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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효약 제조사 몸값 올라간다

특효약 제조사 몸값 올라간다

대규모 제약회사들이 특수 의약품을 만드는 중소 제약회사들을 사들이고 있다. 희귀질환 및 암을 치료하는 데 쓰이는 특수 의약품은 개발하기는 힘들지만 수요가 많다. 대형 제약회사들이 자사 판매조직을 활용해 의약품을 팔면 이익창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현금이 풍부하지만 신약 개발에 지지부진하고 판매조직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반면 특수 의약품이나 DNA 재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바이오테크 의약품을 개발하는 상당수의 중소 제약회사들은 획기적인 의약품을 개발하고도 이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의약품 제조에 대한 정부 규제가 지나치게 엄격하고 마케팅에 거액의 비용이 들며 가격이 비싼 특수 의약품의 경우 보험비를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업결합이 더 많이 이뤄지는 편이 낫지 않을까? 대형 제약회사가 중소 제약회사에 인수 대가를 한층 후하게 지급할 수 있지 않을까?



대기업·중소기업 시너지 기대미국 대형 제약회사인 머크 앤드 컴퍼니는 신약 개발의 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다. 시장에 판매하기로 돼있던 항혈전제 보라팍사 시험 결과가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밝혀지자 주가가 급락했다. 항혈전제는 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치료에 쓰인다.

대규모 제약회사들은 중소 제약회사들을 사들이고자 한다. 강력한 판매조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소 제약회사를 인수한 뒤 마케팅 비용과 같은 간접비용을 대폭 줄여 의약품을 효과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이자가 2월 킹 파머수티컬 인수를 마치면 간접비용을 40%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화이자는 킹을 인수하는 대가로 킹의 연간 순이익보다 20배 높은 금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킹을 인수함으로써 자사의 이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이런 거래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중소 제약회사의 잠재적인 수익성은 합병 이전 회사가 독자적으로 내온 이익보다 크기 때문이다. 중소 제약회사는 관리비, 마케팅 비용과 같은 간접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요새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대형 제약회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데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월스트리트 저널 자매지인 배론스가 획기적인 특수 의약품을 만드는 중소 제약회사 10곳을 선정했다. 대부분의 회사는 식품의약국이 승인한 특수 의약품을 개발한 곳으로 대형 제약회사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기업이다. 주식시장에서 평가되는 10개 기업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 미만으로 이런 수준이라면 대형 제약회사들의 인수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중에는 알렉시온 파머수티컬, 덴드리온, 휴먼 지놈 사이언시스 등이 포함돼 있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인 데이비드 스타인버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제약업계 내 합병이 활발히 전개됐듯이 올해도 이러한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 건수는 29건으로 그 대가는 750억 달러에 이르렀다. 상장된 중소 제약회사가 인수 대가로 받은 금액은 평균적으로 기준 주가보다 40%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보건분야 투자자문회사 리링크 스완의 애널리스트 하워드 리앙은 “합병 대상으로 거론되는 중소 제약회사들은 단 한 가지 의약품만 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은데 판매 조직이 한 상품보다 상품 여러 가지를 판매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셀젠이 아브락시스 바이오사이언스를 36억 달러에 사들이고 화이자가 킹을 39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 화제가 됐다. 최근 암젠은 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임상시험 최종단계를 밟고 있는 한 비상장 제약회사를 1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그 제약회사의 주주들과 합의했다.

투자자의 입장에선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의약품을 개발한 중소 제약회사보다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개발했거나 이미 상품화에 나선 중소 제약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덜 위험하다. 대규모 제약회사와 중소규모 제약회사에 분산투자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화이자, 암젠처럼 덩치가 큰 제약회사들은 주식시장에서 인기를 잃은 상태이며 현재 그들의 주식은 평균적으로 2011년 예상이익의 10배에 불과한 수준의 저렴한 주가로 거래된다.

JP모건의 바이오테크 분야 애널리스트들은 ‘대규모 제약회사와 제휴관계를 갖고 있지 않아 자사의 신약 제품을 판매해 내는 이익을 대형 제약회사에 빼앗기지 않는 중소 제약회사’와 ‘세계적인 의약품 유통망이나 한층 효과적인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면 판매가 대폭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 중소규모 제약회사’를 선호한다. 어코다 테라퓨틱스, 덴드리온, 휴먼 지놈 사이언시스 등이 이러한 중소 제약회사다.

덴드리온의 전립선암 치료제인 프로벤지와 알렉시온의 혈액질환 치료제인 솔리리스는 수년 내에 전 세계 매출이 연간 10억 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 어코다의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인 암피라도 앞으로 매출액 1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다발성 경화증은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손상된 신경에 따라 걷거나 보거나 팔을 사용하는 능력이 소실되는 증상을 일으킨다.

프로벤지는 개인 맞춤형 의약품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애널리스트 리앙은 말한다. 프로벤지는 전립선 진행암에 대한 환자의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의약품이다. 의사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혈액에서 채집해서 프로벤지로 처리한 이후 그 면역세포를 환자의 몸에 투입한다.



덴드리온·프로벤지 등 투자 유망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프로벤지는 화학요법과 달리 독성이 없고 다른 일반적인 치료약에 비해 환자의 생존기간을 4~25개월 더 연장할 수 있다. 리앙은 “이러한 ‘점진적인 개선’이 진행 중인 암을 치료하는 특성”이라고 말한다.

덴드리온의 최근 주가는 35달러 수준이다. 프로벤지가 승인을 받을 쯤인 2010년 5월에 기록된 고점, 즉 55달러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다. 프로벤지의 판매액은 지난해 출시된 이후로 연말까지 5000만 달러에 못 미쳤다. 프로벤지의 판매액이 앞으로 연간 10억 달러를 넘길 정도라고 장담하지는 못하는 것이 월스트리트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낙관적인 입장인 리앙은 덴드리온 주식의 목표주가를 55달러로 설정해 놓고 2014년 프로벤지의 판매액이 15억 달러를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어코다 주가도 지난해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암피라가 승인된 뒤로 하락했다. 어코다 주가는 현재 23달러 수준인데, 이는 지난해 고점일 때의 주가, 즉 40달러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암피라의 판매전망에 대한 논란도 있다. 암피라에 비관적인 사람들은 부작용의 위험과 2017년에 특허가 만료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그러나 JP모건의 애널리스트들은 암피라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다. 이들은 암피라의 판매액이 지난해 3분기 5000만 달러를 돌파한 것에 주목하면서 어코다 주식의 목표주가를 48달러로 설정했다.

번역=이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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