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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금융빅뱅 주도할까

농협이 금융빅뱅 주도할까

서울 중구의 농협 새 빌딩.

총자산 230조원의 대형 금융지주사가 탄생한다. 농협법 개정으로 분리되는 농협금융지주는 내년 3월 출범과 동시에 업계 4위의 금융회사로 떠오른다. 인력의 전문성이 높아지고 독립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경쟁력도 대폭 제고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본다.



◇단숨에 4위 금융지주로 발돋움= 농협금융지주는 NH은행을 필두로 NH증권·NH-CA자산운용·NH선물·NH캐피탈 등을 자회사로 두게 된다. 은행에서 카드 부문도 분사할 것으로 보인다. 농협중앙회의 공제 사업은 NH보험으로 분사하며 생명·손해 보험으로 나뉠 전망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농협 은행 부문 자산이 193조원, 농협중앙회의 공제 사업 자산이 33조원. 이를 합치면 금융지주의 자산 규모는 230조원에 달하게 된다. KB금융지주(326조원)·우리금융지주(326조원)·신한금융지주(309조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 금융지주의 자본이 상당 부분 외국인 소유인 것에 비해 농협금융지주는 100% 국내 자본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농민이 출자한 지역 농협이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는 막강한 브랜드 가치와 자회사 간 고객 정보 공유, 복합 상품 개발, 복합 금융점포 운영 등으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농협이라는 브랜드가 별다른 홍보 없이도 탄탄한 인지도와 신뢰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지역 보유 점포가 가장 많아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영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협 금융기획부 금융시너지팀 김동영 차장은 “지주회사가 출범하면 금융 자회사 간 정보 공유가 가능해 중소 도시 소비자에게도 종합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제는 지역 농협 은행을 방문해 주식을 사거나 펀드에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농협은 방카슈랑스 규제 받지 않아특히 수익을 목표로 한 사업 운영, 독자적 의사결정이 가능해지면서 M&A(인수합병) 등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농협 금융 사업 부문은 기존 LG카드 인수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농협 금융구조개편부 금융총괄팀 김강훈 차장은 “M&A 등 적극적 투자를 해야 할 상황에서도 중앙회의 제1 목적인 ‘농민 교육 및 지원 사업’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명분 때문에 공격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수익성을 최우선순위에 두고 모든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만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도 긴장= 농협중앙회의 공제 사업에서 전환되는 농협보험은 보험업계의 뜨거운 논란거리였다. 생명보험업계에서 농협보험은 자산 33조원으로 삼성생명(135조원)·대한생명(65조원)·교보생명(55조원)에 이어 ‘빅4’를 형성하게 된다. 보험업계는 일단 농협보험이 생명보험 시장에 주력하고 점차 손해보험 시장으로 영역을 넓혀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업계가 긴장하는 것은 농협이라는 브랜드 외에도 5년간 유지되는 특혜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는 그간 공제 사업을 하면서 생명·손해보험을 한꺼번에 파는 특혜를 누려 왔다. 지역 농협은 방카슈랑스 규제를 받지 않았다. 일반 은행은 ▶한 보험사 상품을 25% 이상 팔 수 없고▶한 지점에서 2인 이상 보험 판매에 종사할 수 없으며▶보장성 보험을 팔 수 없는 등 방카슈랑스 규제를 받는다. NH은행도 이런 규제는 동일하게 적용 받는다. 하지만 지역 농협 매장은 이 규제에서 5년간 자유롭다. 김강훈 차장은 “보험 영업점이 거의 없는 농촌 지역 주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차원에서 규제 적용이 유예된 것이지 특혜로 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액보험 등 신상품 시장에도 뛰어들 수 있다. 농협중앙회는 방카슈랑스 규제를 받지 않는 대신 변액보험이나 퇴직연금 상품을 취급할 수 없는 등 영업 제한을 받았다. 그러나 이 제한 역시 풀려 농협이 변액보험 등 신상품 시장에 뛰어들게 된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럴 경우 농협의 시장 경쟁력이 더 막강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2020년까지 3조3000억원 수익 달성= 농협은 금융지주회사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프랑스 1위 금융그룹인 크레디아그리콜(CA)을 꼽고 있다. CA 역시 협동조합 금융지주. 자산 규모 세계 6위의 프랑스 최대 금융 그룹이다. 이를 위해 전국 1000여 개 수준의 NH은행 점포도 서울 등 대도시 중심으로 재편할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취약했던 기업 대출 등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런던·홍콩 등 해외 진출 계획장기적으로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 사무소를 개설한 농협은 앞으로 영국 런던, 홍콩 등 국제 금융 중심지와 인도·베트남 등 신흥국가에도 단계적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현지 금융 당국이 금융회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지점 개설을 막아 해외 진출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글로벌화가 가능한 만큼 이미 관련 전문 인력을 파견해 현지 실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농협금융지주는 농업 금융 노하우도 적극 살릴 계획이다. 지금은 생산자금 대출 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농업 금융을 유통·가공·식품 등 종합 유통산업으로 확대해 신개념 농업 금융을 펼쳐 나간다는 계획이다. 농촌 지역의 조직망과 농업에 대한 이해, 농협 경제사업과의 연계 등으로 특화된 금융상품도 탄생할 전망이다. 농협 유통매장의 농산물 판매나 농협 주유소와 연계한 카드 서비스를 출시하는 식이다.

이런 개혁을 통해 농협금융지주가 목표로 하는 당기순이익은 2020년까지 3조3000억원 정도다. 2009년 5000억원이었던 순이익을 10년 안에 6배 이상으로 불리겠다는 것이다. 농협금융지주의 실적이 개선되면 농협중앙회와 지역 조합의 출자 지분가치도 늘어난다. 2020년 목표 순이익을 달성하면 중앙회는 한 해 9565억원 정도의 배당금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농협 중앙회와 경제사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농협금융지주가 내기로 한 명칭 사용료는 한 해 7183억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중앙회 측은 전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 규모가 워낙 커 M&A에서도 두각을 보이면서 빠른 속도로 규모를 키울 수 있다”고 자신했다. 특히 “전문성과 영업력 등을 보완하고 규모를 키우면 몇 년 안에 선발 4개 금융지주회사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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