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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st Report] ‘미국의 원전정책 재고해야’

[First Report] ‘미국의 원전정책 재고해야’

일본은 후쿠시마 다이이치 원자력 발전소의 연쇄 노심용융을 저지하려고 물대포까지 동원해 필사적인 살수 작전을 폈다. 그 장면을 지켜보면서 갑자기 우리 모두가 정통한 원자력 엔지니어가 돼야 마땅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다. 느닷없이 일반 시민으로서 우리 임무가 저 멀리 떨어진 아주 복잡한 원자력 발전소 내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니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는지를 둘러싸고 매시간 쇄도하는 상충되는 보도들을 따져 보는 일이 돼버렸다.

언론과 정부관리들은 한 목소리로 후쿠시마 원자로의 폭발이 1986년 사상 최악으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재난에 결코 비교할 바가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이 같은 사고가 일본의 많은 지역을 오래 지속되는 방사능으로 뒤덮어 ‘체르노빌과 비슷한 결과(전문가들의 표현)’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들린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거의 외면하기가 불가능하다) 지금의 원자력 세계는 안전성을 가정했던 후쿠시마 이전과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후쿠시마의 경우 사고의 초기 대응이 분명히 미흡했다. 사고 초기에 여러 전문가는 원자로 격납용기가 손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의 핵안전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도 입을 닫았다. 왜 그럴까? 위기가 1주일 넘게 지속되면서 원자로 두 기의 격납용기에서 심각한 방사능 유출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냉각이 제대로 되지 않는 폐연료봉 저장수조 한 개 이상에서 방사능이 뿜어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말 심각한 문제다.

문제가 매우 심각해지면서 자연히 방사능 피폭 피해로 초점이 옮겨졌다. 적어도 뉴스위크가 마감할 당시까지는 안전 시스템이 방사능 노출의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일을 막았다. 일부는 그런 사실에다 방사능 노출로 사망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다는 보도를 바탕으로 원자력은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계속 지켜봐야 할 일이다.

대다수 세계 지도자는 즉각 행동에 들어갔다. 독일은 적어도 일시적으로 가장 노후한 원자로 일곱 기의 가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유럽연합(EU), 태국, 스위스, 필리핀, 인도, 심지어 중국도 대규모 안전점검과 신규 원자로 운영면허 유예를 발표했다.

인도와 중국이 핵산업의 세계적 부흥을 상징하는 나라로 널리 알려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집단적 행동은 놀랍게 여겨진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현재 세계 전체에서 건설 중인 원자로 65기 중 약 절반(정확히 말해 32기)만이 이 급성장하는 신흥국가들에 있다.

신규 원자로를 가장 많이 건설 중인 미국에선 오바마 대통령과 스티븐 추 에너지 장관이 계속 국민을 안심시키려고만 했다. 하지만 기껏해야 그들의 노력은 나머지 세계를 따라잡으려고 애썼을 뿐이다.

일본의 방사능 유출사고 초기에 오바마 대통령과 추 장관은 미국이 원자로 건설을 중단해야 할지 질문을 받고는 그래선 안 된다고 단호히 못박았다. 오히려 그들은 후쿠시마 재난이 없었던 듯이 미국의 원자력 발전을 촉구했다. 지난 주말에 시작된 오바마 대통령의 라틴아메리카 방문을 두고 백악관은 지진에 취약한 칠레와 원자력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한편 오바마 행정부는 신규 원자로 건설에 연방정부의 융자보증금으로 360억 달러를 추가 승인해달라고 의회에 계속 압력을 가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3월 17일에야 공식 원자로 안전점검을 발표했다. 의회의 원자력 찬반론자 모두가 안전점검을 탄원한 지 한 주가 지난 뒤였다.

그 의원들은 오바마와 참모들이 논의하길 꺼리는 사안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의 약 3분의 1이 일본에서 이번에 사고가 난 원자로와 설계가 비슷하다는 조바심 나는 사실 말이다. 20기 이상은 일본과 거의 똑같고 비슷하게 오래됐다. 일부는 지진단층 부근에, 일부는 해안에 위치한다. 일본은 가동 40년이 지나면 원자로를 퇴역시키지만 미국 정부는 이 원자로 중 일부가 60년을 가동되도록 면허를 연장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오바마는 안전점검을 발표하면서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는 “지금까지 어떤 극단적인 사태에서도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그런 어려운 일이 이미 해결됐다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실제로 무엇이 달라질까? 의회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나온다고 가정한다면 어떤 질문이 제기돼야 할까?

첫째, 미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일본에 건설된 원자로와 비슷한 시설에 면허를 20년을 연장해주기로 했다면 미국 정부와 원자로 운영회사는 그 예정된 60년 동안 안전을 보장하려고 지금과 다른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둘째, 일본은 다단계 안전 예비 시스템이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그 시스템은 쓰나미로 한꺼번에 전부 손상됐다. 핵안전과 관련해 또 다른 어떤 틀린 가정이 있을까?

일본의 엉성한 대처는 핵사고 수습의 책임이 어느 부처에 있어야 할지 의문을 촉발시켰다. 미국의 경우 현재는 국토안보부의 소관이다. 하지만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을 겪고 난 지금 과연 그래야 할지 의심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의회는 미 원자력에너지법의 수출 통제와 비확산 조항을 수정할 계획이다. 의회는 원자로 가동 경험이 없고, 사고가 났을 경우 미국 회사를 보호해줄 책임보험이 없는 국가들에 미국이 핵협력을 제공하는 일이 과연 옳은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이란의 평화용 핵프로그램(원래 미국의 핵협력에 기초했다)이 핵무기 개발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국은 잠재적인 고객만이 아니라 다른 핵시설 공급국에도 가장 엄격한 비확산 조건의 적용을 촉구해야 한다.

일본 대재난의 여파로 세계 대다수 나라는 자국의 핵시설이 안전한지 점검하고 정책 재검토에 들어갔다. 오바마 행정부가 국내에서 원자력 발전 보조금의 증액을 추진하고 해외에서 더 많은 핵협력을 추진하기 전에 이런 질문에 답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면 의회가 단호하게 나서주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의회는 일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애쓰는 미국 대중의 여론에 좀 더 귀 기울여야 한다.

[필자는 워싱턴 소재 연구기관인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 소장이며 ‘원자력의 세계확장: 그 비용과 위험(Nuclear Power’s Global Expansion: Weighing Its Costs and Risks)’의 편집자다.

번역 이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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