인을 단 두 가지로 요약하는 이른바 ‘빅투(Big Two)’ 설명 방식을 오랫동안 비판해 왔다. 도시의 보도 감소 같은 사회적 변화에 따른 신체활동 감소와 식품업계의 과도한 마케팅으로 인한 칼로리 섭취 증가가 그 두 요인이다. 앨리슨은 얼마 전 우연히 위스콘신주 과학연구단지에 있는 실험용 원숭이들의 체중 기록을 봤다. 이 원숭이들은 최근 15년 사이 체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몸집을 불리는 사육방식을 적용하지도 않았고, 먹이 공급업체가 바뀌지도 않았다. 체중 증가를 설명할 만한 어떤 변화도 없었다. 그래서 앨리슨은 다른 동물의 체중 기록도 살펴보기로 했다.

앨리슨 연구팀은 볼티모어의 야생쥐부터 캘리포니아의 실험용 머카크(짧은 꼬리 원숭이), 그리고 미 연방 독물학(毒物學) 연구의 실험용 생쥐 대조군까지 8개종 24개 개체군의 체중 기록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영국 왕립학회 회보 B’에 실릴 논문에서 이 24개 개체군(약 2만 마리) 중 1940년 이후 비만 개체의 비율이 증가한 개체군이 23개에 이른다고 보고했다. 이런 일이 우연히 일어날 확률은 800만분의 1이다. 앨리슨은 야생쥐나 실험용 원숭이 등의 경우 학교 체육시간 감소나 고열량 간식 자판기 증가를 체중 증가의 요인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빅투’ 요인 이외에 다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열역학의 철칙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열량의 섭취량이 소비량보다 많을 때 체중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수긍한다. 하지만 이런 불균형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리 간단치 않다. 술래잡기대신 비디오 게임에 매달리는 놀이 습관이나 오트밀 대신 단맛의 시리얼을 위주로 한 아침식사, 또는 열량이 높은 학교 급식(미국에서는 급식 식단을 통곡물과 과일 위주로 바꾸는 새 연방법이 제정됐다) 등의 이유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일례로 최근 한 연구에서는 장내 박테리아가 섭취한 음식물로부터 얼마나 많은 열량을 흡수하느냐를 좌우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장내에 음식물에서 열량을 뽑아내는 미생물이 더 많은 사람은 같은 치즈버거를 먹어도 살찔 가능성이 더 크며, 열량 추출 기능이 떨어지는 미생물이 더 많은 사람은 실컷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다는 뜻이다. 웨이트워처스(미국 다이어트 전문업체)도 최근 모든 칼로리가 동일하진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비만 유발 가능성을 바탕으로 한 자사의 식품 포인트 체계를 수정했다. 열량 섭취와 소비의 불균형을 가져오는 원인 중 확실히 밝혀진 한두 가지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좀 더 강력한(그리고 흥미로운) 다른 원인들을 놓칠 위험이 있다. 그 새로운 원인들을 알고 제거하려고 노력할 때 비만 예방의 효과는 더 커지지 않을까?

그래서 앨리슨의 동물 비만 연구가 주목받을 만하다. 과학연구단지의 머카크들은 평균 체중이 10년에 약 10% 늘었다. 실험용 원숭이는 10년 동안 비만율이 14배 증가했으며 체중이 34% 늘었다. 애완용 고양이는 10년 동안 비만율이 38%, 체중이 10% 증가했으며 애완견은 체중이 약 3% 늘었다. 또 도시 생쥐들은 비만율이 21% 증가했고, 연방 독물학 연구의 실험용 생쥐는 체중이 12% 늘었다.

지나친 식품 마케팅과 TV 시청 시간 증가, 학교 체육시간 감소 등은 생후 6개월 미만 어린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동물의 비만 원인 설명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하지만 이 동물은 모두 인간과 함께 살거나 가까이 산다. 따라서 인간의 비만 원인과 이 동물에게 비만을 일으킨 요인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지 모른다. ‘수면부채(sleep debt: 수면 부족이 누적되는 현상)’가 한 예다. 수면부채는 식욕증진 호르몬 그렐린의 혈중 농도를 높이고, 식욕억제 호르몬 렙틴의 혈중 농도를 낮춘다(미국 성인의 하루 평균 수면시간은 9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었다). 환경호르몬(BPA) 등 내분비 교란을 초래하는 화학성분도 그런 요인 중 하나다. 이런 성분은 지방세포의 확산을 초래하는 수용체와 결합한다. 또 중앙난방과 에어컨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겨울철 체온 유지에 소비되는 열량이 줄고, 여름철엔 무더위로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가 감소한다. 실험용 동물들에게 비만을 유발한 아네노바이러스 36의 감염은 인간의 비만과도 연관이 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원인이 있다. 최근 실험 결과 체육시간을 늘려도 어린이의 체중이 감소하지 않았다(학교에서 체육 활동을 더 하는 대신 집에선 꼼짝 않고 TV를 시청하는 시간을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늦기 전에 비만을 유발하는 다른 요인들을 밝혀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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