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비행 제주항공 '더 높이'
고공비행 제주항공 '더 높이'
저비용 항공업계가 최초로 대형 항공사들을 앞질렀다. 국내선에서 가장 이용 빈도가 높은 김포~제주 노선에서 저비용 항공사의 수송 분담률이 50%를 넘어선 것이다. 2월 초 항공업계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 동안 김포~제주 노선에서 저비용 항공업계는 55%, 대형 항공사는 45%의 분담률을 기록했다.
특히 제주항공은 18.2%(11만7000명)의 분담률을 기록해 저비용 항공업계 최고의 점유율을 보였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항공(18%)을 근소한 차이로 따돌렸고, 다른 저비용 항공사들과는 5% 이상 간격을 벌렸다. 2005년 1월 애경그룹과 제주도가 공동으로 회사를 설립, 김포~제주 노선을 시작으로 국내선 운항에 뛰어든 지 6년 만이다.
제주항공이 설립되기 이전까지 항공업계는 대형 항공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천편일률로 높은 운임의 항공권만 존재하던 업계에 제주항공이라는 합리적 선택지가 더해지며 시장이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기 시작했다. 경쟁자의 등장으로 운임 인상도 억제됐다. 1996년 이후 연평균 8.5% 안팎의 인상률을 기록했던 국내선 운임은 제주항공 설립 이후 현재까지 동결되다시피 한 상태다.
제주 관광객 증가의 일등 공신
이런 현상은 국제선에도 영향을 끼쳤다. 제주항공이 일본 노선에 취항한 2009년부터 2010년 2월 말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은 모두 474만 명으로 취항 전 1년간의 방문객 431만 명보다 약 10% 증가했다.
그러나 새 분야를 개척하는 기업이 늘 그러하듯 제주항공도 시작부터 순항하지는 않았다. 첫해 매출은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118억원에 불과했다. 대형 항공사에 익숙해진 소비자는 저렴한 가격에는 반색을 표하면서도 항공기의 안전성에 의문을 품었다.
2009년 제주항공은 저비용 항공사로서는 이례적으로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항공운송 표준평가제도인 IOSA(IATA Operation Safety Audit) 인증을 받으며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IOSA는 안전관리, 운항, 정비, 객실, 운송 등 8개 분야에서 모두 900여 개 항목에 대해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단 한 항목이라도 지적사항이 발견되면 인증이 유보될 만큼 엄격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와 제주항공만 인증을 취득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하반기 한층 강화된 IOSA의 ‘3rd Edition’ 인증을 국내 항공사로서는 유일하게 받아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취항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해 구축한 안전운항 관리시스템이 국제적 공인을 받은 셈”이라고 밝혔다.
소비자 신뢰의 축적은 곧 수요로 연결됐다. 매출액이 4년 만에 118억원에서 2010년 1575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하반기 처음으로 31억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한 것에 고무된 김종철 제주항공 대표는 “2011년 2114억원의 매출과 75억원의 첫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의미 있는 수치는 국제선 매출 비중이다. 2008년 7월 국제선에 뛰어든 제주항공은 일본 오사카, 기타큐슈를 시작으로 현재 홍콩, 마닐라, 세부, 방콕, 나고야 등 4개국 7개 도시 8개 정기노선에 취항, 국적 저비용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국제선에서 올린 매출은 2009년 204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3%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734억원으로 46%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전체 매출 목표의 51% 수준인 1070억원을 국제선에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2대의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며 일본 노선 증편과 동북아 핵심 노선인 도쿄 노선 개발에 대비하고 있다.
2010년 11월께 제주항공은 JAL 출신의 조종사 2명을 영입 대상으로 결정했다. 올 하반기 중 JAL에서 일한 조종사를 추가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공항들은 운항 시 고도의 숙련도를 요구한다. 일본 조종사들의 영입은 운항 안정성을 높이는 한편 전략 노선으로 삼고 있는 일본 노선에서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일본 노선 확충 후 중국시장에 도전장
국내 저비용 항공의 선두주자로 나선 제주항공이지만 탄탄대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여행 수요 감소, 고유가 등 곳곳의 악재들과 고군분투하는 한편 서비스 질 개선에 대한 투자와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 검증, 수요에 맞는 신규 노선 취항 등 노력을 이어와 오늘을 만들었다.
제주항공 관계자들은 지난 6년의 시간을 ‘마중물’에 비유한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마중물을 붓듯 잠재된 여행 수요를 끌어내는 역할을 제주항공이 해냈다”고 자평한다. 흑자 전환의 해를 맞이한 제주항공은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유럽의 라이언에어처럼 동북아 저비용 항공의 대표주자로 자리 잡겠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4시간 거리 노선을 모두 취항한 뒤 10시간 거리의 미국 등 장거리 노선 운항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2011년, 도약을 위한 기반 재정립을 서두르고 있는 제주항공. 업계의 판도를 또 한번 바꿀 새로운 ‘제주항공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미소 기자 smile8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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