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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애슐리의 역전 스토리

레스토랑 애슐리의 역전 스토리

홍길용 이랜드월드 외식사업본부장.

“유통점에 있는데 애슐리가 잘될 리가 없죠.” 홍길용(38) 이랜드월드 외식사업본부장이 자주 들은 말이다. 애슐리는 이랜드월드가 2003년에 낸 뷔페식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는 첫해 8억원 적자를 냈다.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다른 외식 사업에서 낸 수익을 다 까먹었다.

8년이 흐른 지금 애슐리의 성장세가 무섭다. 2월 말이면 96호점을 내고 오는 4월엔 매장 수 기준으로 업계 1위인 아웃백을 앞지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애슐리는 매출 기준으로 아웃백, 빕스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 ‘빅 3’로 꼽힌다. 2010년 매출은 전년 대비 82.3% 급증한 1510억원을 기록했다.

“유통점에 있어서 애슐리가 잘됐죠.” 홍 본부장이 생각하는 성공 비결이다. 전체 매장 95곳 중 65곳이 2001 아웃렛, 뉴코아 아웃렛과 같은 유통점에 있다. 독립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애슐리는 ‘유통점형 레스토랑’에 가깝다. 그는 유통점의 주 고객층인 주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점심엔 9900원, 저녁엔 1만2900원(부가가치세 포함)으로 메뉴당 2만원이 넘는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에 비해 저렴한 가격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가격으로 제공할 수 없는 메뉴는 없앴다.

인테리어도 여성이 선호하는 분위기로 했다. 매장에는 마이클 잭슨, 마돈나 등 세계적인 가수들의 친필 사인이 적힌 사진이 걸려 있다. 홍 본부장은 “애슐리가 유통점에 있었기 때문에 고객 타깃을 명확하게 정했다”며 “주부 고객만 잡아도 반쯤 성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부 고객이 점차 늘어나면서 가족, 학생 등으로 고객층이 넓어졌다. TV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지만 입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이 늘어났다.

유통점형 레스토랑은 단독 건물에 비해 임대료를 줄일 수 있다. 박정훈 애슐리 브랜드장은 “단독 건물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열게 될 경우 임차비가 많이 드는데, 애슐리는 이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유통점 내 매장과 화장실, 놀이방 등을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매장 면적에 비해 효율성도 높은 편이다.

애슐리는 8년째 같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애슐리 관계자는 “10년 가까이 똑같은 가격을 이어가는 것은 마치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요새처럼 식품 및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직원들은 비상 상태에 돌입한다. 이럴 땐 품귀현상을 빚은 식자재를 다른 재료로 바꾼 메뉴를 내놓는다. 단, 음식의 질을 떨어뜨려선 안 된다. 애슐리 매장이 늘어나면서 동일한 가격의 메뉴를 제공하기도 수월해졌다. 도매상과 거래하는 물량이 증가해 식재료를 한층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 받기 때문이다. 피자몰, 리미니 등 다른 외식 브랜드가 있어 도움이 됐다.

건축학도였던 홍 본부장은 처음엔 이랜드 건설사업부 입사가 결정됐었다. 그러나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외식사업부로 배치 부서가 바뀌었다. 홍 본부장은 피자몰 시설 팀장, 애슐리 브랜드장을 거쳐 현재는 이랜드 그룹의 외식사업을 총괄한다. 그는 “유통점형에서 고객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성공했으니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은 충분히 시험했다”며 “올해엔 150호점까지 확대하고 2500억원으로 매출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애슐리에 집중하되 유통점형 레스토랑의 장점을 활용해 다른 외식 브랜드도 키워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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