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랠리’ 언제까지…국내 증시 박스피 벗어날까
[트럼프 2.0, 증시 향방은]①
대선 불확실성 해소에 美증시 사상 최고치 경신
정책보다는 펀더멘털 중요…“경기사이클+통화정책” 주목도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제47대 대선 승리 소식에 랠리(강세) 행진을 이어갔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친기업적인 정책과 감세, 규제 완화가 월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국내 증시는 오히려 후퇴하는 등 지지부진한 모습이며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양새다.
11월 둘째 주 뉴욕증시 3대 지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소식에 폭등했다. 한때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4만4000대를 돌파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00선이라는 고지를 넘어섰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생각보다 빨리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면서 뉴욕증시는 올해 증시를 짓눌렀던 대선이라는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미국 대선 이틀 만에 들려온 금리 인하 소식도 증시 랠리에 불을 붙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 대선 이후 처음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FOMC는 지난 9월 4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했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후인 내년부터는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무역과 이민에 대한 공약으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시각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포인트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고 특히 중국산 제품에는 60% 이상 고율의 관세를 제안하고 있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고 언급해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현실화 시 Fed가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 대선 결과가 나온 뒤 미국 달러화는 강세, 채권 금리는 발작적 오름세를 보인 배경이기도 하다. 채권 금리 상승과 달러화 강세는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iM증권은 트럼프 집권에 따른 5가지 리스크로 ▲관세 전쟁 및 주요 바이든 정책 폐기 리스크 ▲금리 발작 리스크 ▲물가 리스크 ▲킹달러 리스크 ▲미·중 충돌 리스크 등을 꼽았다. iM증권 리서치본부는 “트럼프의 5가지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리스크 당분간 지속…“정책 수혜 효과 단기적”
증권가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됨에 따라 미국 증시가 상승하고 여타 글로벌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배경으로 트럼프 정책이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 관세를 인상하고 법인세를 인하하는 등 미국에 유리하게 정책을 펼 것이란 예상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투자분석부장은 “내년 1월 트럼프 취임 이후 이와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데, 이는 미국 상원과 하원이 모두 공화당 우위로 구성되며 ‘레드 웨이브’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참모와 의회와의 협업이 시작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나 극단적 관세 인상이라는 비합리적 결정이 내려지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일정 수준에서 정책 강도가 정해질 전망”이라고 진단했다.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 증시가 내년 상반기 이후에는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 부장은 “트럼프 취임 전 여러 차례 트럼프 트레이딩이 반영된 만큼 트럼프 취임 이후에는 정책 효과를 살피면서 증시가 반영될 것으로 보이고, 상당 부분 선반영된 만큼 내년 상반기 미국 증시는 경기 둔화에 따른 영향에 따라 상승 탄력이 둔화되거나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증시의 경우 당분간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당선에 따른 불확실성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인 내년 2~3분기쯤이 저점 매수 구간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변 부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하반기 선제적으로 하락한 측면이 있어 가격 및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메리트가 부각될 수 있으나 고평가된 미 증시의 변동성 확대에 연동될 가능성 그리고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과 반도체 업황 하락 사이클에 따른 수출 둔화로 인해 지지부진한 흐름을 상반기까지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증시는 2025년 하반기 경기 및 수출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정점에 도달하며 저점 인식이 강해질 전망임에 따라서 내년 2~3분기가 저점 매수에 유리한 시점으로 판단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적 동향보다는 ‘경기사이클+통화정책’ 그리고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으로 경제·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나 트럼프가 언제 부양을 하고 언제 싸움을 걸지 맞출 길이 없는 이상 정책적 예상보다는 경기사이클+통화정책 사이클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트럼프 1기 때도 경기사이클+통화정책의 주가 설명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설명했다.
우지연 DS증권 연구원은 “증시는 정부 정책 수혜보다는 펀더멘털, 산업 트렌드의 영향력이 크다”며 “미 대선 결과에 따른 정당별 정책 수혜 효과를 고려한 투자는 단기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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