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좋은 유압기기 제조업체
힘 좋은 유압기기 제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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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업체가 유압기기(油壓機器) 생산 100만 대를 돌파했다. 국내 유압기기 업체 중 최초다. 주인공은 ㈜두산의 사업부문인 모트롤 BG(비즈니스그룹)다.
㈜두산 모트롤은 유압기기를 생산한 지 26년 만에 이 기록을 달성했다. 일본 선두 업체에 비해 100만 대 돌파 기록을 10년가량 단축했다. ㈜두산 모트롤은 1985년 일본 가와사키중공업과 제휴해 유압기기 사업을 시작했다. 일본 기업에 한 수 배우던 기업이 이젠 일본 업체를 추격하는 중이다.
엔지니어링 서비스로 중국시장 공략㈜두산 모트롤은 지난해 유압기기 사업에서 전년 대비 127% 성장한 31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11% 증가한 527억원을 기록했다. 유압기기는 쓰임새가 다양하다. 작은 크기에 큰 힘을 내는 유압의 특성 때문에 크레인·지게차·굴착기 등 대부분의 건설중장비에 유압기기가 들어간다.
“중국 건설시장 호황이 생산 100만 대 돌파의 밑거름이 됐다.” ㈜두산 모트롤BG의 윤태성(57) BG장은 좋은 실적의 요인으로 중국시장의 성장을 들었다. ㈜두산 모트롤은 최근 4년 동안 건설중장비용 유압기기 52만 대를 생산했다. 박순일 영업팀장은 “싼이(Sany)·위차이(Yuchai) 등과 같은 중국의 건설중장비 제조업체의 주문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지난해 유압기기 전체 매출 3178억원 중 29%인 921억원이 수출액이었다. 이 중 9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두산 모트롤 유압기기 제품으로 굴착기를 만드는 두산인프라코어, 현대중공업, 볼보코리아 등이 해외에 수출한 물량까지 합치면 전체 매출의 70%는 수출액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이 쑥쑥 성장하더라도 경쟁사보다 앞서 준비하거나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제 몫을 챙기지 못한다. 이 회사가 중국시장을 공략한 무기는 ‘맞춤 서비스’였다. 중국의 건설중장비 제조업체는 대부분 신생기업이라 기술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윤태성 BG장은 “중국 기업에 유압기기 제품을 잘 조립하고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알려주는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경쟁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 이훈 연구원은 “중국시장은 당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보여 ㈜두산 모트롤의 전망은 밝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두산 모트롤의 전신은 동명모트롤이다. 동명모트롤은 1975년 설립된 국내 최초의 건설중장비용 유압기기 제조회사다. 2008년 두산은 인프라 지원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동명모트롤을 인수했다. 동명모트롤의 기술력은 국내 최고 수준이었지만 중국시장에 대비한 물량을 확보하는 덴 무리가 있었다. 인수 후 ㈜두산은 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동명모트롤 시절인 2008년 상반기엔 유압기기 4종(주행모터·선회모터·펌프·메인컨트롤밸브) 월평균 생산 대수가 9200대에 그쳤지만 현재는 2만2000대로 늘어났다.
㈜두산 모트롤 윤태성 BG장은 “두산이 인수한 뒤 유압기기 사업에서 공격적 경영을 펴게 됐다”고 지적했다. 두산인프라코어라는 안정적 수요처가 확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두산 모트롤의 전체 매출액 중 두산인프라코어가 38%, 현대중공업이 14%, 볼보코리아가 8%, 기타 기업이 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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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모트롤은 우수한 외부 인력을 확충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였다. 현재 ㈜두산 모트롤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등에서 생산설비를 수십 년간 연구해온 전문가들이 일한다. 윤 BG장은 “이분들을 모시기 위해 삼고초려했다”고 말했다. 유압기기는 기술력이 확보되지 않고선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은 뛰어난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 윤 BG장의 생각이다.
우수 인력 확보해 생산성 높여직원 한 사람이 여러 장비를 다루는 다장비 시스템을 확충하는 데도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 자동화 비율을 높이니 제품 품질이 균등해지고 생산성도 높아졌다. 자연스레 제품 납기일도 정확히 맞추게 됐다. ㈜두산 모트롤은 독일에 ‘엔지니어링 하우스’를 짓고 있다. 윤 BG장은 “독일 기업의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창원 공장에서 일할 독일 엔지니어를 찾기 쉽지 않아 독일에 엔지니어링 하우스를 세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계 유압기기 시장에서 ㈜두산 모트롤은 독일의 보쉬렉스로스, 일본의 KPM 등과 경쟁한다. 유압기기 분야에서 독일은 130년 이상, 일본은 8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역사는 40여 년으로 짧은 편이다. 윤 BG장은 “아직까지 해외 무대에선 독일, 일본 기업의 점유율과 인지도가 높은 편”이라며 “하지만 생산성을 높인 덕분에 경쟁 기업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게 됐다”고 말했다.
1980년 대우중공업에 엔지니어로 입사한 윤 BG장은 30여 년간 건설기계산업에 몸담아왔다. 2005년 두산인프라코어가 대우종합기계를 인수한 후 소속이 두산인프라코어로 바뀌었다. 동명모트롤 인수 당시 인수팀장으로 근무하다가 ㈜두산 모트롤 BG장을 맡았다. 윤 BG장은 “유압기기 분야 시장 전망이 밝은 만큼 보람도 크다”고 언급했다. 요새도 현장을 돌아다니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두산 모트롤은 2010년 매출 4037억원, 영업이익 592억원을 달성했다. 금융위기의 타격을 받은 2009년을 제외하곤 2006년부터 매출이 떨어진 적이 한 차례도 없다. 윤 BG장은 “올해는 매출 6000억원 돌파를 예상한다”면서 “기술인력 확충을 통한 생산성 향상에 집중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두산 모트롤은 유압기기 분야 외에 방위·에너지산업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혜민 기자 has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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